중동 전쟁 장기화에 원유 수급 불안..."아프리카 대안 부상하지만 한계 뚜렷"

최예지 2026. 4. 1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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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통과하는 유조선. [사진=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통행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이 세 차례 협상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한국의 원유 수급 불안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국내 원유 수입 구조의 취약성이 다시 부각되며 공급선 다변화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12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시간 동안 협상을 이어왔고 이란과 여러 차례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한 것은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미국보다 이란에 훨씬 더 나쁜 소식"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이날 협상 종료를 발표하고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으나 밴스 부통령은 합의가 불발됐다며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추가 협상 개시 여부는 불투명하다.

협상 과정에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과 레바논 공격 중단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밴스 부통령은 이란으로부터 핵무기와 관련해 '명확한 약속'을 듣지 못했다고 밝혀 양측이 협상에서 핵심 쟁점을 놓고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정세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한국의 원유 수급 구조 취약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간 한국은 중동 산유국과의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원유 도입 구조를 유지해 왔지만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할 경우 공급 차질이 확대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최근 중동 지역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원유 시장은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물량 확보 자체가 어려워지는 '물리적 공급 리스크'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안으로 아프리카산 원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나이지리아·리비아·앙골라·알제리 등 주요 산유국은 일정 수준의 생산 능력과 수출 여력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서아프리카산 원유는 경질·저유황 특성으로 정제 효율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항로를 활용할 수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아프리카를 중동의 대체 공급원으로 활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적지 않다. 일부 아프리카 산유국의 정치·안보 불안 요인이 크고 이로 인한 송유관 파손과 시설 봉쇄 리스크, 항만·파이프라인 등 인프라 부족으로 생산과 수출이 반복적으로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유럽·인도 등과의 경쟁 속에서 안정적인 물량 확보도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는 중동을 '대체'하는 공급원이 아니라 위험을 분산하는 '보완적 공급 지역'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윤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 지역 자체를 이동하는 방식으로 중동산 원유의 '대체제'를 찾기보다 복수의 공급선을 구축해 원유 공급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전략비축유의 탄력적 운용과 비중동 원유의 단기 도입 확대, 운송·보험 지원 등을 통해 수급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에 대비해 우회 항로를 활용하는 기업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일부 아프리카 산유국에 대한 상류부문 투자와 항만 등 수출 인프라 협력을 확대해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공급선과 수송 경로를 함께 다변화하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전 과정에 걸쳐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