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의 달 비행 마친 우주비행사들 “인간인 것은, 지구에 산다는 것은 특별한 일”
“지구가 구명정처럼 느껴져”…인류애 강조
화장실 고장·헬륨 누출 등 해결 과제 나타나
내년 궤도비행…2028년 월면 유인 착륙 예정




“인간인 것은, 지구에 산다는 것은 특별한 일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2호’ 지휘관 리드 와이즈먼은 지구 귀환 하루 뒤인 11일(현지시간) 공식 환영 행사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54년 만에 달을 목표로 발사된 유인 우주선에 탑승한 일은 그에게 단순한 과학 탐구가 아니었다. 우주의 암흑을 뚫고 홀로 빛나는 지구를 멀찌감치에서 바라보며 자신과 인류를 돌아보게 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지난 1일 발사된 아르테미스 2호에 승선해 달 뒷면을 ‘유턴’한 뒤 10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근처 태평양에 착수한 우주비행사 4명은 이날 텍사스주 존슨우주센터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했다.
와이즈먼과 함께 행사장에 나타난 조종사 빅터 글로버, 임무 전문가 크리스티나 쿡과 제러미 핸슨은 지구 중력에 완전히 적응한 듯 수백명 청중이 모인 무대 앞에 똑바로 선 채 활기찬 몸짓으로 귀환 소감을 풀어냈다.
이날 와이즈먼은 지구를 바라보면서 느낀 심경을 고백하며 “집에서 수십만㎞ 떨어져 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사 전에는 (달 근처 우주로 가는 일이) 지구에서 가장 위대한 꿈처럼 느껴졌지만, 막상 지구 밖으로 나가니 가족과 친구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했다.
임무 전문가 쿡은 우주선 밖으로 보이는 작은 지구, 그리고 지구를 둘러싼 어둠을 바라보면서 일종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지구가 우주에 떠 있는 구명보트처럼 보였다”며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는 (아르테미스 2호 우주비행사 같은) 승무원인 셈”이라고 말했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를 통해 인류애에 관한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다.
아르테미스 2호 비행은 비교적 잘 끝났지만, NASA는 과제도 안게 됐다. 우선 발사 직후 고장 난 화장실이다. 우주비행사들이 수리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향후 달 탐사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점검을 해야 한다.
아르테미스 2호 기계 장치 내에서 헬륨 가스가 누출된 원인도 찾아야 한다. 헬륨은 연료를 엔진 방향으로 밀어넣는다. 이번 누출량은 허용치 이하였지만, NASA는 안전을 위해 설계 변경을 추진할 계획을 세웠다.
NASA는 내년 지구 궤도에 아르테미스 3호를 띄워 도킹 시험을 한다. 2028년 발사될 아르테미스 4호에는 사람 2명을 태워 달 표면에 내리게 할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계획을 추진할 NASA 예산이 변수다. 이달 백악관이 공개한 예산안 총 액수는 전년보다 23% 줄어든 188억달러(약 26조3200억원)다. NASA 내 기초과학 예산을 반토막 낸 결과다. 반면 아르테미스를 포함한 유인 우주계획에는 약 10% 늘어난 85억달러(약 11조9000억원)가 배정됐다. ‘선택과 집중’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전직 우주비행사 13명은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NASA 기초과학 연구는 유인 우주계획과 연결돼 있다”고 비판했다. 우주 의료 같은 기초 연구가 달에서 방사선을 이기고 거주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백악관이 이런 지적에 반응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어서 과학계의 우려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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