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탐구생활] ‘기후적응법’ 입법 나선 국회⋯ 실효성 보완은 과제

곽진성 기자 2026. 4. 1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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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기후특위 소위 통해 첫 발걸음
기후적응법⋯더불어민주당 차지호 의원, 국민의힘 김소희•임이자•조지연 의원 4건 발의
기후 리스크 단위 통합적 정책 구조 설계•사전 예방 중심 투자 구조 전환 보완 필요
지난해 7월 19일 경남 합천에 내린 폭우로 한 마을 배수로에 승용차 한 대가 빠져 있다. 연합뉴스

지구의 지축(地軸)이 요동친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 속도가 예상을 앞지르며 복합기후재난이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 사회도 집중호우와 폭염 등으로 인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악화되는 기후위기 앞에 방향을 잃고 생명과 재산을 잃는 안타까운 일도 잇따른다.

이런 절박한 현실에서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기후특위)가 기후재난에 대비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 ‘기후적응법’ 제정을 위해 나섰다.

기후특위는 지난달 소위 회의에서 ‘기후위기 적응 특별법’을 논의하며 입법을 향한 큰 발걸음을 뗐다.기후적응법은 단순한 법률이 아니라, 이미 닥친 재난에 과학적•체계적으로 대응하는 잠재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안은 사회 곳곳의 기후위기 ‘사각지대’를 메우는 실질적 대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실효성 보완’은 풀어야 할 과제다.

높아지는 기후 적응 필요성⋯ ‘감축 편중’ 벗어나야

그동안 우리나라 기후정책의 초점은 온실가스 감축에 맞춰져 있었다. 파리협정과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국제적 감축 의무 속에서 탄소중립을 향한 국가 목표가 중대한 과제였던 것은 분명하다.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 속에서 산업과 직결된 감축 문제가 정책 방향을 주도해온 측면도 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다루는 탄소중립기본법의 주요 내용 역시 감축에 집중됐고, 적응 조항은 선언적 수준에 머무는 경향이 있었다. 독일이 지난 2023년 12월 ‘연방기후적응법’을 제정해 2024년 7월부터 시행했고, 일본도 2018년 6월 ‘기후변화적응법’을 제정해 2024년 개정안을 시행하는 등 기후적응에 방점을 찍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제는 과거 탄소 누적 배출로 인한 기후위기가 이미 오늘날 국내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큰 피해를 낳은 경남 산청•합천 집중호우가 대표적이다. 강력한 폭우 직후 35도 폭염까지 겹치면서 복합 기후재난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온열질환과 정전 위험도 급격히 높아졌다. 사흘간 산청(최대 798㎜), 합천(최대 689㎜)에 쏟아진 폭우는 14명의 사망•실종, 2300여 명의 이재민, 수천 헥타르에 이르는 침수 피해 등 총 5177억원의 피해를 남겼다.

우리가 탄소 감축에 집중하는 사이, 치명적인 기후재난은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이에 따른 사망자와 농작물 피해, 도심 침수, 지역 간 불평등한 회복력은 더 이상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피해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기후위기 적응법’ 제정 필요성이 커진 배경이다.

기후적응법 입법 탄력⋯ “우리 사회 공백 메우기 위한 법”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개최된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기후적응법안에 관한 입법공청회. 연합뉴스

최근 국회에서는 기후위기 적응법 입법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달 19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기후특위)는 소위 회의에서 기후적응법 관련 법안 논의가 진행됐다. 앞서 지난달 12일 국회 기후특위 전체회의에서 관련 법안에 대한 입법공청회, 지난달 9일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기후적응법 제정 필요성과 입법 과제 토론회’가 열려 관심을 환기시켰다. 

기후적응법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차지호 의원과 국민의힘 김소희•임이자•조지연 의원은 각각 ‘기후위기 적응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탄소중립법의 한계로 인한 사각지대 해소를 입법 필요성으로 꼽고 있다. 

민주당 차지호 의원은 이 법에 대해 “우리 사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법”이라고 정의했다. 

차 의원은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재난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현실”이라며 “우리 사회는 탄소 감축에 집중해왔지만, 이미 닥친 폭염•홍수•가뭄 등 기후 충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 지역사회와 산업을 지키는 국가의 책임은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다”며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도 “현행 법으로는 (기후 위기 관련해) 조사•예측·평가 체계나 지역 실행체계를 실효성 있게 뒷받침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는 “최근 폭염, 집중호우, 산불 등 극한기상이 빈번해지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 산업활동, 생태계 전반의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는 인식이 관련법 발의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같은 당 조지연 의원은 “그동안 대응은 온실가스 감축에 치중돼왔지만, 이미 현실화된 기후피해에 맞서는 적응정책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후적응법을 통해 “지역별 피해 양상과 취약계층의 집중 피해를 고려한 정교한 대응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제안한 법안에는 △기후취약성의 정의 △기후위험지도 작성 △위험 실태조사 및 저감사업 △기후보험 활성화 등이 공통적으로 담겼다. 목표는 ‘국가 시스템 제고를 통한 기후적응’ 구축으로 요약된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기후적응법안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높이고, 기후위기 대응사업의 실효성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도 기후적응법 입법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4건의 기후위기적응법안을 통합한 법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탤 예정이다. 기후특위 차원에서 소위 논의가 시작됐고, 법안에 대한 여야와 정부의 공감대도 뚜렷한 만큼 올해 내 입법 가능성이 거론된다. 

오일영 기후부 기후에너지정책실장은 “기후특위 소위에서 논의를 시작했다”며 “4건을 병합 심의할 때 국회 행정실에서 통합안을 만들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정부와 국회의) 공감대가 이뤄진만큼, 법안에 대해 크게 이견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후취약계층 보호 기대 속⋯법안 ‘실효성 보완’ 전문가 제언도

이 같은 기후적응법안에 대해 정책 요소를 폭넓게 반영한 제도화라는 평가와 함께,기후취약계층 등 국민보호와 더불어 경제•산업 피해 최소화 하는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먼저 취약계층의 생명•건강을 보호하는 체계 구축으로 기후회복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란 평가다. 기후보험 활성화와 위험 등급화를 통해 농업, 제조업 등의 산업 손실 경감도 기대된다. 이와함께 녹색기술•산업 육성 촉진 시켜 일자리 창출과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기후위험 평가와 정보 수집관리, 취약성 조사와 지도 작성 등을 통해 사전 대비와 회복력 강화도 주목된다. 

최재철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은 현재 발의된 기후적응법안들에 대해 “기후위험 평가, 취약성 정의, 정보관리체계 구축 등 주요 정책 요소를 폭넓게 포함하고 있어 기후적응 정책을 제도화하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 발의된 법안만으로는 정책 분절 가능성과 실효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최 이사장은 “법안 전반이 여전히 기존 행정 체계를 기반으로 설계돼 있어 실제 기후 리스크의 복합적 특성에 비해 정책이 부문별로 분절될 가능성이 있다”고 염려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발의된 기후적응법안들의 실효성 부족을 지적했다. 류현숙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탄소중립기본법의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특별법안임에도 구체성이 부족하고,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한 메커니즘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류 연구위원은 “발의된 기후적응법안들은 다른 법과 중첩되는 부분이 있는 반면 연계가 충분하지 않은 지점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지방정부는 현장에서 기능적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더불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책무는 규정돼 있지만 점검•예산•인력•전문성 등 실질적 이행체계와 재원 조달 방안은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최 이사장 역시 “적응 정책의 실행력을 좌우하는 재정 구조 측면에서 예방적 투자 확대나 예산 배분 기준 등에 대한 명시적 장치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같은 문제의 대안으로 기후 리스크 단위의 통합적 정책 구조 설계 필요성과 더불어 재정 측면서 사전 예방 중심의 투자 구조 전환 필요성을 제언했다.

세종=곽진성 기자 p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