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히가시 日 라피더스 회장 “2나노 가능하니까 투자하는 것”

고명훈 기자 2026. 4.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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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나노 양산으로 반도체 부흥 ‘승부수’
라피더스 1공장 구축 ‘순항’···연구동 개소식
“정부 엄청나게 투자 중···실패하면 다시 할 것”
테리 히가시 라피더스(전 도쿄일렉트론 회장) 회장이 지난 10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KSDT) 주최로 제주대학교에서 열린 제15회 반디제주포럼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 사진=고명훈 기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라피더스 회장으로서 이 산업을 오랫동안 해오며 일본이 어떻게든 (2나노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말씀드린다."

테리 히가시 라피더스(전 도쿄일렉트론 회장) 회장은 지난 10일 제주대학교 반도체디스플레이연구센터·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KSDT) 주최로 제주대학교에서 열린 제15회 반디제주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일본 라피더스는 2나노 선단 공정을 목표로 조성 중인 훗카이도 치토세 공장(IIM)의 양산체제 구축 과정이 현재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11일 공장 내 공정 기술 개발과 시제품 제작 등을 수행하는 연구동 개소를 진행했으며, 앞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등 핵심 설비 반입도 지속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히가시 회장은 이날 드론으로 촬영한 라피더스의 전격 영상을 공개하며, "현재 연구동이 완성 단계에 있어 내일 개소식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품질을 분석하고 사원들이 일하는 건물과 화학물을 취급하는 유틸리티 존이 있으며, 실제 공장 내부에서 물건을 만드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피더스는 일본 반도체 산업 부흥을 목표로 지난 2022년말 토요타, 소니, 키옥시아,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8곳에서 각각 10억엔(약 94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일본 파운드리 연합체다. 처음은 8곳으로 시작했지만, 후지쓰, 캐논, 혼다 등 20여곳 기업이 추가로 출자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며, 미국 IBM 등도 합류해 올해 총 30곳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히가시 회장은 "1980년대부터 1992년까지 전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50%로 1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 뒤 쇠퇴해 지금은 시장 점유율 8% 정도에 그치고 있다. 점유율을 뺏긴 것뿐만 아니라 최첨단 로직 반도체 기술도 잃어버린 것이 현 상황"이라며, "그동안 미국은 잃어버린 점유율을 다시 부활시켰고, 아시아에선 한국과 대만을 중심으로 반도체는 큰 성장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TSMC, 삼성전자, IBM, 인텔 등 크게 4개 업체가 반도체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2000년대 플래너에서 2010년대 핀펫, 지금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2나노까지 기술이 진행되고 있다"며, "일본엔 르네사스가 있는데 2010년대 40나노미터 수준이었고 지금도 40나노대로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라피더스의 일본 훗카이도 치토세시 1공장(IIM-1) 전경 / 사진=고명훈 기자

다만 최근에는 일본 내 유치에 성공한 TSMC 등 해외 제조사와 선단 공정 협력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일본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 정책을 발판으로 현지에 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며, 이를 통해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히가시 회장은 "최근에 TSMC가 일본 큐슈 공장을 만들어서 28/22나노, 16/12나노, 나중엔 3나노까지 여기서 개발해서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일본은 세계에서 십수년 뒤처지는 상황이며, 이런 가운데 지난 2022년 8월 2나노 GAA 반도체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라피더스는 이런 배경으로 탄생했다"고 말했다.

◇2나노 빅테크 거래선 확보 관건···"정부 엄청 투자하고 있어"

라피더스는 현재 2나노 선단공정 양산 능력을 토대로 북미 빅테크 거래선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내부 관계자들이 미국 현지로 찾아가 영업활동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나노 테스트 웨이퍼 생산은 이미 마친 상태이며, 2027년 외부 고객을 위한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내 훗카이도 치토세시에 1공장(IIM-1)을 건설 중이다. 추후 2공장을 추가하는 등 단계적으로 확장한단 계획이다. 내년 양산 시점 생산능력(캐파)은 월 2만 5000~3만장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양산 준비를 위한 관련 핵심 장비 반입도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IIM-1에는 현재 EUV 노광장비 두대가 반입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EUV 장비는 13.5나노미터 파장의 극자외선을 이용하는 최첨단 미세공정의 핵심 장비로, 7나노급 이하 선단 공정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필수적이다. 라피더스는 장기적으로 10대 도입을 목표로 증설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선 일본이 소재·장비 부문 높은 경쟁력을 앞세워 반도체 제조 부문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글로벌 선두 수준의 소재 기술력과 장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인 EUV 포토레지스트(PR, 감광액) 등 첨단 소재에서 사실상 독점 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도쿄일렉트론(TEL) 등 전세계 반도체 장비 5대 기업에도 포함된다.

그러나 2나노 제품 개발과 생산단계까지는 가능하더라도 실제 대량 양산과 점유율 확보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파운드리는 산업 특성상 오랜 기간 쌓은 양산 경험과 고객사와의 신뢰가 중요한데,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TSMC, 삼성전자 등과 경쟁하기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히가시 회장은 "2나노가 정말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니까 하는 거고, 정부도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다"며,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 실패하면 다음 성공으로 연결하면 되고 반도체 역사가 그래왔으며 그렇게 성장해온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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