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깬 ‘3차 석유 최고가격 동결’…재정 부담 가중 우려

임재섭 2026. 4. 1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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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제유가 상승 흐름에도 불구하고 3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하면서 정책 일관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29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하며 국제유가 변동을 반영하는 구조를 강조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연동 원칙이 흔들렸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석유 최고가격제가 단기적으로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재정 부담 확대와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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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상승에도 가격 유지…연동 메커니즘 훼손 논란
소비 증가·정유사 손실 보전 확대…정책 지속 가능성 시험대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 흐름에도 불구하고 3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하면서 정책 일관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연동 원칙을 내세워 도입한 제도 취지와 어긋난 결정이라는 지적과 함께, 재정 부담 확대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0일 3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하고 2차와 같은 가격으로 유지했다.

최근 국제유가 흐름을 반영할 경우 3차 최고가격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석유 최고가격은 아시아 시장 기준 지표인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MOPS)의 최근 2주 평균 변동률을 반영해 산정된다.

최근 2주간 MOPS 기준으로 휘발유는 1.6%, 경유는 23.7%, 등유는 11.5% 상승하며 인상 요인이 뚜렷했다. 특히 경유 가격 상승폭이 컸던 만큼 가격 조정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다만 지난 8일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며 변동성이 확대된 점이 변수로 작용했다. 정부는 이러한 시장 불확실성과 민생 부담을 동시에 고려해 가격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10일 0시부터 적용된 3차 최고가격을 휘발유 리터(ℓ)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2차 고시 수준에서 그대로 유지했다. 경유의 경우 인상 요인이 컸음에도 화물차 운전자와 농어민 등 생계형 수요자 보호를 이유로 동결이 결정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제도 도입 취지와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29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하며 국제유가 변동을 반영하는 구조를 강조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연동 원칙이 흔들렸다는 지적이다.

가격 동결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경유 가격 유지 혜택이 생계형 수요자뿐 아니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가 차량 이용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정책 설계의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재정 부담 역시 커질 전망이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정유사 손실은 정부가 사후적으로 보전해야 한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유지에 대비해 약 4조2000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이미 이전 가격 산정 과정에서도 유가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손실이 누적된 상황에서 국제유가와 국내 가격 간 괴리가 확대될 경우 재정 투입 규모가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업계에서는 나오고 있다.

수요 관리 측면에서도 부작용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 통계에 따르면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오히려 석유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3월 둘째 주와 넷째 주를 비교하면 휘발유 판매량은 24.7%, 경유는 16.3% 늘었다.

가격 억제로 소비자들이 에너지 절약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주유를 늘린 가수요가 일부 반영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석유 최고가격제가 단기적으로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재정 부담 확대와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가격 통제 정책이 지속될 경우 소비 구조 왜곡과 공급 위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결국 국제유가 연동 원칙과 민생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향후 정책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연구원 이홍 부연구위원, 홍성욱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2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석유 최고가격제는 단기적으로 가격 급등 억제와 소비자 부담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재정 보전 확대나 물량 축소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임재섭 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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