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이면 어때, 방탄소년단이 'K' 그 자체인 걸 [김수영의 스테이지&]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고양' 리뷰
방탄소년단, 4년 만에 월드투어 재개
고양종합운동장서 포문…3일간 13만2000명 동원
신보명 '아리랑' 맞춰 한국적 요소 채워
강강술래 퍼포먼스에 태극기 표현한 무대 바닥
"변화 지켜봐 달라. 열심히 하겠다" 다짐

1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 4만4000여명의 관객이 모인 가운데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BTS' '아리랑' 등이 적힌 깃발과 하얀 천을 들고 무대 중앙으로 몰려든 댄서들은 원형 리프트에 올라선 방탄소년단을 에워싸고 강강술래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국 전통 타악기 리듬에 '지화자 좋다', '얼쑤 좋다' 등의 가사가 들어간 곡 '아이돌(IDOL)'이 나올 땐 아티스트와 댄서들이 단체로 무대 아래로 내려와 스타디움 트랙을 따라 행진했다. 컴백 공연 직전 발목을 다쳤던 RM은 가마를 연상케 하는 의자에 앉은 상태였다.
컴백 앨범에 '아리랑'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면서 '국뽕 마케팅'을 우려했던 방탄소년단. 또 일각에서는 영어로만 된 곡을 타이틀로 내세운 이들을 향해 K팝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이 희미해진다고 지적했다. 고민이 많았을 월드투어의 첫발. 긴 공백기 이후 다시금 출발선에 선 방탄소년단은 부담감을 털어내고 마침내 자신들의 뿌리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20일 정규 5집 '아리랑'을 발매하고 약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컴백했다. 앨범 발매의 연장선으로 여는 이번 월드투어는 K팝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고양 콘서트를 시작으로 아시아, 북미, 유럽, 남미 등 34개 도시에서 총 85회 공연한다. 향후 일본, 중동에서의 공연을 추가할 예정으로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방탄소년단이 투어를 개최하는 건 2022년 4월 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이후 4년 만이다. '전원 한국인' 그룹으로서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되어 온 방탄소년단은 고양에서 월드투어의 포문을 열며 의미를 더했다. 고양 콘서트는 12일까지 총 3일간 진행된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에 따르면 사흘간 총 13만2000여 관객이 공연장을 찾는다.
방탄소년단을 향한 전 세계의 높은 관심과 지지를 증명하듯, 이날 대화역 일대는 팀의 상징색인 보라색 아이템을 장착한 인파로 붐볐다. 보라색 옷, 가방, 모자, 키링에 머리를 보라색으로 물들인 팬들도 많았다. 퓨전 한복을 입고 공연장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한국 아미(공식 팬덤명)는 물론이고, 러시아, 스웨덴, 대만, 호주, 스위스, 페루 등 다양한 나라의 팬들이 응원봉을 들었다.
오프닝은 방탄소년단 음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거침 없고 거친 힙합으로 열었다. 첫 곡은 신보 '아리랑'의 수록곡인 '훌리건(Hooligan)'. 댄서들의 횃불에서 나는 희뿌연 화염을 뚫고 방탄소년단이 모습을 드러내자 천둥과 같은 함성이 고양의 하늘을 찔렀다. 이어 '에일리언스(Aliens)', '달려라 방탄'까지 멤버들은 체력을 아끼지 않고 힘차게 퍼포먼스를 소화했다.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보다 더 뜨거운 열정은 다소 쌀쌀한 저녁 날씨마저 잊게 했다.
오프닝이 끝나자 팬들은 "BTS"를 연호했다. 귀가 얼얼할 정도로 힘찬 외침이었다. 슈가는 "앨범도 그렇고 투어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준비를 많이 했다"면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려고 했기 때문에 조금 낯설 수도 있지만 끝까지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정국은 "아직 추울 수 있지만 저희가 뜨겁게 달궈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신보명을 '아리랑'으로 내세운 만큼 연출 전반에 한국적인 요소를 채웠다. 분명 낯설 수 있는 지점이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성장한 방탄소년단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미학적 접근이기도 했다. 경회루를 모티브로 한 정자형 파빌리온을 360도 무대 중앙에 설치해 모두가 함께 즐기는 연회의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바닥은 태극기를 모티브로 설계, 중앙 원형 무대를 중심으로 건곤감리에서 영감을 받은 돌출무대가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공연 시작 전부터 BGM으로 국악과 민요가 흘러나와 귓가를 사로잡았다. 커다란 전광판에는 한지 질감 위에 수묵화 이미지가 띄워졌다. 공연은 크게 'BTS', '코리아', '아리랑' 세 개의 섹션으로 구분됐는데, '코리아' 섹션에 '아리랑'이 등장하는 '바디 투 바디(Body to Body)'와 국악기 리듬의 '아이돌'을 배치해 분위기를 절정에 이르게 했다.
오프닝을 포함한 'BTS' 섹션은 방탄소년단의 과거와 현재, 이들의 내면 등 아티스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곡들로 채워졌다. '라이크 애니멀스(Like Animals)', '페이크 러브(FAKE LOVE)'에 이어 신보의 타이틀곡인 '스윔(SWIM)'을 만나볼 수 있었다. '스윔' 무대에서는 대형 천을 물결처럼 활용한 연출이 시선을 끌었다. 이어진 '메리 고 라운드(Merry Go Round)'에서도 천을 활용해 승무에서 영감을 받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마지막 섹션인 '아리랑'에서는 미국 빌보드, 영국 오피셜 차트 등 해외를 휩쓸었던 곡 '버터(butter)'와 '다이너마이트(Dynamite)' 무대가 펼쳐졌다. 전체 영어 가사로 된 곡들이다. 공연 말미에 이르니 더 이상 '이게 K팝이냐, 아니냐'의 논쟁은 떠오르지 않았다. 관객과 신나게 호흡하는 방탄소년단, 떼창으로 화답하는 다양한 국적의 팬들, 드넓은 공간을 가득 채운 이들의 웃음이 곧 답이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음악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눈다는 의미의 새로운 '아리랑'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공연을 마치며 슈가는 "여러분들이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날리는 공연이었길 바란다. 예쁜 날, 좋은 풍경을 가지고 간다.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민은 "기다려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좋은 무대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우린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할 거다. 늘 저희 곁에 있어 주시면 감사하겠다. 앞으로도 저희는 여러분 곁에 있겠다"고 말해 박수받았다.
RM은 "'2.0'이라는 이름으로 곡도 내고 많은 변화를 보여드리고 있는데, 중요한 건 변하지 않았다. 우리 7명이 이 일을 같이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여러분을 생각하는 마음이 진심이다. 여길 채워주시는 걸 단 한 번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겸허하게 해나가겠다"며 "이 일을 같이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니까 조금 더 믿어주시고 저희의 변화를 지켜봐 주시고 같이 즐겨주셨으면 한다. 열심히 하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정국은 최근 라이브 방송에서 불거진 언행 논란과 관련해 언급하기도 했다. 팬들에게 절을 하며 인사한 그는 "라이브를 하면서 (일이 있었는데), 어떤 상황이든 간에 여러분들한테 하는 모든 제 행동과 마음은 진심이라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한다. 앞으로도 여러분을 위해서 몸이 부서져라 할 거다. 그냥 기다려주시면 다양하고 멋진 모습으로 보답하는 멋진 가수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이홉은 "공연을 위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어떻게 여러분들에게 좋은 감정을 전달해 드릴지, 좋은 추억을 만들어 드릴지 디테일하고 고민하고 맞춰본다. 그만큼 우리 7명이 무대에 진심이다. 앞으로도 보여드릴 무대가 너무 많다. 최고의 무대들을 계속해서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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