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람페도 제네시스에 “음메, 기죽어”…한국차는 못할 줄 알았는데? 해냈다 [세상만車]

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gistar@mk.co.kr) 2026. 4. 1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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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벤틀리, 도플갱어 탈출
비스포크로 “난 너희와 달라” 실현
제네시스·레인지로버도 ‘유일무이’
사람도 차도 따라하기 vs 달아나기
가수 싸이(왼쪽)와 ‘도플갱어’ 수준의 비주얼과 연기로 인기높은 개그우먼 이수지. 패션은 물론 자동차 분야에서도 도플갱어 현상은 밴드왜건 효과와 스놉 효과를 일으켜 ‘따라하기·달아나기 구매’에 영향을 준다. [사진출처=싸이 SNS,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편집=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TV 홈쇼핑 빠져든 아내가 모처럼 큰맘 먹고 사줬다는 ‘신상 옷’을 입고 출근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디자인, 색상, 재질 등이 마음에 든다면 출근길이 가벼워질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하철 객차 안에 같은 옷을 입은 또래가 많다면 어떨까요. 뭐 화가 날 정도는 아니지만 씁쓸한 기분이 들 수 있습니다. 같은 옷을 입은 또래를 보면서 “혹시 너도?”라고 외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명품은 좀 다릅니다. 지하철이 아니라 백화점에서 같은 명품을 입거나 착용한 사람을 본다면 씁쓸함이 아닌 동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새로 산 자동차라면 어떨까요. 명품과 비슷합니다. 내차와 같은 차종에 같은 색상에 사양(옵션)까지 같은 차를 보도라도 기분이 상하지는 않습니다.

더 나아가 동질감을 느낍니다.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끼리 일부러 만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같은 차를 타는 사람들끼리는 동호회까지 조직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자산 상위 0.01% 사람들 중 일부는 남들과 가지고 싶어하는 명품과 자동차에도 씁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들은 “난 달라”를 일부러 외치지는 않습니다. 그냥 조용히 보여줍니다. 명품푸어·카푸어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할 명품과 차량으로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뽐냅니다.

‘원 오브 원’ 비스포크 정신을 담은 제네시스 G90 윙백 콘셉트,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차량인 로즈 팬텀, 롤스로이스 팬텀 트랭퀼리티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출처=제네시스, 롤스로이스/편집=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심리학·행동경제학·사회학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베블런·밴드왜건·파노플리·스놉 효과가 작용해서입니다.

‘털 없는 원숭이’로 유명한 인류·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에 따르면 ‘자칭’ 신분·계급이 높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말없이 남들에게 자신의 서열을 알릴 수 있는 ‘무언의 도구’를 찾습니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만 소유할 수 있다고 자랑할 수 있는 과시용 도구입니다. ‘의식주’ 가리지 않습니다. 끼리끼리 사교모임도 만들어 과시용 도구를 그들만의 유행으로 만듭니다.

이들은 사회적 지위나 부를 말없이 과시하기 위해 가격이 더 비싼 물건을 흔쾌히 구입합니다.

가격이 비싸질수록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역설적 소비 현상인 ‘베블런 효과’가 발생합니다. 미국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유한계급론’에서 처음 제시했죠.

신분상승을 꿈꾸는 추종자들은 그 유행을 모방합니다. 무리해서라도 그들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가방을 들고,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한번이라도 하려고 합니다.

이 때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밴드왜건·파노플리 효과입니다. 밴드왜건 효과는 일부 부유층에서 시작한 과시 소비를 주위 사람들이 따라 하면서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편승 효과’입니다.

파노플리 효과는 특정 계층이 소비하는 상품을 구입해 해당 계층에 자신도 속한다고 여기는 현상을 뜻합니다. 상품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생각이 그 바탕에 있죠.

“난 달라”를 추구하는 벤틀리. 사진은 벤틀리 플라잉스퍼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자칭 높은 신분·계급의 사람들은 추종자나 모방자가 많아지면 접근하기 좀 더 어려운 유행을 계속 만들어 “난 달라”를 추구합니다.

여기서는 ‘스놉 효과’가 위력을 발휘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구매하면 오히려 그 재화나 상품을 사지 않고 차별화를 시도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다른 사람이 똑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가지고 있거나 다른 사람과 똑같은 서비스를 받으면 기분 나빠하고 다른 제품을 사거나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옮기는 현상도 스놉 효과 때문입니다.

사회학자들도 ‘효과’를 쓰지 않았을 뿐 사실상 같은 결론을 내립니다.

명저 ‘소비의 사회’로 유명한 프랑스 사회학자인 장 보드리야르는 “현대인들은 물건을 소비할 때 ‘사용 가치’가 아니라 ‘기호 가치’를 구매한다”고 밝혔죠.

그는 현대인의 소비는 계급과 계층에 따라 목적이 달라진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상류층이나 부자는 남들과 뚜렷이 구별될 수 있는 ‘달아나기 소비’, 중산층 이하는 상류층과 차이나지 않거나 동질적 연대감을 느끼기 위해 ‘따라가기 소비’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베블런·밴드왜건·파노플리·스놉 효과를 좀 더 쉽게 설명한 셈입니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에르메스와 협업한 비스포크 롤스로이스 팬텀 [사진출처=롤스로이스]
당연하겠지만 돈을 벌고 싶은 자동차 브랜드들은 이같은 심리를 홍보·마케팅·판매 전략으로 철저히 활용합니다.

이 중 가장 고단수인 스놉 효과를 자극해 명품 중의 명품 대접을 받고 있는 자동차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세계 양대 명차 브랜드인 롤스로이스와 벤틀리입니다. 두 브랜드의 ‘난 달라’ 전략의 핵심은 비스포크(Bespoke)라 부르는 ‘맞춤 주문 생산’입니다.

롤스로이스는 코치빌드, 벤틀리 뮬리너를 내세워 벤츠·BMW는 물론 포람페(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보다 한 수 위 브랜드로 자리잡았습니다.

비스포크 모토는 “누구나 가질 수 있다면 이미 가치가 없다”입니다. 도플갱어(doppelganger·자신과 똑같이 생긴 생물체)를 용납하지 않고 ‘세상에 단 한 대뿐인 차’를 만들어줍니다.

안전과 법규에 문제가 없는 한 색상부터 바느질 방법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맞춰주기도 합니다.

맞춤 주문 생산이라 계약한 뒤 2~6개월, 심지어 1년 이상 기다릴 때도 있지만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맛볼 수 있기에 기다림은 고통이 아니라 설렘이라고 합니다.

영국 굿우드에 있는 롤스로이스 공장은 매우 조용합니다. 자동차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컨베이어 벨트나 로봇이 없기 때문입니다. 시트 바느질, 납땜, 광택 작업 등은 사람의 손을 거칩니다.

선택 사양도 무궁무진입니다. 외장 페인트 색상 조합은 4만4000여 가지에 달합니다. 인테리어 소재에도 한계가 없습니다.

내장 가죽 작업에만 장인 60여명이 투입됩니다. 주문자의 앉은키와 다리 길이, 취향 등의 데이터를 받아 한 대마다 450여개의 가죽 조각과 200여개의 패딩 부품을 사용해 시트를 만들죠.

심지어 1906년 스웨덴 키루나에 떨어진 무오니오날루스타 운석(Muonionalusta Meteorite)에서 추출한 광물을 사용한 적도 있습니다.

벤틀리 가죽시트 수작업 장면 [사진출처=벤틀리]
벤틀리도 막상막하입니다. “남들이 포기한 곳에서 시작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영국 크루 공장에서 주문자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줍니다.

뮬리너를 통해 외관 컬러, 인테리어 트림, 베니어, 시트, 벨트, 카펫 등 선택할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적용하면 460억 가지가 넘는 조합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실내에 사용하는 가죽도 특별합니다. 스칸디나비아반도 등 추운 지역에서 자란 황소의 가죽을 씁니다. 모기에 물린 자국이 거의 없어 깨끗하고 가죽이 처지는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방목해 키운 소의 가죽도 사용합니다. 가둬 놓고 기른 소의 경우 울타리에 찔린 상처 흔적이 가죽에 남아 있어서죠.

빈티지 벤틀리의 상징인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풍부한 가죽 냄새’를 재현하기 위해 가죽 태닝공법도 개발했습니다.

벤틀리는 2억년된 희귀 석재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인도 라자스탄과 안드라프라데시 채석장에서 가져왔는데, 공룡들이 살던 쥐라기 때 생성됐다고 합니다.

비스포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바흐 브랜드센터 서울 [사진제공=HS효성더클래스]
20년 전에는 롤스로이스·벤틀리와 함께 세계 3대 명차 브랜드로 여겨졌던 메르세데스-마이바흐도 ‘마누팍투어’로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마누팍투어는 특별한 외장 색상, 고품질의 인테리어 소재를 고객이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 옵션입니다.

마이바흐는 중국, 미국과 함께 세계 3대 핵심시장으로 떠오른 한국에 공들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한국에 전용 공간 ‘마이바흐 브랜드센터 서울’을 세웠죠.

HS효성더클래스가 운영하는 이곳을 찾으면 맞춤형 고객 경험, 품격 있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결합해 엄선된 브랜드 경험을 누릴 수 있습니다.

마누팍투어 월존에서는 ‘유아독존’을 첨단 디지털 경험을 통해 맛볼 수 있습니다.

컬러·소재·인테리어 파츠를 실제 대형 월(Wall) 디스플레이를 통해 조합해볼 수 있습니다. 시각적으로 직관적으로 ‘실물 색상, 소재’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도망칠 테면 도망쳐 봐”
JLR코리아가 서울 강남에 문을 연 SV 비스포크 스튜디오.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명차 브랜드들이 비스포크로 ‘달아나기 전략’을 적극 펼치자 준 명차 브랜드들은 ‘따라하기 전략’으로 추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베블런·밴드왜건·파노플리 효과의 ‘약발’이 예전보다 못한데다 자동차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입니다.

포르쉐는 ‘존더분쉬’를 내놨습니다. 포르쉐코리아는 지난 2022년 세계적인 케이팝 스타인 블랙핑크 제니(제니 루비 제인)와 함께 존더분쉬 결과물을 내놨습니다.

제니의 꿈과 아이디어,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디자인한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 포 제니 루비 제인’을 공개했죠.

JLR도 특별한 차량을 전담하는 ‘재규어 랜드로버 스페셜 비히클 오퍼레이션(Jaguar Land Rover Special Vehicle Operation, 이하 SVO)’를 통해 세상에 단 한 대 뿐인 차량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JLR코리아는 최근 ‘수입차 메카’ 서울 강남에 국내 최초 SV 비스포크 스튜디오를 열었습니다.

구매자는 이곳에서 직접 디자이너가 돼 자신만의 차량을 만드는 ‘7단계 커미셔닝 프로세스’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SV 비스포크 페인트 팔레트, 비스포크 자수 및 귀금속 소재 디테일링 등을 통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레인지로버를 가질 수 있습니다.

비스포크를 적용할 유력 차종인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사진출처=현대차]
국산차는 없을까요? 현대차그룹의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비스포크를 이미 5년 전 선보였습니다.

제네시스는 지난 2021년 중동에서 오일머니를 겨냥해 ‘원 오브 원(One of One) 프로그램’을 가동했죠.

원 오브 원은 ‘세상에 단 하나’라는 뜻으로 ‘유일무이’ 예술 작품과 수집품을 지칭하는 예술계 용어에서 유래했습니다.

제네시스는 중동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원 오브 원’을 한국에서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색감·소재·장식 분야 장인들과 함께 구매자가 원하는 희소성 높은 ‘유일무이 제네시스’를 만들어준다고 하네요.

“난, 너와 같은 부류야”, “아니야, 난 너희와 달라”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는 끝이 없습니다.

아마 운전자가 필요없는 자율주행 차량 시대에도 ‘따라하기’와 ‘달아나기’는 계속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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