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공연 논쟁의 본질…왜 우리는 ‘국익’을 말하기 불편해졌나

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 2026. 4. 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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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주의 트라우마가 만든 문화 담론의 역설
눈앞의 불편과 손해에 가려진 공동체의 이익

(시사저널=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

최근 매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광화문 공연은 한국의 국익에 큰 보탬이 되는 행사로, 타국의 부러움을 살 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정작 수혜국인 한국의 누리꾼들과 일부 매체가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행사 진행상 기술적 문제를 지적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회사와 특정 가수에게 공공 광장을 사용하게 한 것이 특혜라며 문제 삼았다. 심지어 공연 자체를 원천적으로 불허했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비난까지 등장했다.

이것은 일회성 논란이 아니다. 이전부터 지속된 문화계의 흐름과 누리꾼 여론이 맞물리며 나타난 현상이다. 문화 담론장에서는 오래전부터 '국익'이라는 가치에 대한 거부반응이 존재해 왔다. 대중예술인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대중예술을 둘러싼 담론을 형성하는 문화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들의 영향을 받은 일부 매체에서도 꾸준히 나타나던 모습이다.

방탄소년단(BTS) 공연 종료 다음 날인 3월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BTS 팬들이 철수 중인 무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주의 비판에서 비롯된 '국익 거부'

대다수 나라에서 문화 담론장은 대체로 진보적 지식인들이 주도한다. 보수진영은 도덕이나 사회질서를 앞세워 문화적 표현을 억압하는 경우가 많아, 개인의 자유로운 표현을 중시하는 진보적 지식인들이 문화 담론장을 이끈다. 진보는 대체로 좌파적 성향을 띠는데, 전통적인 좌파는 과거 계급 문제를 핵심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계급의식의 각성을 가로막는 국가주의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진보좌파는 본래 '국가'나 '국익'을 전면에 내세우는 데 우호적이지 않았다. 현실 사회주의권이 붕괴한 이후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강화됐다. 계급 중심의 사고에서 나아가, 동일 계급 내부에서도 발생하는 다양한 권력관계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노동계급 내부에서도 성적 정체성이나 인종 등에 의해 여러 가지 차별이 생겨날 수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여성주의, 인종주의, 성소수자 담론 등이 21세기 진보 의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된 이유다.

이 과정에서 '국가'라는 거대 단위에서 점점 멀어지고 개별 주체에 집중하게 되자, '국가, 국익, 민족'을 내세우는 것은 촌스럽거나 부당하며, 심지어 폭력적인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러한 사상적 흐름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현대 유럽에서 전개되면서 한국 문화 지식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유럽에는 국익을 내세운 제국주의 침략과 세계대전, 그리고 국가를 앞세운 전체주의 체제를 통해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킨 역사가 있다. 그 반작용으로 '국가'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졌다. 그러나 우리는 국익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로, 유럽 제국과는 전혀 다른 조건이다.

그럼에도 한국 역시 군사정권 시절 국가를 앞세운 전체주의적 통치를 경험했다. 당시 통기타 음악인 단속 등 대중예술계에 대한 탄압이 극심했기 때문에, 문화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국가를 내세운 대중 선동에 대한 거부감이 일종의 상식처럼 자리 잡았다. 이런 배경 속에서 '국익을 위해 방탄소년단 공연에 공공 광장 사용을 허가하고, 국가가 질서 관리를 맡으며 시민들이 일정 부분 불편을 감수하자'는 주장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거부감은 행사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를 확대 해석하고 비난하는 방식으로 표출됐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광화문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 발매를 기념해 무료공연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국익보다 '체감 손해'에 민감하게 반응한 대중

문화담론계의 이러한 흐름과 달리, 일반 누리꾼들의 반응은 또 다른 결을 보인다. 온라인에서는 이른바 '국뽕' 콘텐츠가 유행할 정도로 국가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향도 존재한다. 한국이 잘나간다는 소식에 개인적 자부심과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류 역시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한국 스타가 주목받는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자긍심을 느낀다. 그러나 이번 방탄소년단 공연은 서울 도심, 그것도 광화문 일대의 교통 통제를 수반했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젊은 누리꾼들은 이익과 손해에 매우 민감하다. 도심 통제와 각종 잡음은 곧바로 '손해'로 인식됐다. 여기에 공적 시설인 광장을 사용하면서 충분한 사용료를 내지 않았다는 인식이 더해지며 부당하다는 감정이 확산했고, 결국 맹비난이 터져나온 것이다.

도심 통제와 언론보도를 통해 체감되는 시민 불편은 직접적이고 즉각적이다. 반면 방탄소년단 공연이 가져오는 국익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를 이해하려면 두 단계의 사고가 필요하다. 첫째, 이 공연이 어떻게 국익으로 이어지는지, 둘째, 그 국익이 개인의 삶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인식이다. 그러나 많은 젊은 누리꾼은 이러한 추상적 논리보다 당장의 불편이라는 구체적 손해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때 젊은 층은 수출 대기업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이러한 기업 활동이 결국 국가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금은 오히려 응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는 충분히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 한류 기획사 역시 국가의 이익에 기여하는 존재임에도, 온라인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는 제조업처럼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아니라, 국가의 '상징 자본'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기여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의 브랜드 가치, 즉 상징 자본을 높이는 일은 단순한 수출 못지않게 중요한 경제적 효과를 낳는다. 그리고 국가의 이익은 결국 그 안에 속한 개인의 이익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인식이 보다 분명해질 필요가 있다. 한류 기획사와 스타의 활동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의 이익 때문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의 이익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국익'이라는 개념이다.

현재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가장 압도적인 국익을 창출하는 기념비적 스타는 방탄소년단이다. 이번 광화문 공연 역시 그와 같은 효과가 충분히 예상됐던 행사였다. 오히려 국가 차원에서 유치에 나서야 했을 성격의 이벤트다. 그런데 이를 사기업인 하이브가 주도했다는 이유로 비판이 집중됐고, 결과적으로는 찬사보다 악평이 더 크게 부각됐다.

이처럼 국내 여론이 냉담할 경우 앞으로 한류 기획사와 스타들은 국내 대형 이벤트에 더욱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우리 모두의 손해다. 국익은 단순한 국가주의적 구호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실질적 이익과 연결된 개념이다. 한국은 그동안 국익을 위해 수출 대기업을 지원하며 경제 성장을 이뤄왔고, 그 성과를 사회 전체가 공유해 왔다. 한류 엔터테인먼트 산업 역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류 기획사와 스타의 활동을 보다 관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견제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그 성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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