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ICT]CDMA 30년, 이제는 AI로 잇는다
3G·4G 표준선점 실패도…6G 'AI 고속도로' 열어야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가 7년 차에 접어들면서 이제 통신업계의 시선은 다음 단계인 6G로 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청사진 뒤로 통신사들의 표정은 복잡합니다. 지난해 발생한 해킹 사태와 해소되지 않는 5G 품질 논란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임직원들에게 '본질에 충실하자'고 당부하는 것도 지금 서있는 발판이 튼튼해야 미래를 향해 훌쩍 도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거머쥔 'CDMA 종주국'
대한민국 이동통신은 1990년대부터 본격화됩니다. 휴대전화, 카폰 등 무선통신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정부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승부수를 던집니다. 당시 해외에선 TDMA(시분할다중접속) 방식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우리나라는 조금은 생소한 길을 택합니다. 미국 벤처기업인 퀄컴이 개발 중이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를 써보기로 한 것이죠.
TDMA가 한 명씩 순서를 정해 말하는 방식이라면 CDMA는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해도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보안도 더 잘되고 수용할 수 있는 통신 데이터양도 더 많죠. 그러나 우리는 CDMA 기술이 없었기에 퀄컴과 손을 잡습니다. 정부와 퀄컴, 그리고 SK·삼성·LG가 팀을 이뤄 당시 거금인 1000억 원을 쏟아부었습니다. 이론만 존재하던 기술을 실제 서비스로 구현하려는 리스크가 큰 모험이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1996년 1월3일 오전 9시1분, SK텔레콤은 세계 최초로 CDMA 통화에 성공했습니다. 1호 가입자인 정은섭 씨가 남긴 "일반 유선전화처럼 감도가 깨끗하다"는 소감은 이동통신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속 장면으로 기록되었습니다.
CDMA 성공은 한국 경제의 판도도 바꿨습니다. 2002년에 쓰인 ETRI 보고서에 따르면 GDP 대비 정보통신 산업 부가가치의 비중도 1997년 8.6%에서 2001년 12.9%까지 급등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국내 테스트베드에서 단말기 제조 기술력을 다진 뒤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갔습니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CDMA 상용화로 무선통신업은 IMF 위기에서 유일하게 성장한 업종"이라며 "휴대폰 등 제조업과 5G 기술 진화의 발상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두 번의 실책과 5G가 남긴 과제
뒤이은 3G 시대에도 CDMA의 계보는 이어졌습니다. 우리나라는 CDMA 상용화의 주도권을 3G 표준으로 이어가려했으나 그 과정에서 다소 잡음이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비동기식(WCDMA)과 동기식(CDMA 2000)을 모두 준비하길 원했으나 당시 통신3사는 모두 세계 기술 표준인 비동기식 사업권을 할당받길 원했습니다. LG유플러스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동기식 사업권을 가져갔지만 사업성이 좋지 않아 나중에 사업권 자체를 반납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4G 시대에서도 우리는 기술선점에 실패했습니다. 국내 통신사들은 와이브로라는 기술을 선점한 반면 세계 시장은 WCDMA 기술의 확장판인 LTE(롱텀 에볼루션) 기술을 중심으로 가고 있었죠.
두 차례의 실책을 겪은 뒤 2019년 한국은 5G를 세계최초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내실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커버리지 논란과 4G 대비 차별성 부족에 대한 비판이 여전합니다. 지난해는 해킹사태가 터지면서 전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하기도 했죠.
CDMA가 닦은 길, AI가 계승
이제 통신사들은 6G로의 도약을 준비합니다. 6G는 단순히 스마트폰 속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자율주행차, 피지컬 AI, 스마트팩토리 등 산업 현장의 핵심 신경망이 될 것입니다. 막대한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AI가 네트워크 운영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이른바 'AI 고속도로' 시대가 열리는 것이죠. 이미 통신사들은 글로벌 제조사들과 손잡고 기술 개발에 착수하는 등 준비에 나섰습니다.
30년 전 CDMA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성공의 기억은 통신 역사에 분명 소중한 자산입니다. 하지만 6G라는 새로운 무대는 과거의 방식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AI와 네트워크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기술 도약을 앞두고 차분하고도 치밀하게 대응해야 할 시점입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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