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여러 재판에서 증거 교차 활용한 변호사에 “정당행위”

여러 원고가 같은 피고에게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피고 측 변호사가 각각의 재판을 통해 확보한 증거를 교차 활용한 것은 정당행위라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은 지난 2월26일 금융실명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A씨에 대해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B씨와 C씨가 D씨 외 2명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D씨 외 2명의 소송을 대리했다. B씨와 C씨는 과거 E씨에게 고용됐는데, E씨가 2021년 사망하자 상속인인 D씨 외 2명에게 체불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B씨와 C씨가 따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재판도 별개로 진행됐다.
A씨는 두 소송에서 피고를 동시에 대리하면서 각 원고의 계좌 거래 내역 및 소득 금액 정보를 교차 활용했다. B씨의 은행 거래 내역을 C씨 사건 재판부에, C씨의 은행 거래 내역과 소득금액증명을 B씨 사건 재판부에 제출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행위를 유죄로 보고 벌금 5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A씨가 소송대리인으로 업무를 담당하면서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했던 자’에 해당해 구 개인정보보호법의 ‘누설’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A씨는 변호사로서 금융거래정보나 소득금액 증명 등과 같은 정보는 법원의 제출명령 또는 문서송부촉탁 등 특별한 조치 없이는 취득할 수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A씨 행위가 금융실명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이다. 정당행위에 관한 형법 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정당한 소송행위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두 민사 사건의 주요 쟁점과 사실관계, 증거가 공통되고 원고들의 동일한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A씨가 (원고들의) 거래 내역, 소득 금액 증명 등을 증거로 제출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유출한 정보에) 민감 정보가 포함됐다고 볼 증거가 없고 이를 받은 제3자가 법원이라는 사정까지 보면 사회 통념상 용인할 수 없는 범위를 벗어난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쉽지 않다”며 재판을 원심법원에 돌려보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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