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없는' 남북 관계…"평화 공존과 비핵화·통일 상충"
미 학자, 비핵화·통일 정책 근본 재검토 제안
북미 회담서 '비핵화' 빠질 가능성 대비
헌법 4조, 자유민주적 평화 통일 명시
"의도 선량해도 북엔 적대적 흡수 통일"
"이재명, 정치적으로 강력해 논쟁 감당"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고유한 도전은 비핵화와 통일이라는 남한의 오랜 핵심 이익이 '평화 공존' 촉진이란 목표와 상충한다는 점이다."

북, 이재명 정부의 '선의' 못 믿는 이유
"비핵화·통일 목표와 평화 공존 상충"
취임 이후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광복 제80주년 경축사를 통해 ▲ 현 북측 체제를 존중한다 ▲ 어떤 형태의 흡수 통일도 추구하지 않는다 ▲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 없다는 대북 3원칙을 천명한 데 이어, 9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선 남북 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한 ▲ 교류(Exchange) ▲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 비핵화(Denuclearization), 3단계 'E.N.D' 구상을 내놓았다.
북한의 적대적 태도는 얼마 전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줬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가를 우리 정부가 '긍정적'으로 해석하자 곧바로 "희망 섞인 해몽"(장금철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라고 일축하고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적수 국가"라고 못 박은 데서 재확인됐다.

헌법 4조, 자유민주적 평화 통일 명시
"의도 선량해도 북엔 적대적 흡수 통일"
통일 문제도 거론했다. 헌법 제4조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돼 있고, 제66조 3항은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명시했다. 전문에도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라는 대목이 있다. 이에 박 연구원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해 평화적 통일을 달성하겠다는 한국의 헌법적 책무가 의도 면에선 선량해도 북한의 관점에선 적대적인 흡수 통일 추구나 마찬가지다"라고 풀이했다.
박 연구원은 "서울의 평화 공존 의지에 대해 평양을 안심시키는 일은 극히 도전적 과제로 남을 것이며, 아마도 선의를 과시하는 정도론 안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구축함 최현호의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화상 방식으로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이날 순항미사일 6발이 발사됐다. [조선중앙TV화면] 2026.3.11.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2/552865-A1PVkLX/20260412102454347fctj.jpg)
비핵화·통일 정책 근본적 재검토 제안
북미 회담서 '비핵화' 빠질 가능성 대비
이재명 대통령이 그런 예민한 논쟁을 감당할 만큼 "정치적으로 충분히 강력"하고, 한국의 대중들도 점점 더 그런 논쟁에 "준비된" 걸로 보인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현재 대다수 한국인은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많은 이들이 통일을 불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국가 목표에서 비핵화와 통일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은 '급진적'일 수 있지만, 한국의 장기적 안보를 위해선 회피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단기적으론 북미 회담 대비 차원에서다. 이란 전쟁에서 사실상 전략적 패배를 맛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을 이를 만회할 외교 성과를 거둘 기회로 여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5월 중순께 베이징을 국빈 방문하는 기간을 전후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회담이 열리면 동맹국 무시, 일방적 의사결정, '큰 승리'를 위한 도박, 김정은과의 친분 등 온갖 '트럼프 요소들'이 김정은에 유리하게 합의를 맺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비핵화를 의제에서 빼고 군비 통제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만큼, 이재명 정부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앤드류스 합동기지로 떠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 04. 11 [로이터=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2/552865-A1PVkLX/20260412102455626wjub.jpg)
남북, 군비 경쟁 관리 위해 소통 필수
비핵화·통일 목표가 걸림돌이 될 수도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엔 남과 북이 "부분적이고 단계적인 비핵화를 전제로 한 합의를 진전시키고자 협력"했지만, 7년이 지난 지금은 비핵화를 놓고 남과 북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평양은 비핵화를 완전히 배제했지만, 이재명 정부는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며 미국 관리들의 비핵화 약속을 보장하도록 노력해 왔다"며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비핵화 '약속'이 반드시 트럼프 자신의 고정된 포지션을 나타내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평양은 아마 이 점을 이해하고 트럼프와의 대화 문을 열어두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평양은 서울과의 대화를 계속 거부하고 워싱턴과의 어떤 외교적 진전에서도 서울을 배제할 더 많은 이유를 갖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한국의 장기적 대북 정책 차원에서도 비핵화와 통일 목표를 재고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미국이 대북 억지를 우선순위로 삼지 않는 상황에서 고도화하는 핵 능력을 갖춘 북한과 아무런 소통 채널과 안전장치가 없이 현재의 적대적 상태를 유지하는 건 "외교를 추구하는 건 고사하고 억제력 유지조차 점점 더 어렵게 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다가올 질문은, 특히 미국이 여러 안보 공약의 우선순위를 동시에 정하느라 고전하는 상황에서 현상 유지가 지속 가능한지다"라고 경고했다.
박 연구원은 "결국 북한과의 외교는 한반도에서 장기적으로 매우 적대적이고 불안정한 군비 경쟁이 될 상황을 보다 관리가 가능한 상호 억지 관계로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면서 "만약 비핵화와 통일의 추구가 그 길을 막는다면, 한국의 장기 정책 구상을 위해선 이 목표들을 재검토하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