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승계로 요동치는 M&A 시장”…한일 크로스보더 딜 커진다
‘기술력·현금흐름’ 갖춘 일본 지방기업…PE 레이더망에
GMA “발굴부터 실행까지 크로스보더 딜 핵심되고파”
소비재·제조·반도체·헬스케어로 한일 M&A 자금 몰려
[도쿄=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일본 인수·합병(M&A)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조짐은 지난해부터 있었다. 글로벌 침체에도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이끄는 M&A 거래건수와 거래액이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로펌 호건 로벨스(Hogan Lovells)는 일본 사모펀드 시장이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간 일본 자본시장에서는 공격적이고, 단기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모습에 사모펀드를 꺼렸다. 장기적 안정 추구하는 일본 문화와 상충한다고 여겨서다.
일본 M&A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킨 주인공은 ‘기업승계’ 딜(deal)이다. 피치북은 지난해 일본 사모시장이 거시경제 환경 둔화에도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고 했다. 기업이 여러 사업부 중 일부를 떼어내 매각하는 카브아웃(Carve-out)이 늘어 전체 거래 건수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더 확실한 이유는 기업승계 딜이 중소형 거래를 견인해서다.
일본에서 기업승계 딜은 전체 M&A 거래에서 절반 이상을 자치한다. 지방 중견기업이 고령화와 높은 상속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정부 정책이 맞물리며 일본 지방 기업이 처한 승계 위기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제3자 승계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다. 이런 기업승계 시장을 사모펀드가 파고들고 있다. 이들은 승계 이슈를 겪는 지방 중견·중소기업에 투자해 롤업 전략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이데일리는 일본 M&A 자문사인 글로벌M&A파트너스(GMA)의 후지와라 히로키 대표를 도쿄 미나토구 토라노몬 지구에 있는 본사에서 만났다. GMA는 크로스보더 거래에 중점을 둔다. 전략적 투자자(SI)와 사모펀드를 포함한 해외 투자자와 일본 기업 간 가교 역할을 한다. 후지와라 대표는 “일본이 지닌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에 한국 기업식 마케팅 전문성·속도를 결합하면, 아시아 시장 전반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질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일본 M&A 시장 분위기와 한일 크로스보더 딜이 지닌 잠재력을 물었다.

승계 공백 커진 지방 중견기업 파고드는 PE들
일본에서 사모펀드가 주도하는 M&A 거래규모와 건수는 증가 추세다. 글로벌 대체투자 관련 데이터제공 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사모펀드는 총 274억달러(약 40조 3684억원) 규모 277건 거래를 성사시켰다. 거래 규모만 놓고 보면 2024년 117억달러(약 17조 2376억원) 대비 135% 증가한 수치다. 이는 아시아태평양(APAC) 전체 시장과 상반된 분위기다. 지난해 APAC에서 사모펀드가 이끈 총 거래액은 864억달러(약 127조 2758억원)다. 지난 5년간 평균치인 1185억달러(약 174조 5623억원)에 못 미치는 액수다.
전문가들은 글로벌·현지 사모펀드가 M&A 거래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로 ‘양질의 자산이 충분히 침투되지 않은 점’을 꼽았다. 일본은 지역 경제를 중심으로 성장한 대기업 수가 상당하다. 이를 필두로 포진한 수많은 중견기업은 기술력, 견고한 고객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유한다. 그러나 기업을 이을 후계자가 부족하거나, 성장을 위한 자본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밸류에이션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때 지방 중견·중소기업 M&A 거래는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 체결되는 딜에 비해 경쟁이 덜 치열하다. 가격이 합리적이거나 할인된 밸류에이션으로 투자할 기회를 포착할 가능성이 크다.
후지와라 히로키 GMA 대표는 이런 현지 분위기가 국내 사모펀드들과도 맞는다고 설명했다. 후지와라 대표는 “한국 PEF 운용사는 재무적 수익뿐 아니라 해외 진출, 디지털 전환(DX), 롤업 전략 같은 사업 성장 이니셔티브를 통한 가치 창출에도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본 중견기업이 직면한 과제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했다.
국내 사모펀드가 일본 기업승계·중견기업 매물에 관심을 가진지 10년이 넘었다. 그간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온다. 그는 “일본 딜은 오너·경영진과 신뢰를 구축하는 기간이 다소 길다는 점뿐 아니라, 거버넌스와 공시 기준·크로스보더 의사결정 과정 등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실무적인 과제가 존재한다”고 조언했다.

한일 크로스보더 M&A…구조적 성장 국면
GMA는 지난 2월 법무법인 디엘지(DLG)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양사는 네트워크를 결합해 미공개 정보를 포함한 초기 단계 투자·인수 기회를 신속하게 포착한다는 방침이다. GMA는 이번 MOU로 단순한 자문사 역할을 넘어선다는 포부다. 딜 발굴부터 실행까지 주도적 역할을 하는 크로스보더 M&A 거래 속 핵심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목표다.
GMA가 한일 크로스보더 딜에 관심을 둔 이유는 명확하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거래 파이프라인을 만들기에 구조적으로 성장 기회가 많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후지와라 히로키 대표는 “일본과 한국은 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깝고 이미 비즈니스 관계의 기반이 형성돼 있어 다른 크로스보더 거래보다 실행 장벽이 낮다”며 “이는 시장을 특히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후지와라 대표는 최근 한일 크로보더 M&A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 △안정적인 현금흐름 △시너지 창출 여지라는 세 가지 핵심 기준을 충족하는 분야에 자본이 집중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분야로 △소비재(식품, 뷰티, 라이프스타일 제품·브랜드) △제조업 △반도체·첨단 기술 △헬스케어·의료 서비스를 꼽았다.
그는 “일본 지방 중견기업과 한국 사모펀드 자본의 결합은 지속적으로 딜 흐름을 만들어낼 전망”이라며 “향후 한국 사모펀드가 집중하는 투자 테마에 맞춘 딜 구조 설계, 크로스보더 인수후통합(PMI)을 명확히 염두에 둔 거래를 실행시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소영 (soz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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