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출퇴근시간 쓰게 했다”…알바생 45%는 계약서도 없다는데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2026. 4. 1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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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근로 권익 지키려다 노무사 되기로 결심”
34기 공인노무사 시험 합격한 허은세 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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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이 된 A씨는 패스트푸드점 앞을 지날 때면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고등학교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A씨가 일하던 매장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규칙이 있었습니다. 사장님이 “잠깐 그만뒀다가 다시 계약하자”라고 말하곤 했는데요. 그렇게 아무 설명 없이 A씨는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며 2년 넘게 일했습니다.

근무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일정 근무시간을 초과하면 출퇴근 기록 기계가 아닌 종이에 시간을 적도록 한 겁니다. 나중에야 주휴수당과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한 방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A씨 사례는 결코 특별하지 않습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 근로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근로 청소년의 45.2%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약 30%의 청소년이 임금 체불, 휴게시간 및 초과수당 미지급, 근로시간 위반 등 각종 부당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일각에서는 근로 환경이 개선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3명 중 1명은 제대로 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이 부당한 대우를 겪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고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직업이 바로 ‘노무사’입니다.

지난해 34기 공인노무사 시험에 합격한 허은세 씨(24)는 노무사를 ‘노동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고 조율하는 전문가’라고 설명했습니다. 노동 사건을 대리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조사·판단 등 기업 인사 관리를 주 업무로 수행합니다. 아르바이트와 관련된 노동 문제 역시 업무에 포함됩니다.

그는 근로 청소년이 당할 수 있는 부당한 대우를 예방하기 위해 “청소년은 반드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은 뒤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며 계약서에는 근로시간, 휴일, 임금 지급일, 휴게시간 등의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부모나 다른 성인이 청소년을 대신해 근로 조건을 협의하거나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며 “법에서 정한 기준에 맞지 않는 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허은세 씨가 수험기간 중 사용했던 볼펜 심. 본인 제공.
이미 부당한 일을 당했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청소년 근로 권익센터’를 통해 노동 상담과 권리구제를 지원받을 수 있으며, 임금을 받지 못한 경우엔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부당 해고를 당했다면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이 가능합니다.

아울러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계좌 입금 내역이나 근무 기록 등으로 근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입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청소년 노동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는데요. 이 같은 현실이 노동 권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 역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상 속 아르바이트 법령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고, 관련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노무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허씨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근로자를 대리하고, 노사 간 갈등을 조정해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습니다.

23세라는 이른 나이에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확신’이었습니다. 대학 시절 다양한 동아리와 학회 활동, 공모전에 참여하며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탐색했고, 그 과정에서 ‘사회공헌’이라는 가치와 노무사라는 직업이 맞닿아 있음을 깨달은 겁니다.

다만 수험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약 2년간 시험 준비에만 매진하며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권리 보호에 기여하고, 기업과 근로자 사이의 갈등을 조정해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끝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34기 공인노무사 시험에 합격한 허은세 씨가 아르바이트 관련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지금 당장 꿈이 없다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그는 청소년들에게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습니다. 처음부터 진로가 명확하지 않아도 괜찮으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방향이 보인다는 겁니다.

노무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직업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히 안정성을 이유로 선택하기보다 노동 문제와 법률에 대한 관심이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감 능력과 함께 균형 잡힌 판단력 역시 중요한 자질로 꼽았습니다.

관련 과목으로는 사회탐구 영역의 ‘정치와 법’을 추천했는데요. 더불어 경영학의 생산관리, 인적자원관리, 조직행동론 등은 실제 시험과도 연관성이 높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 환경 속에서 근로자의 목소리가 소외되지 않도록 공감하면서도 공정한 판단을 내리는 노무사가 되고 싶다”며 “일하는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김덕식 기자·박연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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