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줄 서도 못 산다”…마스터스 뒤덮은 지하의 정령 ‘노움’ 열풍

김세훈 기자 2026. 4. 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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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2026 마스터스 토너먼트 연습 라운드에서 한 관람객이 노움 인형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AFP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해가 뜨기도 전인 오전 7시 직전, 수천 명의 관중이 입구에서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보안 요원의 “뛰지 말고 천천히 이동하라”는 통제 속에서도 발걸음은 빨라졌다. 목적지는 단 하나, 골프 코스가 아닌 기념품 매장이었다.

이들이 노린 것은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의외의 스타’인 정원 장식 인형인 ‘노움(gnome)’이다. 실제로 개장 45분 만에 하루 물량이 매진될 정도로 수요가 폭발하며, 일부 관람객은 새벽 3시부터 대기 줄에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노움은 키 약 30㎝ 남짓 작은 인형으로, 하얀 수염과 둥근 몸, 독특한 복장을 특징으로 한다. 매년 디자인이 바뀌며 2026년 버전은 네이비 조끼와 우산을 든 모습으로 제작됐다. 이 인형은 대회 기간 동안 현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어 희소성이 극대화된다. 실제 판매가는 약 59.95달러지만, 온라인 재판매 시장에서는 최대 1만4000달러까지 거래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노움은 원래 유럽 전설에 등장하는 존재다. 땅속에서 보물을 지키는 ‘지하의 정령’으로 묘사되며, 긴 수염과 작은 체구를 지닌 요정 같은 형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미지가 현대에 와서는 정원 장식품으로 변형됐고, 마스터스에서는 이를 상징적 기념품으로 활용하며 독자적인 팬 문화를 형성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른바 ‘그노메니아(노움 열풍)’로 불리는 과열 현상이 두드러졌다. 애슐리 디시몬은 오전 5시 20분에 도착하고도 이미 수천 명이 앞에 줄 서 있는 상황을 목격했고, 약 2000명이 별도 대기 구역으로 이동해야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람객 그레그 포스트마는 매장 내에서 밀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CNN은 “노움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몰려든 관람객들로 매장이 순식간에 마비될 정도였다”며 “과열된 구매 경쟁이 기존 마스터스의 질서와 에티켓 문화에 긴장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정원 장식 인형 ‘노움(gnome). 로이터

그러나 구매 열기의 이면에는 단순한 투기 수요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아리엘라 로빈슨은 “정원을 만들어줄 집이 필요하다”며 노움을 단순 상품이 아닌 개인적 의미를 지닌 존재로 설명했고, 카일 스미스는 세상을 떠난 가족과의 기억을 떠올리는 상징으로 이를 수집하고 있다.

지역 주민 케네스 로크는 노움 복장을 그대로 재현해 매년 대회에 등장하는 인물로, 관람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또 다른 ‘살아 있는 노움’으로 자리 잡았다.

마스터스 조직위원장 프레드 리들리는 노움 생산 중단 여부에 대해 “중요한 질문이지만 답할 수 없다”고 밝혀, 희소성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지리라 예상된다. CNN은 “노움 열풍은 스포츠 이벤트가 경기 그 자체를 넘어 소비와 문화, 감정이 결합된 복합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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