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LG 떠난 교실, ‘중국산’이 점령…3.4조 투입된 ‘정부 실패’
‘브랜드만 국산’ 속내는 중국산…공급망 관리 사각지대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을 위해 전국 학교에 보급된 스마트 단말기의 핵심 부품인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대부분이 중국산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을 종료한 사이, 수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 공공 조달 시장이 중국 기업들의 수익처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 삼성·LG 떠난 자리, 중국 업체가 ‘독식’
가장 뚜렷한 특징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사업 철수 시점과 중국산 패널의 점유율 확대가 일치한다는 점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2년 6월 LCD 사업을 종료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같은 해 말 파주 P7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2024년 9월에는 중국 광저우 LCD 공장마저 중국 업체인 CSOT에 매각하며 OLED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문제는 기업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사업을 접으면서 발생한 공급망의 공백을 정부가 사실상 방치했다는 점이다. 삼성과 LG가 떠난 빈자리는 고스란히 중국 기업들의 몫이 됐다.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이 위치한 충남과 삼성의 모태인 대구·경북 지역조차 2022년 이후 보급된 단말기 패널의 국산 비중은 사실상 0%였다. 부산과 울산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납품한 ‘갤럭시탭’과 ‘갤럭시북’ 모델조차 패널 제조사는 중국 BOE와 CSOT로 명시됐다.
◆ ‘확인 불가’에 ‘제조사 오기’까지…부실한 공급망 관리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교육 당국의 공급망 관리 실태는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575억 원 규모의 2022학년도 ‘디벗’ 사업 초기, 윈도우 노트북의 패널 제조사를 ‘특정불가’로 관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5206억 원) 등 대규모 예산을 집행한 교육청들 역시 사업 초기 패널 제조사 일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특히 인천, 전북, 제주 교육청 등은 패널 제조사에 ‘삼성전자’ 혹은 ‘LG전자’를 기재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완제품 제조사일 뿐 패널 제조사가 아니며, 현재 LCD 패널을 생산하지도 않는다. 이는 교육 당국이 기기의 핵심 부품 원산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보급에만 급급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대전교육청은 하단 주석을 통해 “보급형 모델의 LCD 패널은 주로 BOE, CSOT, AUO 등 대만/중국 회사의 패널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제조사명을 명시했다. 전남·충남·경남 등 일부 교육청 역시 납품 기기의 패널 제조사를 중화권 업체로 상세히 기록해 제출했다.
◆ 산업 지형 변화 못 읽은 정책… 국적 잃은 공공 조달 시장
업계에서는 민간 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인 OLED로 빠르게 체질 개선을 시도하는 동안, 정부가 변화된 산업 지형을 전혀 읽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현행 최저가 낙찰제 위주의 조달 시스템이 결과적으로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 기업들의 ‘현금 인출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기업들이 치밀한 계획 하에 LCD 시장에서 퇴각하는 동안, 정부는 공급망의 변화를 단 한 번도 점검하지 않았다. 기업들이 수익성에 따라 사업을 재편하는 것은 시장의 논리지만, 국가 전략 사업인 공공 조달 시장이 중화권 업체들의 수익처로 전락한 것은 별개의 문제다. 글로벌 공급망이 안보와 직결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략적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결과 LG가 중국 CSOT에 판 공장에서 나온 패널이 다시 국내 업체를 거쳐 교육 현장에 보급되는 구조적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국내 산업 생태계 선순환을 위해 쓰여야 할 대규모 세수가 중국 기업의 자본으로 직행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공공 조달을 통해 수익을 거두면 일자리 창출이나 세금 납부 등을 통해 국내 경제의 선순환으로 이어지지만, 중국으로 유출되면 그것으로 끝”이라며 “사실상 우리 국민의 세수가 중국 산업을 키워주는 보조금으로 전용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성원 의원은 “기업들이 사업 결단으로 철수한 흐름을 정부가 제대로 읽지 못해 3조 원이 넘는 혈세가 국내 산업 생태계 선순환에 기여하지 못하고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며 “공공 조달 시 핵심 부품의 공급망 안보와 국산화율을 고려할 수 있는 정책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