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노무현의 꿈 ‘전작권 환수’…이 대통령 ‘빌드업’ 들어갔나

성한용 기자 2026. 4. 1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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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635
노태우, 평작권 환수…노무현, 2012년 전작권 환수 합의
이명박, 3년 연기…박근혜, ‘시기’ 없애고 ‘조건’으로 변경
“정치적 결단으로 전작권 조기 환수 강하게 밀어붙여야”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3월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11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현충탑을 참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의 말과 행동은 양면을 갖고 있습니다. 대외용이면서, 북한 주민들을 향한 대내용이기도 합니다. 북한의 말과 행동으로 우리가 일희일비할 필요 없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북한 당국자들의 거친 표현을 듣다 보면 화가 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성질 나쁘고 못사는 형제의 허세’로 치부하기에는 표현이 너무 더럽습니다. 미국에는 대화를 구걸하면서 우리한테는 차갑기만 합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우리의 잘못도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엄연한 주권국가인데도 전시작전통제권이 없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은 사실상 미국이 갖고 있습니다. 전쟁이 나면 우리 군을 미국이 통제합니다. 북한이 우리를 우습게 보고 미국만 상대하려는 이유입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1950년 북한이 남침했을 때 우리는 국력이 약해서 싸울 수 없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에게 편지를 보내 “현 적대 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일체의 지휘권을 이양한다”고 했습니다. 군사주권을 포기한 것입니다. 맥아더는 ‘일체의 지휘권’을 ‘작전지휘권’으로 수정해서 받아들였습니다.

1953년 휴전이 이뤄졌지만, 군사주권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작전지휘권은 1954년 작전통제권으로 축소됐습니다. 유엔군사령부와 한-미 연합사령부가 작전통제권을 행사했습니다. 우리의 군사주권을 미국에 맡긴 셈입니다.

1961년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은 자주국방과 작전통제권 환수를 추진했습니다. 북한의 무장간첩이 내려오는 등 남북 간 무력 충돌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작전통제권을 넘겨주지 않았습니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노태우 후보는 작전권 환수를 공약했습니다. 때마침 미국도 1989년 의회에서 ‘넌-워너 수정안’을 통과시켜 해외 주둔 미군 감축에 착수했습니다. 탈냉전 흐름을 타고 작전권을 환수할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평시작전통제권만 돌려주고 전시작전통제권은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작전통제권을 평시와 전시로 나눌 수 있을까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데도 억지로 쪼갰습니다. 왜냐구요? 우리 군 수뇌부와 주한미군이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2011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을 회수하지 못한 데 대해 “그간의 성공적이었고 효과적인 한미 연합 억제 방위 체제를 뒤흔들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등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평시작전통제권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12월 1일 돌아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전작권 환수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2005년 국군의 날에 “우리 군이 전작권 행사를 통해 명실상부한 자주 군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전작권 환수 협의를 공식 제의하고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2007년 2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2012년 4월 17일 전작권 환수에 합의했습니다. 쾌거였습니다. 민주당이 재집권했다면 전작권은 예정대로 환수됐을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3월 9일 오후 정부종합청사에서 전국 평검사들과의 대화하면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전작권 환수 재검토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이 싫다는 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 연기를 밀어붙였습니다. 결국 2010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환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술 더 떴습니다. 2014년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한국군이 북한의 핵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해야 전작권을 환수하기로 했습니다. 전작권 환수의 ‘시기’는 사라자고 ‘조건’만 남은 것입니다. 이로써 전작권 환수는 사실상 무기 연기됐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전작권 환수를 반대한 것은 두 가지 이유였습니다. 첫째, 기를 쓰고 전작권 환수에 반대하는 국내 분단 기득권 세력의 압력입니다. 둘째, 미국의 입장 변화입니다. 탈냉전 시기에는 작전권을 우리나라에 돌려주려고 했지만, 시간이 흘러 주한미군의 성격이 중국 억제로 바뀌면서 전작권을 넘겨주기 싫어진 것입니다. 아무튼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면서도 전작권 환수를 거부한 ‘이상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았습니다.

그 뒤 문재인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를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때는 한-미 동맹 강화 기류를 타고 논의 자체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떨까요? 이재명 대통령은 가급적 조기에 전작권을 환수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서면서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라는 책을 쓴 일이 있습니다. 최근 출판사 메디치미디어에서 개정판을 냈습니다.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우리보다 약소국들도 작전통제권을 외국에 맡기지는 않는다. 작전통제권 환수 준비를 신속히 마치고 조기에 환수 절차를 밟아 독립 자주국가로서의 최소한의 모양을 갖추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전시작전통제권을 임기 내에 환수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2025년 대선에서도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전방위적 억제 능력을 확보하여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아직 전작권 조기 환수를 미국에 공식 제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안보회의에서 몇 차례 이 문제를 논의했을 뿐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월 27일 전국주요지휘관회의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4월 2일 미국 상원의원 접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긴 세월 동안 대한민국도 경제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했기 때문에 지금 미국 정부가 기획하는 바대로 우리 한반도 방위는 우리 힘으로 자력으로 하는 게 마땅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그래서 군사비 증액뿐만 아니라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해서 미국의 부담을 줄이고, 우리가 최소한 한반도 인근에서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동북아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지켜내겠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월 2일 청와대에서 미국 상원 의원단 접견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존 커티스·진 섀힌 의원, 이재명 대통령, 재키 로젠·톰 틸리스 의원.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잇따른 발언은 미국에 전작권 조기 환수를 공식 제의하기 전 일종의 ‘빌드업’인 것 같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이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입니다. 코스피 5000을 달성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을 진정시켰습니다. 전작권도 환수할 수 있을까요? 전작권을 환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자주국방을 위해 전작권 환수를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 첫째, 우리 군이 소극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군을 설득 중이다. 둘째, 미국의 입장이 바뀌었다. 탈냉전 시대에는 ‘전작권 가져가라’고 했는데 주한미군의 성격이 달라지면서 전작권을 그냥 갖고 있으려고 한다.

우리와 미국이 합의한 전작권 환수의 ‘조건’이라는 게 너무 포괄적이다. 그걸 충족하려면 전작권 환수가 너무 늦어진다. 전작권을 조기 환수해야 대북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조건’에 입각하는 방식보다 다시 ‘시기’를 정해서 추진하려고 한다. 올해 안에 미국에 공식 제의할 것으로 안다.

우리도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를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 정찰·감시·정보 등 자립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전환 비용이 필요하다. 국방 개혁도 해야 한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조건’에 입각한 전작권 환수 프레임이 상당히 고약하다. 군사적, 실무적으로 맡겨두면 안 된다. 전작권 환수는 정치적 결정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국 상원의원들에게 말하는 정도로는 안 된다.

한-미 정상회담 등 윗선에서 풀어야 한다. 워싱턴을 뚫어야 한다. 정치적 수준에서 큰 틀의 공감대를 미국으로부터 끌어내야 한다. 미국 싱크탱크에서는 전작권 환수가 이재명 정부의 우선순위가 맞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환수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국제 정세의 대혼란과 미국의 약탈적 강대국화는 자강을 진영과 이념을 초월한 시대 정신으로 심고 있다. 전작권 환수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매우 높다. 노무현 정부 때와 달리 보수도 강하게 반대하진 못한다. 한미간에 전작권 전환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때는 노무현-부시 이후 처음이다.

다만 전작권 환수가 곧 자주국방 실현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과 조선의 군비경쟁을 격화시키면서 적대 관계의 고착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17년 대선 출마 때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책 제목 그대로 이재명 대통령은 뭔가를 하는 사람입니다. 지금처럼 지지율이 높을 때 중요한 국정 과제를 추진해야 합니다.

전작권 환수는 이념이 아닙니다. 자주국방이라는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실용주의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박정희 노무현 대통령의 꿈을 이뤄야 합니다.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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