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국내 진출 4번 타자의 ‘반전’…배트 짧게 잡고 안타 노리는 ‘돌핀’[타보니]

권재현 기자 2026. 4. 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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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돌핀. BYD코리아 제공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의 국내 진출 4번 타자 ‘돌핀’을 만났다. ‘아토3’를 시작으로 ‘실’과 ‘시라이언7’을 거치며 조금씩 덩치를 키워오던 BYD가 이번에는 소형 해치백으로 차량 체급을 낮췄다. 홈런 타자까지는 아니어도 4번 타자 위상에 걸맞은 거포를 기대했던 소비자들로선 깜짝 반전인 셈이다.

타석에 들어선 돌핀. 돌고래의 유려한 곡선과 역동적인 움직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외관 디자인, 작지만 다부진 몸매가 단단한 인상을 풍긴다. BYD가 자랑하는 블레이드 배터리를 바닥에 깔고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까지 장착한 차체를 보면 어디다 공을 던져야 할지 좀처럼 빈구석을 찾기 어렵다. 짧게 잡은 배트로 무슨 일이 있어도 1루로 출루하겠다는 BYD의 의지가 읽힌다.

BYD 돌핀. 권재현 선임기자

이런 전략은 현재까지는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집계한 올해 1~3월 신차등록 수입 승용차 현황에서 BYD는 테슬라(2만970대), BMW(1만9368대), 벤츠(1만5860대)에 이어 4위(3969대)를 기록했다. 톱3와 격차는 크지만 불과 1년 전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는 점에서 나름 ‘순항’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전기차를 둘러싼 판매 환경도 우호적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 신규 등록된 수입 승용차 중 전기차 비중이 47.8%(1만6249대)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리드카가 42.9%(1만4585대)로 뒤를 이었고, 가솔린과 디젤은 각각 8.7%(2956대), 0.5%(180대)에 그쳤다.

한 완성차 관계자는 “BYD코리아의 전국 판매 네트워크 구축 속도가 수입 브랜드에선 유례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며 “업계에서도 이런 공격적인 확대 전략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BYD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전국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는 각각 32개와 16개에 이른다. 2001년에 한국에 진출한 렉서스코리아의 전국 전시장과 서비스센터가 31개와 37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확장세다.

운전석에 올랐다. 유선형 인테리어와 번져가는 물결 문양의 곡선형 송풍구, 물고기 지느러미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형태의 도어 손잡이가 시선을 끈다.

시동을 걸었다. 요란한 엔진음 대신 고요함이 실내를 채운다. 돌고래가 유영하듯 차체가 앞으로 나아간다. 모터 출력이 강한 편은 아니어서 매끄럽다는 느낌까지는 아니다. 다소 뻑뻑하다는 인상마저 준다. 실의 경우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즉각적으로 튀어 나가는 바람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는데, 돌핀은 반대다. 딱 발로 누르는 만큼만 정교하게 반응했다.

BYD 돌핀의 실내 모습. 권재현 선임기자

속도를 높이자 주행 질감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차선 중앙 유지,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이탈 경고 기능을 담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일상 활용도가 높은 3D 서라운드 뷰 모니터 등 편의 사양도 만족스러웠다. 1번 타자부터 이어져 온 90도 회전식 중앙 디스플레이는 돌핀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10.1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T맵 내비게이션, 무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한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넓은 실내 공간도 강점이다. 2700mm의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소형 전기차인데도 5명이 탑승할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했다. 셀투팩(CTP) 구조 기반의 블레이드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평평하게 배치해 공간 효율을 높인 덕분에 소형 차급임에도 헤드룸과 레그룸이 비교적 넉넉하다. 2열 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트렁크 공간이 최대 1310ℓ까지 늘어난다.

2열 좌석 등받이를 접으니 웬만한 SUV 못지않은 널찍한 트렁크 공간이 나왔다. 권재현 선임기자

돌핀의 최대 경쟁력은 가격이다. 일반 사양 ‘돌핀’과 주행거리를 늘린 상위 트림인 ‘돌핀 액티브’ 두 가지로 운영된다. 환경친화적 자동차 세제 혜택 적용 후, 보조금 적용 전 기준으로 BYD 돌핀 2450만원, BYD 돌핀 액티브는 2920만원이다.

기자가 시승한 일반형 돌핀의 경우 국고 보조금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까지 더하면 지역에 따라 2100만원대에도 살 수 있다. 이달 초 현대차가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코나의 연식변경 모델인 ‘2027 코나’보다도 저렴한 가격이다.

극강의 가성비를 달성하기 위해 편의 사양과 인포테인먼트를 실사용 중심으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치러야 할 대가도 있다. R(후진)-D(드라이브)-N(중립)을 오가는 다이얼 형태의 물리 버튼이 다소 낯설고 불편했다. 계기판과 콘솔박스, 대시보드 아래 수납공간 등은 시각적으로 간결함을 넘어 다소 투박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요즘 웬만한 신차에는 다 들어가 있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이 빠진 점도 아쉬웠다.

BYD 관계자는 “돌핀 액티브 트림에는 투톤 외장 컬러, 1열 통풍 시트,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 등이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BYD에 이어 중국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도 올해 중형 SUV 7X 부분변경 모델 국내 출시를 확정하고, 막바지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이는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 최초 진출로, 지커가 자체 개발한 75kWh 리튬인산철(LFP) 골든 배터리와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로부터 공급받은 100kWh 삼원계(NCM) 배터리가 사양에 따라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브랜드인 지커의 국내 시장 안착 여부에 따라 BYD가 5번 타자부터 한국 진출 제품군의 체급을 다시 올릴지를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컨설팅업체 오토모티브포사이트의 장옌레이 매니징 디렉터는 “높은 유가가 중국 전기차 수출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며 “1970년대 석유 파동 당시 연비 효율이 높은 일본 차가 부상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중국 전기차에 역사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BYD 돌핀. 권재현 선임기자

권재현 선임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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