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면 머리 둔해진다?”…오히려 그 반대였다

은퇴는 과연 뇌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국제 공동연구가 이 오래된 논쟁에 새로운 답을 제시했다. 게이오기주쿠대학교, 와세다대학교, 교토대학교 대학원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은퇴는 전반적으로 인지 기능 유지와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가 오히려 기억력 높인다”
연구는 미국, 영국, 유럽 등 19개국 50~80세 성인 743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단순 비교가 아닌 ‘기계학습’ 기반 분석을 통해, 은퇴가 인지 기능에 미치는 인과 효과를 정밀하게 추정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 결과, 은퇴자는 일을 계속하는 사람보다 단어 기억 테스트에서 평균 약 1.3개를 더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 기능이 오히려 개선되는 경향이 확인된 셈이다. 반대로 은퇴 후 인지 기능이 저하된 경우는 전체의 1%에 그쳤다.
다만 효과의 크기는 개인별로 차이가 컸다. 기억력 변화 폭은 -0.5개에서 +2.3개까지 분포했다. 특히 여성, 고학력자, 사무직(지식 노동자), 고소득 등의 집단에서 개선 효과가 두드러졌다.
이 같은 차이는 은퇴 이후의 생활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직장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운동이나 사회 활동 등 ‘건강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은퇴 후 대인 관계가 더 활발해지고, 일과 가정 사이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단은 은퇴 이후에도 건강 관리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번 연구는 은퇴 시점 자체보다, 이후의 삶의 방식이 뇌 건강을 좌우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을 그만두는 것이 곧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는 통념과 달리, 적절한 활동과 건강 관리가 병행된다면 은퇴는 오히려 ‘뇌를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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