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한국 주식시장 구조 전환을 위한 조건’ 발간 제조업 서비스·구독 모델로 전환 필요 개인 보유기간 평균 9일… 단기매매가 변동성 키워
2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피 6000p 기념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뉴시스
올해 초 IT·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돌파했지만, 제조업을 단순 생산 중심에서 벗어나 서비스·플랫폼 중심으로 바꾸고 신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상승세가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한금융 미래전략연구소는 12일 발표한 '한국 주식시장 구조 전환을 위한 조건’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 6000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지속적인 우상향을 위해서는 이익 구조와 투자 문화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번 코스피 상승의 핵심 동인으로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AI발 반도체 슈퍼사이클 결합을 꼽았다.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들의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체계적으로 유도하며 코스피 지수를 약 1000포인트 끌어올리는 '리레이팅(재평가)'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상법 개정, 배당 인센티브, 자사주 소각 등 제도 변화가 맞물리면서 과거보다 시장 하단이 견고해졌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코스피가 과거와 같은 저점 박스권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고서는 "밸류업 정책으로 시장의 하단(Bottom)이 과거보다 견고해졌다"며 "단순한 수치 상승을 넘어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상승 이후다. 현재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의 약 40%가 IT와 반도체 섹터에 집중되어 있어 업황 변동에 따라 시장 전체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따라 보고서는 제조업의 수익 구조 전환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단순 하드웨어 생산 중심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와 구독 모델을 결합한 플랫폼형 비즈니스로 확장해 안정적인 반복 수익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중장비 제조업체 A사처럼 장비 판매에 그치던 사업 구조에서 유지보수와 부품 공급을 결합한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하고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반복 매출을 창출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모델로 제시됐다. 여기에 장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예측 정비를 도입해 고장 이전에 선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수익 구조를 고도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방산, 에너지, 고부가 소재 등 핵심 성장 영역으로 자본을 재배치해 ROE를 극대화하는 포트폴리오 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급 구조의 취약성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의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은 단 '9일'에 불과했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중심의 단기 매매가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미국(40%)과 호주(20%)처럼 퇴직연금의 주식 시장 유입 비중을 높여 장기 투자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금 자금과 같은 장기 자본이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야 기업 이익 개선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코스피의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반도체에 이어 지수를 견인할 새로운 성장 산업의 등장이 필수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보고서는 에너지(SMR·지능형 그리드), 모빌리티(SDV·L4 자율주행), 바이오(AI 신약 개발), K-콘텐츠(글로벌 소비 플랫폼) 등을 4대 핵심 산업으로 지목했다. 이가운데 K-푸드와 뷰티, 웹툰 등 콘텐츠 IP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플랫폼 확장은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 구조를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확장하는 핵심 키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미래전략연구소 관계자는 "기업 포트폴리오 재배치를 통한 이익 변동성 축소, 투자자들의 장기투자 문화 장착, 차세대 성장산업 육성 등이 갖춰진다면 코스피의 추가 레벨업 및 중장기 우상향 추세 지속도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