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옛날 스타일로 노래하는 요즘 가수 [어제 들은 음악]

오지은 2026. 4. 1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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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폭포 앞에서 노래하는 한 여성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또 음악인이 신기하겠지? 하여튼 그 분야에 둔감한 사람들이 이쪽 일을 하는 건 아니고 아마도 다른 무언가로 이겨냈거나(예술에 대한 사랑!) 감추었거나(피나는 연습) 잠시 까먹거나(나는 이쪽)··· 그럴 것이라 추측한다.

앨범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인 '맨 아이 니드'는 전설의 슈프림스 곡 같지만 흉내가 아닌, 레퍼런스를 차용한 것도 아닌, 그냥 현재의 올리비아 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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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시절과 추억이 뒤섞이며 삶의 배경음악이 되곤 합니다. 뮤지션이자 작가인 오지은이 요즘 듣는 노래, 함께 듣고 싶은 음악을 소개합니다.
2월28일 영국 브릿 어워드에서 올리비아 딘이 올해의 앨범 등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다. ⓒREUTERS

2년 전 폭포 앞에서 노래하는 한 여성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스웨터를 단출하게 걸친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노래를 불렀다. 부드럽게 움직이고 진하게 소리를 뽑아냈다. 나는 그가 희귀한 음악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이브’를 부르던 시절의 올리비아 딘이고 나는 바로 그의 팬이 되었으며, 얼마 전 그는 브릿 어워드(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음악상)에서 4관왕에 올랐다. 올해의 앨범·올해의 아티스트·올해의 노래·베스트 팝 액트. 그래미 시상식에서 신인상도 탔다(신인이 아닌데 미국인들 생각에 신인이면 신인상을 주나 보지?). 그나저나 내가 먼저 봤는데! 용마폭포 앞에서 노래하는 거 내가 봤는데! 자주 하는 말이지만 극동아시아의 게으른 청취자인 내가 알 정도면 이미 슈퍼스타이고 그러므로 내가 먼저라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는데, 사실 홍대병의 본질이 그러하고···.

그나저나 위에 쓴 ‘희귀한’이라는 단어가 누군가에겐 낯설 수도 있겠다. 엥? 가수라면 다들 그렇지 않나? 감히 답하자면, 그렇지 않다. 일단 누가 쳐다보기만 해도 몸이 굳는 것이 사람의 습성인데, 하물며 그걸 모른 척하면서 허공에 대고 노래를 부르는 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일인가. 그나저나 나는 큐! 사인이 들어가자마자 눈물을 흘리는 배우들이 신기하다. 하지만 그들은 또 음악인이 신기하겠지? 하여튼 그 분야에 둔감한 사람들이 이쪽 일을 하는 건 아니고 아마도 다른 무언가로 이겨냈거나(예술에 대한 사랑!) 감추었거나(피나는 연습) 잠시 까먹거나(나는 이쪽)··· 그럴 것이라 추측한다.

‘옛날엔···’으로 시작하는 말엔 자주 구멍이 있고 대체로 재미가 없지만 이 말은 해야겠다. 옛날 음악은 무대를 만드는 법칙이 달랐다. 무엇이 우월하다는 얘기가 아니고 어디에 미학을 두느냐의 차이다(공적으로는 이렇게 말해도 나의 취향은 확실히 옛날 음악이지만). 그러니까 20세기엔 이랬다. 완벽하게 정해두지 않아서 무대마다 느낌이 달랐고 가끔 실수도 있고 어색하기도 하고 그래서 망하는 날도 있었다. 정해진 동작이 없기 때문에 오늘 스스로가 어떻게 움직일지 본인도 모르는 무대에서 나오는 긴장감과 반짝이는 빛이 있었다. 그리고 21세기의 올리비아 딘이 그렇게 음악을 하고 있다. 완전 옛날 스타일로.

그가 지난해에 낸 앨범 〈디 아트 오브 러빙(The Art of Loving)〉은 걸작이다. 나는 앨범을 트랙 순서대로 잘 듣지 않는데, 이 앨범은 처음부터 쭉 듣는다. 내가 살지 못하는 아름다운 세계에 쑥 들어가는 느낌이다. 인트로에서 그는 사랑이 얼마나 예술적인지 알아? 하고 화음을 쌓는다. 그 소리는 고급진 버터로 소박하게 구운 빵의 결 같다. 앨범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인 ‘맨 아이 니드’는 전설의 슈프림스 곡 같지만 흉내가 아닌, 레퍼런스를 차용한 것도 아닌, 그냥 현재의 올리비아 딘이다. 그게 얼마나 귀한 아름다움인지!

아무거나 가져올 수 있는 세상이다. 슈프림스 스타일의 노래를 만들어달라고 인공지능에게 말하면 몇 분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의미가 없다. 무한히 만들 수 있다면 만들지 않아도 된다. 유튜브 댓글을 보니 사람들은 나와 생각이 비슷했다. 그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역시 소비자들은 어떤 빵이 맛있는지, 직접 구웠는지 아닌지 느낀다. 그게 기뻤다.

오지은 (뮤지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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