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은 내렸다지만”…무주택 서민은 ‘떠밀려 매수’

이세중 2026. 4. 12.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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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올해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였습니다. 더 이상의 유예 없이 예정대로 5월 9일까지만 양도세 중과가 유예됩니다. 세입자 보호 등을 위해 추가 보완책도 나왔습니다. 특히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5월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만 완료하면 중과를 피할 수 있습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수 있는 시기가 3주 정도 더 여유가 생긴 겁니다.

그야말로 매물 '영끌'에 나선 모습입니다. 매물을 최대한 늘려 집값 상승세를 최대한 눌러보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로 풀이됩니다.

이번 조치로 시장에서도 당분간 아파트 매물이 좀 더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데 원하던 대로 집값 안정 효과로 이어질까요?

■ 매물은 '강남'에 쌓이는데…거래는 '노원·성북'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면 매수자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넓어집니다. 자연스레 가격 협상도 매수자에 더 유리해지기 마련입니다.


올 3월 이후 아파트 매물이 가장 증가한 곳은 서울 서초구입니다. 이어 강동, 성동, 송파, 강남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이달 10일 기준 서울 전체 매물은 7만 6,519건입니다. 강남(1만 209건), 서초(9,691건), 송파(5,875건), 강동(4,399건) 4곳의 매물을 합치면 3만 건이 넘습니다. 서울 전체 매물의 약 40%가 이들 지역에 몰린 겁니다.

반면, 같은 기간 강북, 중랑, 구로, 강서, 성북, 노원, 은평구 7개 지역은 오히려 매물이 줄었습니다.


그러면 실제 거래는 어떨까요, 4월 10일 기준으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데이터를 추출해 보면, 3월 이후 거래된 서울 아파트는 모두 4,848건입니다.

이 기간 가장 거래가 많은 지역은 노원구(670건)입니다. 이어 강서, 성북, 구로, 은평 순이었습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모두 매물이 감소한 곳이라는 겁니다.

반면, 매물이 계속 쌓이는 강남, 서초, 송파, 성동 등은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매물이 늘어나는 게 곧 매수로는 이어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강남 지역은 매도인 입장에서는 가격을 많이 낮췄다고 생각하지만, 매수인 입장에서는 여전히 높은 가격으로 더 낮추길 기다리며 매물이 적체되는 상황"이라며 "서울 중저가 지역은 대출에 대한 규제가 덜 부담스러웠던 지역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이곳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성북, 이미 지난 해 전체 상승률 앞질러"…경기 지역은 더 뛴다

서울 강남과 강북 지역의 상이한 흐름은 가격에서도 나타납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첫째 주부터 4월 첫째 주까지 누적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성북구(3.81%)입니다. 지난해 1년 통틀어 3.62% 올랐는데 4달도 채 지나지 않아 벌써 넘어선 겁니다.

이어 관악, 강서, 영등포, 구로, 서대문 지역의 상승률도 모두 3%를 넘겼습니다.

반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만 유일하게 하락했습니다. 송파와 서초 역시 간신히 1%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해 강남 지역 등 한강벨트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과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거래량이 많은 중저가 지역의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겁니다.

수도권으로 넓혀 보면, 이보다 더 많이 오른 곳도 상당수입니다.

올해 경기에서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용인 수지로 누적 상승률이 6.70%입니다. 이 외에도 안양 동안, 구리, 광명, 성남 분당, 하남의 상승률이 두드러졌습니다. 서울 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우 위원은 "사실 정부 입장에서는 초고가 강남 지역이 내려가면 다른 지역들도 순차적으로 내려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 것일 텐데 생각보다 외곽 지역의 강세라는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책적으로 강남 지역 집값을 어느 정도 떨어뜨린 부분은 분명 평가받아야겠지만, 서울과 수도권 전체적인 가격을 잡는 데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 근본적인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 전세에 월세 모두 '절벽'…'선택' 아닌 '생존 매수'

종합해 보면, 서울 강남 지역 위주로 매물은 쌓이지만, 거래는 중저가 지역 중심으로 체결되고, 가격 역시 서울 중저가 지역과 경기 지역의 상승률이 높게 형성됐습니다.

이는 서울 고가 시장의 '투기' 수요가 아닌 실수요 위주로 부동산 시장이 재편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축소되는 임대 시장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쉽게 말해 무주택자들이 집을 사야만 하는 상황에 몰렸다는 겁니다.

4월 10일 기준 서울의 전세와 월세를 합친 매물은 3만 361건입니다. 한 달여 만에 15% 정도 줄었습니다. 경기 역시 2만 2,486건으로 이 기간 10% 넘게 감소했습니다. 증가하는 매매 물건과 달리 임대차 매물은 그야말로 '절벽' 수준입니다.

사실 전세 매물은 수년 전부터 감소 추세였습니다. 전세사기 여파로 임차인들은 월세를 원하고, 보유세 부담 등으로 임대인 역시 매달 들어오는 현금을 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었습니다.

이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며 전세 매물은 줄지만, 월세는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월세마저 감소하기 시작한 겁니다.

전세와 월세 모두 급감하는 상황에서 무주택 서민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매수' 단 한 가지입니다.

집값이 내려갔다고 한들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강남 집값은 대다수 서민에게 와닿지 않는 뉴스일 겁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그나마 대출 규제가 비교적 여유 있는 서울 중저가 지역 주택 매수가 아닐까요? 경기 지역 역시 비슷한 상황입니다. 서울에서 매수 기회를 잡지 못한 수요가 경기로 밀리기도 합니다.

이들 입장에서 집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 올라온 결혼 준비 커뮤니티 글을 보면 "집값이 떨어졌다고 해서 신혼집 알아보는데 대체 뭐가 떨어졌다는 거냐", "집값이 무섭게 오른다"는 후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 61주째 상승 중인 서울 아파트값…'강남' 아닌 '서민 집값'도 봐야

지난 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0.10% 올랐습니다. 61주 연속으로 상승입니다.

역대 2위였던 문재인 정부 초기 59주 간의 상승 기록을 넘었습니다. 가장 오랜 기간 오른 것은 문재인 정부 후기였던 2020년 6월부터 2022년 1월까지(85주 연속)입니다.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 이후 강한 둔화세를 보였던 서울 집값은 서울 중저가 지역의 강세에 3월 말부터 다시 오르락내리락 혼조세를 보입니다.

강남 3구가 7주 연속 내려가는 등 초고가 집값을 낮추는 데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지만, 결국 무주택 서민들이 '실수요'를 목적으로 하는 집값 역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우 위원은 " 궁극적으로 집값의 안정을 이루려면 서민 실소유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집값도 같이 안정화되는 형태가 돼야 한다"며 "이들 지역의 가격을 추가로 안정시키기 위한 포스트 정책이 계속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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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중 기자 (ce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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