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00원 떡국 줄서고, 닭가슴살 공구까지…밥값과의 사투 대학가 [세상&]
식품 공동구매, 1000원 아침식사 인기
커뮤니티서 저렴한 식당 리스트 공유도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편의점에서 후추맛 나초 원플원(원 플러스 원)인데 나누실 분 900원 받습니다.” “넷플릭스 프리미엄 파티원 구합니다.” “닭가슴살 공구 하실 분?”
최근 고물가에 대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대학 오픈채팅방에 나타난 풍경들이다. 3월 새 학기 개강을 맞아 아침이나 점심을 대학가에서 해결해야 하는 학생들은 오름세를 보이는 외식 물가에 가성비 식당을 찾아 나서고 있다. ‘1000원의 아침밥’ 이용도 늘었다.
지난 10일 찾은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푸른솔 학생식당. 오전 8시20분께가 되자 아침 식사를 하려는 학생들이 배식을 기다리며 긴 줄을 섰다.
학생식당에서 만난 재학생 장다현(23) 씨는 기숙사 생활을 하며 식비를 최대한 아끼고 있다고 했다.
장씨는 “실온보관 닭가슴살을 30~40개씩 사서 저녁은 주로 닭가슴살과 고구마를 먹고 아침은 1000원식사를 이용한다”며 “점심은 보통 프로틴 셰이크 음료로 대신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하루 식비는 5000~6000원 정도로 맞추려 한다”며 “친구를 만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저녁도 1만원 이하로 해결하는 편이다. 같이 먹을 땐 1만4000원 정도까지 쓰지만 혼자 먹을 땐 6000원 이상이면 부담이 생긴다”고 했다.
고정지출 부담을 덜기 위해 식비를 줄이는 재학생도 있었다. 재학생 김모(22) 씨는 “AI 구독료랑 OTT구독료가 고정지출로 나가는데 상당한 부담”이라며 “자연스럽게 배달 음식을 줄이고 식비를 아낄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학생 이모(23) 씨는 물가 부담을 체감한 후 술집도 찾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소 점심, 저녁은 학교 근처에서 먹어야 하는데 주변에서 1만원 이하 식당을 찾기 쉽지 않아서 술을 거의 안 마시게 됐다”며 “작년에는 주 3번 정도 마셨는데 올해 개강하고 나서는 주 1번 정도로 줄었다. 외식 빈도도 많이 줄어 목요일 금요일을 제외하면 가급적 집에서 챙겨 먹으려는 편”이라고 했다.
1000원의 아침밥을 이용하던 윤강현(26) 씨는 자신의 주식인 계란밥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윤씨는 “아침은 주로 학식을 이용하고 저녁은 장을 봐서 먹는다”면서도 “최근에는 계란 한 알 가격이 400원을 넘고 즐겨 먹는 오이 같은 채소들도 다 올라 식비 부담이 이전보다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대학 측도 학생들의 외식 부담과 1000원의 아침식사 수요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
경희대는 푸른솔 학생식당의 경우 200명 기준으로 운영했는데 200~250명 수준으로 늘려 나가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아침 식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요구가 늘고 있어 학교에서도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고물가 부담에 가성비 소비가 확산하면서 저렴한 식당 정보를 공유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1만원 이하 식당을 알려주는 ‘거지맵’이 인기를 끌고 학생 커뮤니티 등에서 1만원 이하, 8000원 이하 식당들을 모은 지도도 공유되고 있다.
실제 고려대학교 학생 커뮤니티에는 ‘2026년 1학기 안암 식당 지도 업데이트’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개강 전 새내기들은 밥약(식사 약속)이 없을 때 참고해서 식비를 아끼길 바라고 안암 호랑이 재학생 여러분은 밥약이 없을 때 부디 지갑을 지키길 바란다”며 1만원 이하, 8000원 이하 식당 리스트를 공유했다.
기자가 직접 해당 커뮤니티에서 8000원 이하 식당으로 소개된 국밥집을 찾아가 보니 근방에는 백반집과 중식집, 일식집이 즐비했다. 하지만 한두 블록만 사이에 두고도 가격 차는 뚜렷했다. ▷백반 1만3000원 ▷치킨 2만4000원 ▷냉면 1만2000원 등 주변 식당들의 한 끼 식사는 대부분 1만원을 훌쩍 넘었다.
반면 커뮤니티에 소개된 서울 성북구의 해당 돼지국밥집은 식사류 대부분이 1만원 이하였다. 밥과 국물은 무한리필이 가능했고 상추와 밑반찬도 먹고 싶은 만큼 가져갈 수 있었다.
해당 식당 관계자는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돼지고기며 채소며 오르지 않는 게 없다지만 주로 학생들이 찾는 식당이다 보니 쉽게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며 “12년 장사하면서 5년째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지맵으로 점심 식사 장소를 고른다는 대학원생 양모(25) 씨는 점심은 반드시 5000원 이하를 고집한다고 말했다.
그는 “5000원 이하 식당도 주변에 많이 있는데 굳이 아깝게 만원 이상을 써가며 밥을 먹고 싶진 않아서 거지맵을 자주 확인한다”며“먹어보면 저렴하다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용인에서 서울로 통학한다는 이하나(24) 씨는 외식 횟수를 줄이고 생활비를 조절하고 있었다. 취업준비생인 이씨는 “예전에는 외식도 많이 하고 술도 자주 마셔 한 달에 75만원 정도를 썼다”며 “올해부터는 아껴보자는 생각에 외식 빈도를 줄이고 저렴한 식당을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이씨는 “월·금 점심은 무조건 4500원짜리 학식을 먹고 저녁은 1만5000원 이하로 맞춘다”며 “화·수·목 점심은 8000원 이하에서 먹고 저녁은 집밥을 먹는 식으로 정해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주일에 한 번씩 마트에 가서 야채와 닭가슴살 등을 사는 데 이렇게 생활하니 한 달 식비가 36만4500원 정도로 줄었다”고 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근에서 한끼를 8000원 이하로 해결할 수 있는 식당들 지도 [고려대 커뮤니티 갈무리]](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2/ned/20260412074709521fzwm.png)
서울 지역 외식 물가는 올해 2월 기준 이미 1만원대를 넘어섰다. 10일 행정안전부 참가격 외식비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서울 냉면 가격은 1만2538원, 비빔밥은 1만1615원으로 집계됐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학생 등 20대 초중반 청년층은 안정적인 소득 기반이 부족해 물가 상승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외식비 등 필수 지출이 늘어나면서 다른 소비를 줄이거나 통제해야 하는 압박이 커지고 그 과정에서 소비 심리 위축과 스트레스가 함께 나타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저가 식당 정보 공유나 공동구매 같은 움직임은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자발적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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