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52] 왜 ‘샅바’라고 말할까

김학수 2026. 4. 1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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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우리말 '샅바'는 씨름에서 허리와 다리에 감아 잡는 끈을 말한다.

샅바라는 말의 정확한 최초 사용 시점은 문헌으로 딱 잘라 확인되지는 않지만, 학계에서는 조선 후기(17~19세기) 문헌과 민속 기록에서 씨름과 함께 샅바라는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

(본 코너 1751회 '왜 '씨름'이라 말할까' 참조) 다만 그 이전에도 씨름 자체는 고려·삼국시대부터 존재했기 때문에, 샅바라는 도구와 유사한 개념은 훨씬 오래전부터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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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추석장사씨름대회 모습
순우리말 ‘샅바’는 씨름에서 허리와 다리에 감아 잡는 끈을 말한다. ‘샅’은 다리 사이, 즉 가랑이 부위를 뜻하며, ‘바’ 무엇을 묶거나 두르는 끈이나 띠를 의미한다. 그래서 샅바는 샅(가랑이)에 두르는 띠‘라는 뜻이 된다. 복잡한 은유나 외래어의 차용 없이, 신체 부위와 도구의 기능이 그대로 결합된 이름이다. 이는 한국어가 사물과 행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포착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어원은 순우리말에서 온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샅바라는 말의 정확한 최초 사용 시점은 문헌으로 딱 잘라 확인되지는 않지만, 학계에서는 조선 후기(17~19세기) 문헌과 민속 기록에서 씨름과 함께 샅바라는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 (본 코너 1751회 ‘왜 '씨름'이라 말할까’ 참조) 다만 그 이전에도 씨름 자체는 고려·삼국시대부터 존재했기 때문에, 샅바라는 도구와 유사한 개념은 훨씬 오래전부터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순우리말 합성어라서 자연스럽게 구어에서 먼저 쓰이다가 뒤늦게 기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초기 기록에서는 그냥 ‘띠’, ‘허리끈’ 같은 일반적인 표현으로 대신 쓰였을 가능성도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샅바라는 표현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실록은 기본적으로 한문(漢文)**으로 작성돼 샅바처럼 순우리말 구어 표현은 기록에 잘 남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비슷한 상황에서도 ‘대(帶, 띠)’, ‘요대(腰帶, 허리띠)’같은 한자어로 일반화하고 있다. 씨름 자체는 ‘각저(角抵)’, ‘각희(角戲)’ 같은 이름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경기 도구까지 세세하게 묘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 이미 샅바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동아일보 1940년 3월16일 ‘朝鮮(조선)씨름小考(소고) (四(사))’ 기사에서 ‘朝鮮(조선)씨름 改良(개량)을 論(논)하자면 먼저 샅바 問題(문제)를 들지안흘수 없을만큼 샅바 問題(문제)는 가장 中心問題이다’고 보도했다.

샅바라는 말은 단순한 명칭을 넘어, 한국 전통 스포츠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씨름은 상대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붙잡고 균형을 무너뜨리는 경기다. 즉, ‘잡는 것’이 핵심이며, 그 중심에 샅바가 있다. 이름부터가 신체의 중심부를 강조하는 이 도구는, 경기 방식과 철학을 동시에 드러내는 상징이 된다.

또한 샅바는 공동체적 놀이 문화의 기억을 품고 있다. 명절이나 장터에서 벌어지던 씨름판에서 샅바는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였다. 서로의 샅바를 잡는 순간, 경쟁과 유희, 긴장과 웃음이 동시에 시작된다. 이처럼 언어는 물건을 지칭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물건이 놓인 삶의 장면까지 함께 불러온다.

결국 샅바라는 단어는 한국어의 토착성과 생활 밀착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몸의 일부를 가리키는 말과 도구를 뜻하는 말이 결합해, 오랜 세월 구전되다가 하나의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짧고 단순한 이 단어 속에는, 몸을 부딪치며 관계를 맺어온 한국인의 삶과 언어의 역사가 단단히 묶여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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