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려동물 병원비에 '수천만원' 빚져도…94%는 "키우길 잘했어"

최은서 2026. 4. 1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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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리서치와 서울대 수의대가 지난해 3월 반려동물 가구 주양육자 2,002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양육할 때 경제적·심리적 부담이 다방면에서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양육자들은 막대한 병원비와 반려동물의 죽음 후 겪는 상실감을 가장 중대한 어려움으로 꼽았다.

특히 13세 이상 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36.1%가 병원비로만 월 10만 원을 넘게 쓰는 등 반려동물이 고령일수록 병원비 부담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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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지출액 중 '병원비' 가장 부담돼
펫 보험, 아직 보편화됐다 보긴 어려워
반려동물 죽음에 대한 마음 대비에 취약
그럼에도 94.2% 만족... "정서적 안정"
고양이 호랭과 창문을 키우는 주양육자인 김지양(왼쪽)씨가 가족사진을 찍고 있다. 김씨 제공

"주변에서 그런 상황을 고통스러워하더라구요. 반려동물이 아픈데 비싼 치료를 못 해줘서 연명이 어려울 때. 반려동물을 떠나보냈는데 병원비로 생긴 빚이 수천만 원일 때."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 40세 김지양씨)

한국리서치와 서울대 수의대가 지난해 3월 반려동물 가구 주양육자 2,002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양육할 때 경제적·심리적 부담이 다방면에서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양육자들은 막대한 병원비와 반려동물의 죽음 후 겪는 상실감을 가장 중대한 어려움으로 꼽았다.


병원비 부담 큰데... 펫 보험은 아직 '글쎄'

그래픽=신동준 기자

조사 결과 반려동물 양육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단연 식비로, 전체 비용의 46.5%를 차지했다. 전체 양육가구의 월평균 반려동물 식료품비(사료, 간식 등) 지출액은 11만4,000원이었다.

식비보다는 덜 쓰지만 주양육자들이 가장 부담스럽게 느끼는 지출 항목은 병원비였다. 응답자의 53%가 비용이 부담되는 항목으로 병원비 등 건강관리비(보험료 제외)를 꼽아 1위였다. 월평균 건강관리비 지출액은 9만6,000원으로 식비 다음으로 높았다. 특히 13세 이상 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36.1%가 병원비로만 월 10만 원을 넘게 쓰는 등 반려동물이 고령일수록 병원비 부담이 커졌다.

동물병원은 대부분 보험 적용이 안 돼 기본적인 진료만 해도 큰돈이 든다. 강아지를 키우는 고지원(28)씨는 "강아지가 아픈 적은 없지만 두세 달에 한 번 맞는 접종비 5만~7만 원에 매년 정기 건강검진으로 30만 원이 든다"며 "주변에서 1주 입원하고 200만 원이 들었다거나 암 수술비가 1,000만 원이란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반려동물 보험이 여럿 출시됐지만 보편화됐다고 보긴 어렵다. 응답자 중 펫 보험 자체를 아는 비율은 88.8%였지만 실제 가입률은 28.6%에 불과했다. 고양이와 강아지를 키우는 조모(30)씨는 "사람 보험처럼 상품이 많다면 이것저것 따져 볼 텐데 보험이 정말 이득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무작정 가입하기 주저된다"고 했다.


보내줄 준비 어려워... '펫 로스' 대비 안 돼

강소월씨가 키우는 고양이 덕배와 덕춘. 이 고양이들 외에 강씨는 이전에 키우던 고양이를 최근 떠나보낸 후 마음이 힘들다고 털어놨다. 강씨 제공

돈보다 더 큰 문제는 상당수 양육자들이 동물들을 떠나보낼 정서적 대비가 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반려동물 노후를 위한 병원비·수술비 등 "금전적 준비가 돼 있다"고 답한 비율은 53.1%였지만, 반려동물 죽음에 대한 슬픔·불안 등 "마음의 대비가 돼 있다"고 답한 비율은 46.9%로 낮았다.

이미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5%는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경험했고 이 중 대부분인 85%가 감정적인 충격과 변화를 겪었다고 답했다. 키우던 고양이를 2년여 전 떠나보낸 강소월(42)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금 잘 살고 있지만 (고양이가 떠난 후) 우울감이 삶 전반에 깔려 있다"며 "떠난 고양이를 다시 만난다고 생각하면 내일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양육자들의 심리적 어려움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주설아 서울대 수의대 박사는 "반려동물 죽음 이후 찾아오는 슬픔은 당연한 것"이라며 "다만 그 감정을 충분히 이해받지 못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펫 로스 증후군'으로 심화될 수 있으니, 상실을 겪은 이들에게 공감하는 분위기가 확산해야 한다"고 했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대부분인 94.2%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정서적 안정감과 위로감을 준다"(51.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소월씨가 말했다. "이만큼 큰 사랑을 주는 존재는 세계를 통틀어도 없을 거예요. 받은 사랑에 비하면 제 슬픔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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