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불탔는데 주가는 불기둥"…중동전에 돈 몰리는 기업 [최종석의 차트 밖은 유럽]

세계 주식 기행 :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 [LON : SHEL]
2026년 3월 중순, 카타르의 라스 라판 산업 단지 내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의 가스 액체 연료화 시설이 공격받아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요 생산 시설이 파괴되면 기업 가치가 하락해야 하지만 쉘의 주가는 오히려 견고하거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카타르 가스 시설 피격 직후 중동 전체의 에너지 공급망 훼손 우려가 커지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을 돌파하고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휴전하고 종전 협상을 하면서 브렌트유도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불안합니다.

쉘은 세계에서 가장 큰 LNG(액화천연가스) 거래업체입니다. 천연가스를 액화하여 전 세계로 실어 나르는 공급망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스뿐만 아니라 석유를 탐사하고 시추하는 것부터 정제,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합니다.
따라서 카타르 시설의 일부 차질보다 보유하고 있는 전체 에너지 자산의 가치가 유가 상승으로 인해 더 크게 뛰면서 실적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입니다.
쉘은 전 세계 70개국 이상에서 활동하며 약 4만6000개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넓은 주유소 네트워크 중 하나입니다. 미국, 유럽, 동남아 등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노란 조개껍데기 간판을 부착한 주유소를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쉘의 역사는 19세기 영국 런던의 작은 골동품 가게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런던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인에 조가비(Shell)를 부착하는 유행이 불었습니다. 1833년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던 마커스 사무엘은 이 조가비를 수입해 파는 가게를 열었습니다. 이것이 훗날 기업 명칭과 로고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사무엘은 아시아에서 조가비를 수입하기 시작했고, 이는 수출입 사업의 기반이 됐습니다. 사무엘의 아들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1878년부터 석유 제품 운송을 시작했습니다. 1892년에는 카스피해의 석유를 동아시아 지역으로 운송하기 위해 최초의 대량 운송 유조선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20세기 들어 미국 존 록펠러가 이끌던 스탠더드 오일은 세계 석유 시장의 80%를 장악하며 절대적 위치에 섰습니다. 쉘은 이에 맞서기 위해 네덜란드의 로열더치와 합병해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로열 더치는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강력한 생산 및 정제 시설을 보유하고 있었고, 쉘은 강력한 유조선 함대와 운송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 양사의 결합은 큰 시너지를 냈습니다. 두 회사는 지분과 이익을 로열 더치가 60%, 쉘이 40%의 비율로 나누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회사는 완전한 법적 합병이 아닌, 이익을 공유하는 이중 지주회사 구조였습니다. 각 국가의 자부심과 법적 문제로 인해 회사를 하나로 합치지 않았습니다. 두 모회사가 각각 존속하며 운영 자산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100년 가까이 유지한 것입니다.
로열더치쉘은 20세기 들어 중동, 동남아, 북미,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석유를 개발하며 시장을 장악해 나갔습니다. 이 당시 세계 시장을 장악한 7개의 석유 공룡 기업들을 ‘세븐 시스터즈’라고 불렀습니다.

이들은 스탠더드 오일 뉴저지(현 엑슨모빌), 로열더치쉘,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스탠더드 오일 뉴욕(모빌, 현재는 엑슨모빌에 합병), 스탠더드 오일 캘리포니아(현 셰브런), 텍사코(현 셰브런에 합병), 걸프 오일(현 셰브런에 합병)이었습니다. 이들은 카르텔 형성해 원유 가격을 담합하고 생산량을 조절하며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현재는 엑슨모빌, 쉘, BP, 셰브런 등 4개의 ’슈퍼 메이저’로 재편되었습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러시아 가즈프롬,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같은 국영 석유 회사들이 성장하면서, 이들의 독점적 지배력은 약해진 상태입니다.
2007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아람코, 가즈프롬, 페트로나스, 중국 CNPC, 이란 NIOC, 베네수엘라 PDVSA,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등 산유국 국영 에너지 기업들을 ‘신 세븐시스터즈’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로열더치쉘의 이중 구조는 2005년에 이르러서야 두 회사가 단일 지주회사로 완전히 통합되면서 해소되었습니다. 2022년에는 본사를 런던으로 완전히 옮기고, 로열더치쉘이라는 이름에서 로열더치를 버리고 쉘로 단순화했습니다.
쉘이 이와 같은 결정을 한 이유는 기업 구조 단순화와 세금 문제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A주(네덜란드)와 B주(영국)로 나뉜 복잡한 이중 상장 구조였습니다. 본사를 런던으로 통합하면서 주식을 하나로 합쳐 자산 매각이나 인수합병(M&A)을 더 빠르고 유연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네덜란드 정부는 기업이 주주에게 배당을 줄 때 15%의 원천세를 부과합니다. 반면 영국은 배당소득세가 없습니다. 쉘은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주기 위해 세금 부담이 적은 영국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네덜란드의 엄격한 탈탄소 정책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네덜란드 법원이 당시 쉘에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5% 감축하라”는 강력한 판결을 한 것은 이주를 결정하는 데 큰 배경이 되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쉘은 석유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천연가스와 신재생 에너지를 포함한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석유와 천연가스의 개발이 주 수익원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쉘은 2025년 회계연도 기준 약 2737억달러의 매출, 185억달러의 조정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5.3%. 21.9% 감소한 수치입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LNG 생산 및 거래하는 ‘가스(Integrated Gas)’ 부문이 조정 이익의 약 45~50%를 차지하며 쉘의 가장 강력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심해 원유 및 가스 탐사 생산 부분인 ‘업스트림(Upstream)’은 약 35~40%를 차지합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낯익은 주유소와 윤활유 부문인 ‘마케팅(Marketing)’ 파트는 이익의 약 10~12%를 담당하며 안정적 수익을 제공합니다.
쉘은 작은 비중이긴 하지만 친환경 에너지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풍력·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 발전 자체에 공격적으로 투자했으나, 최근에는 수익성이 확보된 저탄소 사업(전기차 충전, 바이오 연료, 탄소 포집) 위주로 자본을 재배치하고 있습니다.

쉘은 한국에서는 한국쉘석유라는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쉘석유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글로벌 쉘 그룹과는 달리 윤활유 제조 및 판매라는 단일 사업 모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쉘은 특정 대주주가 경영권을 독점하지 않고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와 연기금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며 경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기관 투자자(약 66%)와 개인 투자자(약 31~32%)가 지분을 나누어 가진 분산된 소유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대 주주는 블랙록으로 약 8.02%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어 뱅가드 그룹(약 5.51%), 노르웨이 국부펀드(약 2.47~3.0%)가 많은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쉘의 주가는 지난 10일 34.10파운드에 마감했습니다. 올들어 23.6% 상승했습니다.
최근 투자은행(IB)들의 리포트는 비용 절감을 통한 효율성 강화와 LNG 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중동전쟁으로 인한 유가 변동성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JP모간은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36파운드에서 39파운드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씨티도 목표주가를 29.5파운드에서 35.5파운드로 대폭 상향하며 글로벌 에너지 업종 내 투자 매력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UBS는 최근 주가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을 이유로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하고 목표주가를 30파운드로 낮추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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