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무비 흥행 신화를 새로 쓰다…‘친근한 거장’ 장항준의 미학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대한민국 영화계에 전례 없는 흥행 돌풍이 불고 있다. 장항준 감독의 신작 ‘왕과 사는 남자’가 1600만 관객을 돌파한데 이어 역대 흥행 최상위권 타이틀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거대한 경제적 성과다. 누적 매출액 1550억원을 돌파하며 이미 한국 영화 사상 최고 매출액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그 규모가 지금 이 순간에도 팽창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실로 독보적이다.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단종과 마을 사람들의 교감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자극적인 소재 없이도 전 세대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장항준식 휴머니즘’의 승리를 증명했다.
과거 ‘스타작가 김은희의 남편’ 혹은 ‘입담 좋은 예능인’으로 소비되던 장항준은 이제 명실상부한 ‘매출 1위 감독’이라는 거대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저력은 단순히 흥행 성적에만 있지 않다.
대중이 그를 향해 보내는 유례없는 호감도와 지지는 그가 오랜 시간 정교하게 구축해온 노력의 결과물이다. 자신을 낮추면서도 작품의 본질은 놓치지 않는 그의 유연함은 침체했던 한국 영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됐다.
Appearance
안경 너머의 소년미와 가죽 재킷의 야성, ‘무장해제’의 옷차림 전략
장 감독의 외양적 이미지는 ‘권위의 해체’에 기반한다. 그가 대중 앞에 설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그의 시그니처인 검은 뿔테 안경이다. 이는 지적이면서도 장난기 가득한 ‘스토리텔러’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한다.
1300만 돌파 기념행사에서 보여준 검은색 그래픽 티셔츠 차림은 그가 지닌 ‘영원한 청년’의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흥행 감사 자리에서 캐주얼한 티셔츠와 갈색 면바지를 매치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성공한 거장’이 아닌 ‘함께 즐거워하는 이웃’의 모습으로 다가갔다. 이는 팬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힌다.
또한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 공식적인 무대에서 착용한 체크 패턴의 슈트는 신뢰감을 주는 전문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반면, 제작보고회나 인터뷰에서 선보인 가죽 재킷은 그가 작품을 대할 때의 진지함과 창작자로서의 자유로움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브라운 계열의 체크 셔츠와 터틀넥을 레이어드한 옷차림은 클래식하면서도 편안한 인상을 주는데, 이는 단종의 비극을 따뜻한 시선으로 재해석한 ‘왕과 사는 남자’의 연출적 온도와 결을 같이한다.
그의 옷차림은 전혀 화려하지 않지만 언제 어디서든 ‘나의 이야기는 당신의 곁에 있다’는 편안한 메시지를 완성하고 있다.

Behavior
계약서보다 뜨거운 진심, ‘사람’을 남기는 장항준의 서번트 리더십
그의 행동 지표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사람 중심의 리더십’이다. 천만 감독 반열에 오른 뒤 그가 사비 5000만원을 들여 스태프들과 유럽 여행을 다녀온 일화는 고된 창작의 과정을 함께한 동료들에 대한 깊은 존중과 보상의 철학이 담긴 행동이다.
또한 제작 계약이 성사되기도 전에 시나리오를 수정하며 몇 달을 투자했다는 사실은 그가 지닌 예술가적 집념을 보여준다. 대중 앞에서는 “운이 좋았다”며 겸손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철저한 준비와 열정을 쏟는 ‘외유내강’의 태도는 장항준 브랜드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흥행 이후에도 러닝 개런티(수익 지분)보다 당장의 연출료 몇백만원에 집착했던 자신의 실수를 유쾌한 에피소드로 승화시키는 모습은 자신의 약점조차 브랜드의 인간미로 치환하는 그만의 독특한 처세술이다.
성공 앞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저예산 독립 영화를 기획하는 그의 행보는 ‘진정성 있는 창작자’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
Communication
비극도 희극으로 바꾸는 입담, ‘공감’과 ‘해학’의 소통력
장 감독의 소통 스타일은 ‘낮은 자세의 유머’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자신을 희화화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스타작가 아내와의 관계를 “신이 내린 꿀팔자”라고 표현하며 너스레를 떠는 소통 방식은 대중의 시기심을 호감으로 바꾼다. 이는 ‘자기 객관화’가 이루어진 성숙한 모습이다.
유튜브 채널이나 ‘유퀴즈’에서 보여준 그의 화법은 논리적이면서도 감성적이다. 그는 영화의 흥행 성적을 과시하기보다 그 과정에서 겪은 인간적인 고뇌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소통한다. 이는 관객들이 영화를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장항준이라는 매력적인 인물이 정성껏 준비한 ‘선물’로 느끼게 만든다.
특히 현장의 배우들이 감독을 ‘함께 작업하고 싶은 즐거운 동료’로 인지하게 만드는 소통 능력은 그를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로 만든 결정적 요인이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타인을 향한 배려와 세상에 대한 따뜻한 해학이 담겨 있으며 이는 ‘왕과 사는 남자’가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와 일치를 이룬다.

‘운 좋은 남편’에서 ‘대체 불가능한 장르’로, 그가 넘어야 할 다음 고개
그는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경제적 가치가 높은 감독 중 한 명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화려한 성공 뒤에는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도 명확하다.
첫째는 ‘예능인 장항준’과 ‘감독 장항준’ 사이의 균형이다. 그의 유쾌한 이미지는 대중적 친근함을 주지만 때로는 작품의 깊이를 가볍게 보이게 할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묵직한 작가주의적 성찰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어떻게 답할지가 관건이다. 둘째는 차기작에 대한 ‘기대치의 역설’이다. 1600만 관객과 1550억 매출이라는 기록은 그에게 엄청난 자산인 동시에 거대한 벽이 될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저예산 독립 영화를 기획하겠다고 했지만 대중은 결국 그가 보여줄 또 다른 ‘장항준적 감동’의 진화도 원한다. 장 감독이 가야 할 길은 자신의 브랜드를 소모하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확장하는 것이다.
그는 이미 대한민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브랜드’다. 그가 안경 너머로 바라보는 따뜻한 세상이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색깔로 채워질지 대중은 기꺼이 그가 설계한 브랜드의 숲으로 걸어 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
그가 보여준 친근한 거장의 미학이 향후 영화계에 가져올 신선한 변화와 질적 발전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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