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금’ 서울 부동산을 이해하는 다섯 가지 장면

김태림 2026. 4. 1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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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임형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부동산 시장에 고강도 규제와 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임대차와 매매 시장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데 이어 올해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 제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까지 맞물리며 매도·매수 모두 위축되는 분위기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가 3년 5개월 만에 7%를 넘어 서민과 실수요자의 부담은 커지고 전세 절벽과 전셋값 고공행진에 세입자들은 외곽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부 다주택자들은 매각 대신 증여를 택하며 매물은 시장에서 더 줄어드는 모습이다.

급변하는 부동산 시장을 다섯 장면으로 본다.

장면1. 
전세난에 가격도 뛰자 강남·마용성서 ‘버티기’

“지금은 전세 매물 자체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간혹 매물이 나오면 집주인이 세입자를 골라 받기도 해요. 일종의 면접이죠.” 현장 중개업소의 말이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는 전세 물건이 씨가 마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요가 몰리는 전용 59㎡는 매물이 나오자마자 계약이 이뤄지고 집을 보지 않고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도 흔하다. 전세 매물이 0건인 대단지에서 간혹 매물 하나가 올라오면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계약이 끝난다. 중개업소에는 매물을 기다리는 대기 손님들이 줄줄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8388건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3월 기준으로 가장 적은 수준이다. 월별 흐름으로 봐도 8364건에 그쳤던 2016년 11월 이후 약 9년 4개월 만에 최저치다.

매물 감소세도 뚜렷하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월 말 2만1785건이던 서울 전세 매물은 4월 6일 현재 1만5195건으로 줄었다. 두 달여 사이 6500건 넘게 감소한 것으로 전체 물량의 30%가량이 빠진 셈이다.

특히 노원·강북·중랑 등 동북권과 금천구 등 서남권을 중심으로 매물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노원구는 587건에서 215건으로 줄어 63.4% 감소했고 중랑구(-57.0%), 금천구(-49.3%), 강북구(-49.2%) 등도 절반 안팎의 물량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단지로 좁혀보면 전세 물건이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다. 노원구 대단지로 꼽히는 상계주공6단지(2646가구)는 전세 매물이 0건이고 인근 상계주공5단지(840가구) 역시 매물이 없다. 강북구 미아동 최대 단지인 SK북한산시티(3830가구)는 월세 매물이 없고 전세 매물 4건만 남았다.

전세 매물 급감은 규제 강화와 세제 변화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출 규제와 실거주 요건, 세 부담 확대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임대 물량이 구조적으로 줄어들었단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수도권 주담대에 실거주 요건을 붙인데 이어 10·15 대책을 통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으로 확대했다. 해당 구역에서는 실거주 목적의 매수만 허용하면서 임대용 주택이 시장에 남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됐다.

4월 17일부터는 다주택자의 주담대 만기 연장을 제한한다. 그동안 다주택자 주담대는 만기 도래 시 재심사를 거쳐 연장되는 방식이 이어졌던 것. 상환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보유 주택을 처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매도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임대 물건이 추가로 줄어드는 흐름이다.

서울 전셋값은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장에서는 매물 호가가 수천만원 단위로 빠르게 오르는 사례가 잇따른다. 일부 단지에서는 단기간에 수억원씩 뛰는 신고가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강동구 성내동 올림픽파크 한양수자인(전용 115㎡)은 지난 3월 16억원에 계약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불과 두 달 만에 4억원 오른 수준이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59㎡)는 올 초 7억5000만~8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지만 현재 전세 매물의 호가는 8억5000만원 선이다. 이마저도 시장에 남아 있는 매물은 한 건뿐이다(4월 9일 기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월 3주 차까지 서울 전세가격지수 누적 상승률은 1.28%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6배 수준이다. 갱신 계약 가격이 포함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시장에서 체감하는 상승폭은 이보다 더 클 수 있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시장에서 이동 대신 기존 집에 머무는 ‘갱신계약’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분석 결과 올해 1분기(1~3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계약 비중은 48.2%를 기록해 지난해 평균(41.2%) 대비 7%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51.8%까지 치솟으며 신규 계약 건수를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선호도가 높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들 지역의 갱신 비중은 지난 1월 42.2%에서 3월 52.3%로 두 달 만에 10.1%포인트 뛰었다. 마포구의 경우 3월 전체 거래 588건 중 57.3%(337건)가 갱신계약이었고 성동구 또한 366건 중 172건이 갱신으로 집계됐다.

전세 가격이 최근 크게 오르면서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커진 데다 정부의 규제로 전세 대출 이용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들은 이동보다는 갱신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에선 갱신 계약 비중은 늘었으나 실제 ‘갱신요구권’ 사용 비중은 소폭 감소했는데 이는 향후 2년을 대비해 갱신권을 아끼려는 전략적 선택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그래픽=송영 기자

장면2.
탈서울로 ‘경기’ 신고가 행진

서울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일부 세입자들은 경기도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동작구에 거주하는 30대 박우찬 씨는 최근 전셋집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이사 계획을 세웠다. 그는 “서울 전셋값이면 경기도에서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며 “출퇴근과 아이 양육을 고려하면 경기도가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5억9800만원으로 경기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5억6300만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두 금액 간 차이는 약 3500만원에 불과해 전세보증금을 활용하면 경기도 아파트 매입이 가능한 수준이다.

강남과 가까운 하남, 용인 수지 등은 강남권 전세 세입자들의 매수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다. 구리와 성남 수정구, 과천도 서울 거주자가 전체 매수자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수요가 몰렸다.

올해 1분기 서울 주소를 둔 채 경기도 아파트를 매입한 사람은 1만171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가량 증가했다(법원 등기 정보광장).

수요가 몰리면서 경기 주요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도 급등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에서 아파트 매매가가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용인 수지구로 3월 말까지 상승률이 6.44%에 달했다. 안양 동안(5.2%), 구리(4.0%), 성남 분당(3.98%), 하남(3.86%), 광명(3.84%) 등도 서울 평균 상승률(2.2%)을 크게 웃돌았다. 일부 단지에서는 하루 만에 여러 팀이 몰리며 당초 호가보다 1000만원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다.

장면3.
‘3040’ 노도강·금관구 매수 확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지역도 집값 상승세에 속도가 붙었다. 전세 물량 급감 속에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가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면서도 대출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을 찾으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다섯째 주(30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강서구(0.27%), 성북구(0.27%), 관악구(0.26%), 노원구(0.24%), 구로구(0.24%) 등 외곽지역에서 서울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 반면 강남구(-0.22%), 서초구(-0.02%), 송파구(-0.01%) 등 강남권은 하락세를 보였다. 

일부 단지에서는 최근 거래에서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강북구 미아동 송천센트레빌(전용 59㎡)은 지난 3월 17일 10억3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3월 8억6000만원 대비 1억7000만원 상승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관악구 힐스테이트관악뉴포레(전용 59㎡)는 지난 3월 3일 14억5000만원에 최고가를 다시 썼다. 직전 거래보다 2억원 올랐다. 

부동산 업계는 강북 지역 상승세를 ‘키 맞추기’ 현상으로 분석한다. 지난해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제한적이었던 지역의 가격 반등이란 얘기다. 특히 대출 여력이 있는 3040세대가 ‘서울 내 집’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노도강 지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 지역은 15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아 주담대를 최대 6억원까지 활용할 수 있다. 반면 강남권 고가 아파트는 대출 한도가 2억원에 불과해 실거주 목적의 매수가 쉽지 않다. 

올해 3040세대의 주택 매수세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친 주택 매수인은 총 1만134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741명보다 크게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3040세대가 54.7%인 6205명을 차지했다. 작년 2월(51.5%, 5530명)보다 비중이 늘었다.

그래픽=송영 기자

장면4.
“차라리 증여하고 말지”

일부 고령층은 집값을 대폭 낮춰 급매로 팔기보다 양도세보다 높은 증여세를 내더라도 자녀에게 그대로 물려주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팔아서 손해 보는 것보단 세금을 조금 더 내더라도 가족에게 넘기겠다’는 것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의 증여 신청은 1382건으로 조사됐다. 지난 2월(903건)에 비해 한 달 새 53% 급증해 2022년 12월(2384건) 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3월(649건)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증여 신청이 가장 많았던 자치구는 강남구(86건)로 나타났다. 이어 송파구(82건), 서초구(81건), 마포구(81건)가 뒤를 이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기준 증여 건수도 5212건으로 전년 동기(2892건)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2022년 12월(9342건) 이후 최대 규모다.

장면5.
규제는 더 강해지고 고정금리는 7% 돌파

“단위 농협 금리가 제일 좋아요.”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단위 농협 금리를 추천하는 글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농협중앙회는 4월 10일부터 각 단위 농협에서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이 1%를 넘는 경우 비조합원과 준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신규 가계대출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이번 조치는 은행권 대출 규제 강화 이후 상호금융권으로 쏠린 수요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새마을금고에 이어 농협까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수도권과 규제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를 대상으로 전세대출 공적 보증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1주택자는 공적 보증을 통해 수도권 전세대출을 최대 2억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제한이 시행되면 사실상 대출 접근성이 크게 줄어든다.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온투·P2P금융) 업권에도 강력한 대출 규제를 적용할 전망이다. 온투업 대출은 은행권 대출 한도가 다 차거나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차주들이 주로 이용한다. 

이 와중에 금리는 급등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지난 3월 31일 기준 연 4.42~7.02%로 조사됐다. 고정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선 것은 2022년 10월 이후 약 3년 5개월 만이다.

주담대 금리 상승은 중동 리스크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시장금리가 먼저 오른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이미 대출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실수요자의 부담을 한층 더 키우고 있다.

한편 4월 6일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한인 오는 5월 9일까지 토지거래 허가를 신청하면 중과를 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안을 내놓으면서 적용 요건을 당초 5월 9일까지 ‘잔금 지급’에서 ‘계약 체결 및 계약금 지급이 확인된 경우’로 한 차례 완화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그 기준을 ‘계약’에서 ‘토지거래허가 신청’ 단계까지 더 낮추며 유예 적용 요건을 사실상 한 번 더 풀어준 셈이다. 다주택자가 최대한 많은 물건을 내놓고 매매가 이뤄지도록 독려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자신이 소유한 집에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가 세입자를 낀 집을 팔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도 검토하라고 했다. 

그래픽=송영 기자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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