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감세 없앤다?… ‘공정시장가액비율 폐지’ 법안 갑론을박
국회서 범여 ‘공정비율’ 폐지 법안 발의
현재 공시가 60%만 세금 매겨…文 때 95%
“조세 부담률 적정 유지 기능 고려 안 해” 지적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정비율)을 폐지하자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공정비율은 주택 공시가격에 적용되는 일종의 ‘할인율’이다. 현행 공정비율은 60%인데, 이는 공시가격의 60%만큼만 세금을 매기겠다는 의미다. 이 할인율 제도를 아예 없애자는 것이 개정안 내용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 땐 공정비율을 100%까지 올려 공시가격 그대로 세금을 매기겠다고 했다. 이는 공정비율 폐지와 같은 효과를 낸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지난 8일 이런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 의원 명단엔 더불어민주당 이광희, 이주희 의원 외에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의원 등이 포함됐다. 개정안엔 제안 이유가 “종부세는 적용 대상 축소, 세율 인하, 1가구 1주택에 대한 과도한 혜택, 공정비율의 과도한 적용에 따른 사실상의 감세 등으로 본래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있다”며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조세의 형평성 실현을 위해 종부세의 정상화는 시급한 과제”라고 적혀있다.
종부세는 주택 공시가격에서 기본공제(9억원, 1가구 1주택자는 12억원)를 뺀 후 공정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구한 뒤, 구간별 세율을 곱해 산출한다. 개정안 제8조 1항은 과세표준 정의에서 ‘부동산 시장의 동향과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100분의 60부터 100분의 100까지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정비율을 곱한 금액’이란 문구를 삭제했다. 과세표준이 ‘공시가격-기본공제’가 되는 셈이다.
예컨대 현재 공시가격이 20억원인 주택을 보유한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과세표준은 기본공제액 12억원을 제외한 8억원에 공정비율 60%를 곱한 값인 4억8000만원이다. 공정비율을 폐지하면 과세표준은 8억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세율도 0.7%에서 1.0%로 0.3%포인트 상승, 결과적으로 내야 할 세금이 늘게 된다. 단순 계산하면 종부세(재산세 중복분 차감 제외)는 276만원에서 560만원으로 2배가량 증가한다.

역대 정부는 정책 기조에 따라 공정비율을 조정함으로써 세 부담 수준을 탄력적으로 조절해왔다. 공정비율은 2008년 도입 때부터 2018년까지 80%로 유지되다, 문 정부 때인 2021년 95%까지 올랐다.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비율을 60%로 낮췄다.
이번 정부에선 공정비율 폐지론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윤 의원과 진성준 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2월 공동 주최한 ‘똘똘한 한 채의 역설, 부동산 세제 정상화 방안’ 간담회에서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정비율 폐지를 제안했다. 임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는 인물로, 21대 대선뿐 아니라 앞선 20대 대선 때도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부동산 정책 밑그림을 그렸다.

주택 공시가격 급등으로 보유세 부담이 많게는 전년 대비 50% 넘게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공정비율까지 폐지되면 고가 주택 보유자의 부담이 상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공정비율을 폐지하면 종부세 세부담 상한(전년 대비 150%)을 넘어서는 고가 주택이 늘어날 것”이라며 “1차적으로는 고가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나, 궁극적으로 세입자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공정비율이 가진 순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정비율은 조세 부담률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공정비율을 폐지하면 조세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는 만큼, 공정비율을 앞선 정부처럼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정비율 폐지 시 세 부담이 급격히 증가해 이는 조세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정권 재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문 정부 때도 공정비율 폐지론이 제기됐지만, 단계적 현실화로 노선을 선회한 이유기도 하다”고 했다. 앞서 2018년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공정비율을 폐지해 과세표준을 높이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편 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엔 종부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 실거주 요건을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는 5년 이상 보유 시 최대 50%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실거주 2년 이상으로 개정하고 공제율을 최대 60%로 확대했다. 또 토지에 매기는 종부세 과세표준 최대 상한액을 ’45억원 초과’에서 ’97억원 초과’로 변경하고, 세율도 10~30%에서 10~40%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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