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에 뜬 방산주…한화시스템 3개월 170% 상승
[종목 집중탐구]

한화시스템 주가가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산 수출 확대 기대와 미국 조선 사업 확장 가능성,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영향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시스템의 전신은 2001년 삼성전자 방위 사업 부문과 프랑스 탈레스가 설립한 합작사 삼성탈레스다. 이 회사는 2015년 한화그룹에 편입됐고 2016년 현재 사명으로 변경됐다. 이후 2018년 한화그룹의 시스템 통합 업체를 합병하며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을 추가했다. 현재 사업 구조는 방위 사업, ICT 사업, 신사업으로 나뉜다. 최근 3년 평균 매출 비중은 방위 사업이 약 74%, ICT 사업이 약 26%다.
미 해군 사업 기대…필리조선소 확장 가능성
최대주주는 지분 46.7%를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한화에너지가 12.8%로 2대 주주다. 한화시스템은 2019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약 174% 상승했다. 올해 초 5만5300원에서 출발해 3월 중순 18만 원대까지 급등했다. 단순한 단기 수급보다는 사업 구조 변화에 대한 기대가 주가 상승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조선 사업 확대 가능성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한화시스템이 지분을 보유한 미국 필리조선소가 미 해군 관련 사업 수주 가능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수상함과 잠수함, 무인함정 제조를 위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한화그룹이 미국 방산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필리조선소의 기존 시설로는 향후 예상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현재 두 개의 도크를 운영하고 있지만 미 해군 함정 건조 수요가 늘어날 경우 추가 생산능력이 필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와 주정부, 지방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조선소 생산능력 확대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활용도가 낮은 추가 도크에 대한 접근권 확보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한화시스템의 조선 사업 규모는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방산 시장은 규모가 큰 데다 장기 계약이 많은 만큼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역시 방산주 강세를 이끈 요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글로벌 방산 기업 주가가 동반 상승했다. 한화시스템 역시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한국형 요격 미사일 체계 ‘천궁Ⅱ’가 실전 방어 과정에서 성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아랍에미리트가 천궁Ⅱ의 조기 공급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방산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증권 업계에서는 중동 국가들이 방공망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무기 도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요격 미사일 재고 확보와 방공 체계 현대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산 요격 미사일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한국 방산 기업들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김태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시스템은 방산 사업을 통한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한화그룹의 우주 밸류체인을 기반으로 군 관측·통신 위성망 구축의 핵심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우주·방산 ‘투트랙’ 성장…실적 개선 기대
우주 사업 역시 한화시스템의 중요한 성장 분야로 꼽힌다. 회사는 위성 제작과 운용 경험을 이미 확보했다. 제주 우주센터를 통해 월 두 기 수준의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제작할 수 있는 생산능력도 갖추고 있다. 향후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과 통신위성 사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하반기에는 약 6000억 원 규모의 초소형 SAR 위성 사업자 선정이 예정돼 있다. 이 사업에서 수주에 성공할 경우 우주 사업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관측위성 수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선 부문에서는 필리조선소의 수익성 개선 여부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필리조선소는 2025년 약 16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적자 선종인 국가안보다목적선박(NSMV)와 심해암석설치선(SRIV) 인도가 마무리되면 수익성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부터는 상선 건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영업손실은 약 175억 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적으로는 미 해군 함정 사업 참여 여부가 조선 부문의 실적 개선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실적 개선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한화시스템의 올해 매출을 4조4314억 원으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20.9% 증가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3450억 원으로 179.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산 부문에서는 중동 수출 확대와 레이더 양산 납품이 수익성 개선을 이끌 것으로 분석된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필리조선소는 지난해 적자가 지속됐지만 올해는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미국과 협력을 통해 차입을 통한 투자도 가능해 감가상각비 증가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 주가 상승 속도가 빠른 만큼 단기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수출 관련 투자와 우주 사업 연구개발(R&D) 비용 증가로 이익 증가 속도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우주 사업 수주 여부와 필리조선소의 수익성 개선이 향후 주가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실적 개선 속도가 기대보다 제한될 수 있다”며 “중장기 관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