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중동 늪’에 빠진 ‘트럼프 공백’에… 북한·대만 영향력 확대하는 시진핑
북중,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전략적 밀착’ 강화
‘국공회담’… 대만 독립 반대 및 ‘하나의 중국’ 압박
미 중동 집중 틈탄 중국의 동아시아 ‘보폭 넓히기’
워싱턴이 '중동 늪'에 빠진 사이 베이징은 '동부 전선'을 넓히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평양에 외교 수장 왕이를 파견해 북중 전략적 공조를 심화하는 한편, 베이징에서는 대만 야당인 국민당 수뇌부를 맞아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고히 하며 동아시아 정세의 주도권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0일 방북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중국의 '다극세계 건설' 정책에 지지를 표명하고, 지역·국제정세에 관한 북한의 입장을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왕이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북중 고위급 교류 활성화와 전략적 소통 심화 의지를 확인했다. 이번 만남은 내달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양국이 사전에 입장을 조율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나와 시진핑 총서기가 회담에서 달성한 중요 공동인식이 구체적으로 이행되는 것을 보게 돼 기쁘다"며 "조중(북중) 관계는 양당·양국 인민의 뜻과 바람에 따라 새로운 높이로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의 핵심 외교 기조인 '인류 운명공동체' 이념과 '4대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거론하며 "완전히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호상(상호) 지지와 협력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국제적인 현 지정학적 형세와 전망적인 두 나라 전략적 이익의 견지에서 중요하다"며 "공평하고 정의로운 다극세계 건설을 위한 중국 당과 정부의 모든 대내외 정책들을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측 왕 부장은 "중국은 조선과 함께 양당·양국 최고 지도자의 중요한 공동인식을 이행하고, 교류·왕래를 긴밀히 하며, 실무적 협력을 촉진할 용의가 있다"고 화답했다. 그는 또한 "복잡한 국제 정세를 맞아 중조는 각자의 주권·안보·발전이익을 지키는 동시에 중대한 국제·지역 사무에서 소통과 협조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리원 대만 중국국민당 주석과 만나 10년 만에 '국공 회담'을 가졌다. 이는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총통과 민주진보당(민진당)을 고립시키고, 대만 내 친중 여론을 확산시켜 미국 등 외부 세력의 개입 차단을 공식화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국제 형세나 대만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대세에는 변함이 없다"며 "92공식을 지키고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공동의 정치적 기초 위에서 대화와 교류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만 독립은 대만해협 평화를 파괴하는 원흉으로, 결코 내버려 두거나 용인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 등 '외부 간섭'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정리원 주석 역시 이에 동조하며 "대만해협이 외세 개입의 장기판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양측은 정치적 대결을 넘어 함께 '양안 윈윈의 운명공동체'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주석은 국민당이 2028년 재집권할 경우 양안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하며 시 주석을 대만에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이러한 중국의 연쇄 외교 행보는 미국의 외교 역량이 중동 정세에 분산된 틈을 타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구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재편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북한과는 '사회주의 동맹'과 '다극 체제'를 명분으로 결속을 다지고, 대만과는 야당과의 밀착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에 균열을 내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완전 일치' 표현과는 달리 중국과는 '각자의 입장 피력' 수준에 머문 점을 주목하면서도, 양국이 미국의 압박에 맞서 '전략적 공조'라는 큰 틀 아래 결속하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 미중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긴박한 시점에서 중국이 북한과 대만이라는 두 개의 핵심 카드를 동시에 흔들며 외교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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