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도 올해 물가상승률 2.3%로 상향 조정…인플레이션 우려 현실화하나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2%포인트 올린 2.3%로 상향 조정했다. 중동사태에 따른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원화 약세 등을 반영한 것이다. 최근 경제협력기구(OECD) 등 주요 기관이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줄줄이 상향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ADB는 이날 ‘아시아 경제전망(ADO)’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2025년 12월) 대비 0.2%포인트 올린 1.9%로 제시했다. 반도체 산업 호조에 따른 수출 증가, 금리 인하 지연 속 점진적 소비 회복, 반도체·국방·바이오 등 전략 산업에 대한 정부 지출 확대 기대를 상향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중동 갈등, 미국의 관세 정책, 인공지능(AI) 수요 불확실성, 반도체 업황 변동성 등은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제시됐다.

이번 전망은 중동 갈등이 1개월 이내에 조기 안정화된다는 시나리오(the early stabilization scenario)를 전제로 분석됐다. 추후 중동사태의 추이나 유가 흐름에 따라 조정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최근 한국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등의 정책 효과나 물가 상승 가능성 등도 반영되지 않았다.
앞서 OECD도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7%로 0.9%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미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2% 오르며 1∼2월(2.0%)의 안정세에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물가상승은 석유류의 가파른 상승세(9.9%)가 주도했다. 3월 소비자물가에서 먹거리 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추후 상승압력이 더 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우리나라 물가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주요 IB 8곳이 제시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 2월 말 기준 평균 2.0%에서 3월 말 2.4%로 0.4%포인트 높아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2.1%)와 UBS(2.0%)를 제외한 나머지 IB 6곳이 모두 전망치를 2.0% 중반대로 높였다. 바클리(1.9%→2.5)와 씨티(1.9%→2.6%), 골드만삭스(1.9%→2.4%), JP모건(1.7%→2.6%), HSBC(2.1%→2.3%), 노무라(2.1%→2.4%)가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2.6%로 가장 높은 수치를 제시한 JP모건은 지난 2일 보고서에 “중동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아직 데이터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2.6%에 이를 것이며, 중동 상황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5∼9월에는 3%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2.6%를 제시한 씨티도 보고서에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잠정적으로 2.8%로 가정하고 있다”며 “유류세 인하와 최고가격제에도 소매 휘발유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3차 석유 최고가를 동결하면서 물가 억제에 나서고 있다. 10일 0시부터 2주간 적용되는 3차 석유 최고가는 정유사 공급 가격 기준 휘발유는 리터(L)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다. 지난 2주간 국제유가가 꾸준히 올랐지만, 정부는 미국과 이란의 휴전 발표로 유가가 진정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란 입장이다.
다만 미국과 이란의 휴전 상황에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유가 추이는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높다. 전쟁이 당장 끝난다고 가정해도 걸프국의 생산시설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최근 2주 휴전에 합의했으나 향후 상황을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더욱 철저히 대응하라”고 당부했다. 구 부총리는 물가, 공급망, 외환·금융시장 등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휴전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전쟁 장기화 추가 대책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현장 애로사항을 신속히 파악해 적시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세종=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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