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협상’ 밴스·쿠슈너 총출동한 美…이란은 ‘어린이 영정’ 싣고 배수진
파키스탄 동석한 가운데 대면 협상 형태로 진행한 듯…“2시간 협상후 휴식”
300명 규모 ‘매머드급’ 美 대표단 vs ‘오폭 희생자’ 영정 앞세운 이란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전쟁 종식을 위한 회담에 돌입했다. 1979년 단교 이후 양국 간에 이뤄지는 최고위급 대면 접촉이라는 점에서 중동 정세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란 매체인 IRNA, 타스님, 메흐르 등은 파키스탄 시간 기준으로 이날 오후 5시30분께 "이란과 미국 측 협상이 이슬라마바드에서 시작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양국 대표단은 이날 낮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를 각각 만나 회담 의제와 방식 등을 논의한 뒤 본격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AP 통신과 로이터, CNN 방송, BBC 방송 등은 파키스탄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직접 대면하는 '3자 회담' 형식으로 열렸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 방송도 소식통을 인용해 "파키스탄 중재자가 동석한 가운데 양측이 직접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며 "극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은 1979년 양국 외교 관계가 단절된 이후 47년만의 최고위급 회담인 동시에 지난 2015년 이란 핵협상 타결 후 처음으로 열리는 공식 대면 협상이다.
미국과 이란은 개전 39일 만인 지난 7일 2주간의 임시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미국은 이란에 15개항의 종전안을 제시했고, 이에 이란은 10개항 요구를 역제안했다.
회담 시작 전 이란 대표단은 샤리프 총리에게 △ 호르무즈에 대한 통제권리 인정 △ 전쟁 피해 배상 △ 이란의 해외 동결자산 해제 △ 중동 전역에서 교전 중단 등 4가지 '레드라인'을 전달했다고 IRIB가 보도했다. 해당 내용은 미국 대표단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양국 대표단이 2시간가량 대화한 후 휴식을 위해 회담을 잠시 멈췄다고 전했다.

300명 보낸 미국, 70명 꾸린 이란…최대 변수는 이스라엘 공습
이번 협상을 위해 미국은 JD 밴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약 300명 규모의 매머드급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날 오전 이슬라마바드 인근 누르칸 공군기지에 도착한 밴스 부통령은 현지에 먼저 도착해 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의 영접을 받았다.
미국 측 대표단 규모는 경호와 의전 인력을 포함해 역대급 수준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인 쿠슈너와 밴스 부통령이 동시에 참여한 것은 이번 협상을 통해 중동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켈리 메이어 뉴스네이션 기자는 엑스(X)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협상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란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 약 70명 규모로 협상단을 꾸렸다.
갈리바프 의장은 SNS를 통해 기내 좌석에 놓인 영정 사진들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 2월 미군과 이스라엘의 오폭으로 숨진 미나브 지역 여자 초등학교 희생자 168명의 사진이다. 좌석 위에는 아이들의 영정과 함께 훼손된 책가방, 꽃 한 송이가 놓였다.
갈리바프 의장은 사진 설명으로 "이번 비행의 내 동반자들"이라고 쓴 뒤 '미나브168'(Minab168)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미국의 군사 행동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불신을 드러냈다.
회담 기간을 두고 외신의 전망은 엇갈린다. CNN은 "협상에 수일이 걸릴 것"이라며 파키스탄 측이 밴스 부통령의 장기 체류를 원한다고 보도했으나, 이란 타스님 통신은 "계획대로라면 하루 만에 종료될 수도 있다"며 속전속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대 변수는 여전히 진행 중인 이스라엘의 공습이다. 임시 휴전 합의 이후에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서 협상장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레바논 남부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총 1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한편 회담장인 세레나 호텔 주변은 투숙객 전원 퇴실과 함께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있다. 파키스탄 당국은 이슬라마바드 전역에 군경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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