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강강술래·태극기로 고양 뜨겁게 달군 BTS "앞으로도 겸허히 나아가겠다"
360도 무대서 신보 '아리랑' 중심 2시간여 열창

소년에서 청년으로. K팝 그룹에서 세계적인 팝 그룹으로.
그룹 방탄소년단(BTS)가 ‘버전 2.0’의 시작을 알렸다. 더 이상 소년미로 어필하는 ‘보이밴드’가 아니라는 듯 성숙한 음악으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드러냈고, 한국의 전통미를 강조하면서도 ‘K’로 한정할 수 없는 글로벌 팝 밴드라는 점을 강조했다.
‘BTS 월드 투어 아리랑 인 고양’ 두 번째 공연이 11일 오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이틀 전 같은 무대에서 빗속에 진행된 첫 공연에 이은 것으로, 고양시 공연은 BTS가 컴백 기념으로 세계 34개 도시에서 치를 순회 공연의 출발점이다. 이날 BTS는 지난달 발표한 정규 5집 ‘아리랑’을 중심으로 2시간여 공연을 펼치며 자신들이 지향하는 바를 뚜렷하게 보여줬다. 군복무로 휴지기를 맞았던 이들이 지난 10년간의 성공을 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다.
4만4,000여 관객이 객석을 빼곡하게 채운 공연장 한가운데에 설치된 360도 무대에 오른 BTS 일곱 멤버는 ‘아리랑’에 수록된 힙합 곡들인 ‘훌리건’ ‘에일리언스’와 2022년 앤솔로지 앨범 ‘프루프’ 수록곡 ‘달려라 방탄’으로 포문을 열었다. 서로 다른 검은색 가죽 의상으로 거친 남성성과 각자의 개성을 드러낸 멤버들은 더 이상 칼군무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듯 자유롭게 무대를 오가며 노래했다.

첫날 우중 공연으로 고생해서인지 지민은 “오늘은 날씨도 좋고 아미(BTS 팬덤명) 목소리도 잘 들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우리가 4년 만에 앨범을 내고 (대규모 투어로는) 6년 반 만에 콘서트 투어를 하게 됐다. 앨범도 그렇고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 했다”고 말했다. 슈가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서 낯설 수도 있지만 끝까지 즐겨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공연은 기존 히트곡들을 과감히 제외하고 철저히 신보 ‘아리랑’을 중심으로 기획됐다. 바이닐 레코드(LP)에만 수록된 ‘컴 온 오버’를 비롯한 신곡 총 15곡 가운데서 성덕대왕신종 소리가 담긴 ‘No. 29’와 ‘원 모어 나이트’를 제외한 13곡이 세트리스트에 포함됐다. 무대 연출과 세트 디자인 등에서도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시도가 특히 눈에 띄었다.
공연 전 관객 입장 시간에는 공연장에 은은하게 울려 퍼진 국악과 대형 스크린을 장식한 수묵화 이미지로 궁중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석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경회루를 모티브로 한 정자형 파빌리온을 360도 무대 중앙에 설치하는 식으로 연회의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태극기를 모티브로 설계한 무대 바닥도 인상적이었다. 태극기의 원형 문양이 중심을 잡고 사방으로 뻗는 돌출 무대는 건곤감리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데이 돈트 노 어바웃 어스’ 무대에선 댄서들이 탈 이미지를 휴대용 스크린 장비에 구현했고, 아리랑이 삽입돼 화제를 모은 ‘보디 투 보디’에선 LED 깃발 등을 활용해 강강술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무대를 벗어나 경기장 트랙을 한 바퀴 돌며 관객과 가까이서 호흡한 뒤론 대형 스크린에 지난달 21일 열린 컴백쇼의 무대였던 광화문 이미지를 비치기도 했다.
본공연의 마지막 무대에서 멤버들은 자유분방한 방식으로 관객과 호흡하며 노래했다. “이웃집 강아지도 안다”(RM)는 히트곡 ‘버터’ ‘다이너마이트’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정해 자유롭게 노래하는 ‘방탄노래방’으로 선보인 ‘테이크 투’ ‘DNA’를 끝으로 본공연을 마친 이들은 앙코르 무대로 ‘아리랑’의 ‘플리즈’와 ‘인투 더 선’을 부르며 무대에서 내려갔다.
지민은 “그동안 너무 보고 싶었는데 기다려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다”며 “늘 여러분에게 좋은 무대와 음악을 보여주고 들려주기 위해 열심히 할 테니 늘 우리 곁에 있어 달라”고 말했다. RM은 “이번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는데 그룹 활동을 오래 하기 위해서이니 우리의 변화를 너그럽게 지켜봐 달라”며 “이곳을 가득 채워준 여러분의 마음을 단 한 순간도 가볍거나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언제나 겸허한 마음으로 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BTS는 12일까지 고양에서 세 차례 콘서트를 마무리한 뒤 17, 18일 일본 도쿄돔을 거쳐 북미, 유럽, 남미, 아시아 등 34개 도시 85회 공연을 이어간다. 국내 가수 가운데선 단일 투어 최대 규모, 최다 회차로 일본과 중동아시아 지역이 추가될 예정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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