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단촌역서 울린 초등생 시, 글로벌 음원으로 피어나다

김동현 기자 2026. 4. 1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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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율 어린이 영어 시 ‘Flower’ 4대 플랫폼 동시 발매
지역 문학행사 창작물, 첫 정식 음원 유통 사례 주목
▲ 2025년 10월 의성군 단촌역에서 열린 '제7회 단촌역 은행나무 문학광장'에서 하율 오르베타 학생(무대 위 맨오른쪽)이 영어 시 'Flower(백두대간 꽃)'를 낭송하고 있다. 정재근 작곡가 제공

의성군의 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쓴 영어 시가 음악으로 재탄생해 글로벌 음원 플랫폼에 공개됐다. 지역 문학행사에서 낭송된 창작물이 정식 음원으로 제작·유통된 첫 사례로, 지역 기반 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1일 정재근 작곡가와 멜론 앨범 정보, 관계자 확인 등을 종합하면 단촌초등학교 4학년 하율 오르베타 학생이 쓴 영어 시 'Flower(백두대간 꽃)'를 바탕으로 한 음원이 지난 8일 멜론,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유튜브뮤직 등 주요 플랫폼에 동시 발매됐다. 음원 유통은 다날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이번 음원은 보컬곡과 연주곡(Inst.) 등 2곡으로 구성됐다. 하율 학생이 직접 쓴 영어 시를 가사로 활용했으며, 연주곡은 보컬을 제외한 반주 형태로 제작됐다.

▲ 단촌초 4학년 하율 오르베타 학생의 영어 시 'Flower(백두대간 꽃)'를 바탕으로 제작된 싱글 음원 'Flower'의 앨범 재킷. 정재근 작곡가 제공

해당 시는 백두대간을 배경으로 '꽃'을 소재로 삼아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도 각자의 존재가 지닌 의미를 담아냈다.

화려함보다 존재 자체의 의미에 주목하는 시선이 담겼으며,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이들이 한 정원 안의 꽃처럼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곡의 출발점은 지난해 가을 의성군 단촌역에서 열린 '제7회 단촌역 은행나무 문학광장' 시낭송회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정재근 작곡가는 영어로 낭송된 시를 접한 뒤 곡 제작을 결정했고, 현장에서 학생과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작업을 시작했다.

현장을 함께한 주민 강태희 씨는 "한 초등학생의 시가 음악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보며 인상 깊었다"며 "지역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음악을 통해 더 넓은 곳으로 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꼈다"고 전했다.

곡 제작에는 약 5개월이 걸렸다. 초기 멜로디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완성됐고, 이후 편곡과 녹음 과정을 거쳐 최종 음원으로 제작됐다. 편곡은 김우직 씨가 맡았고, 트럼펫과 색소폰 등 연주 구성이 반영됐다. 보컬은 대구 출신 가수 김강주 씨가 참여했다.

녹음은 경북음악창작소에서 진행됐으며, 믹싱과 마스터링은 민찬우 씨가 담당했다. 기획과 제작은 정재근 대표가 운영하는 화생당바이오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 'Flower(백두대간 꽃)'의 편곡을 맡은 김우직. 이번 음원에는 피아노, 오르간, 미디 프로그래밍 등 편곡 작업이 반영됐다. 정재근 작곡가 제공

정재근 작곡가는 의성군 안계면 출신으로 현재도 지역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와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회원으로 등록된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현재까지 55곡의 자작곡을 공식 등록했다. 이번 'Flower(백두대간 꽃)'은 등록 절차가 진행 중인 최신 작업이다.

정 작곡가는 "시의 흐름을 해치지 않기 위해 멜로디를 단순하게 구성한 뒤 점차 감정의 밀도를 더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며 "과도한 장식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흐름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어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삶의 의미를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업에는 해외에서 의성으로 이주한 가족의 경험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학생의 어머니는 "지난해 7월 아이들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조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경험을 위해 미국에서 의성으로 단기간 이주했다"며 "단촌초등학교에서 교직원과 학생들이 언어 장벽에도 불구하고 적응을 도와준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단촌 일대에서는 시낭송회와 공연이 결합된 문학행사가 열려 왔다. 이번 사례는 그 현장에서 발표된 창작물이 실제 음원으로 제작돼 유통으로까지 이어진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주형 단촌면장은 "당시 미국에서 온 형제 4명이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하율 학생은 지난해 단촌역 문학광장 행사에서 영어 시를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교와 지역사회의 도움 속에 적응 과정을 이어온 학생의 시가 음악으로 제작돼 글로벌 음원으로까지 이어진 점은 지역 문화 확장의 의미 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지역 문화 현장에서 출발한 개인 창작물이 글로벌 음원 플랫폼으로 유통되며, 지역 기반 콘텐츠가 언어와 형식을 바꿔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작은 시 한 편이 단촌의 무대에서 세계 유통망으로 이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