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도시에 문화가 꽃피길… 다함께 ‘배 부른 꿈’ [우리동네 ‘스페셜리티’를 찾아서·(3)]

신현정 2026. 4. 1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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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특산물 배 활용한 ‘배로샌드’

배한솔 대표 “왜 지역 대표 기념품 없을까” 의문이 시작
직장 다니며 개발 뛰어들어… 평택역 ‘팝업’ 성공후 퇴사
가족들 도움으로 확장 이전, 최근 역사 입점계약 낙찰도
“단순 제과 판매 넘어 평택역 상권 스탬프 투어 구상”


한 지역에서 유명한 생산물을 두고 ‘특산물(特産物)’이라고 부릅니다. 부산의 기장 미역, 논산의 딸기, 광주의 무등산 수박처럼 지역마다 자신들만의 특산물을 가지고 있죠.

그렇다면, 경기도는 어떨까요. 서울, 인천과 함께 수도권으로 묶인 경기도는 도심 이미지가 강해 대표적인 특산물이 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경기도에는 판교처럼 에너지 넘치는 도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농촌과 어촌이 모두 있습니다. 당연히 31개 시·군마다 그 지역 특성에 맞는 특산물이 있는데요. 쌀, 포도, 율무 등 지역 특색에 따라 종류도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그 ‘변신’이 눈길을 끕니다. 단순 1차 생산물에 그치지 않고 특산물을 활용해 특산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동네 ‘스페셜리티’를 찾아서]는 우리가 몰랐던 경기도 지역의 특산물을 알리고, 이를 새롭게 개발·판매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평택 배로샌드 내부 모습. /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몇 년 전부터 제주도에 다녀오면 사오는 기념품이 있습니다. 제주도 우도의 땅콩을 넣어만든 ‘마음샌드’인데, 제주도에서만 살 수 있어 제주 여행을 기억하고 지인들과 추억을 공유하려는 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있죠. 제주 마음샌드가 유명해지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자신들만의 샌드를 만드는 ‘샌드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평택의 외국계 기업을 다니던 배한솔씨도 제주여행을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마음샌드를 선물받았습니다. 한솔씨는 마음샌드를 한입 베어무는 순간, 머리가 띵하고 울렸다고 합니다. 천안에 가면 호두과자, 대전에 가면 성심당, 제주에는 마음샌드가 있는데 왜 평택은 이러한 기념품이 없을까하는 생각이었죠. 2년 전 떠오른 그 생각은 한솔씨를 새로운 길로 안내했고 평택 특산물인 ‘쌀과 배’를 활용한 디저트, ‘배로샌드’ 개발·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평택 특산물을 활용한 디저트 브랜드 개발에 뛰어든 평택 배로샌드 대표 배한솔씨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평택의 자부심을 찾다

평택 배와 쌀을 활용 카페 ‘배로샌드’ 배한솔 대표. /박소연PD parksy@kyeongin.com

배로샌드가 탄생하기 전, 한솔씨는 평택에서 가정을 꾸린 13년차 회사원이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평범한 직장이었는데요. 그런 한솔씨 마음에는 항상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도전해보고 싶다’는 열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걸로, 어떻게 가야할지 몰랐죠. 그때 지인이 선물한 제주 마음샌드가 불을 지폈고, 아침마다 가는 평택역사를 보며 왜 경주 찰보리빵은 팔고 평택 대표 특산물, 기념품은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죠. 제주 마음샌드처럼 평택을 대표하는 디저트 브랜드를 만들어보자고.

한솔씨가 창업을 결심했을 당시, 이미 지역에는 제주 마음샌드를 따라 자신들만의 샌드를 팔았습니다. 하지만 다들 비슷한 모양, 비슷한 재료였죠. 한솔씨는 단순한 평택 샌드가 아니라, 평택 특산물을 넣은 의미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평택 시민들이 평택에 대한 자존심은 강한데, 반대로 자부심은 없는거 같더라고요. 저는 그 이유가 평택을 지탱하는 문화적인 면이 약하기 때문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평택 지역만의 트렌디한 지역 브랜드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걸 내가 한번 해보고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택 특산물 중 쌀을 이용해 쿠키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쉽게 떠올랐지만, 쿠키 안에 어떤걸 넣어야 할지는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여러 특산물을 살피던 중, 한솔씨 눈에 ‘배’가 띄었고 그때부터 배를 가지고 어떻게 잼을 만들까 연구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밤새 집에 있는 냄비를 태워가며 레시피를 연구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자신의 용돈을 몽땅 집 근처 원룸 월세에 넣어 제조 및 연구개발을 이어갔습니다. 물론 아내의 양해를 구하고 말이죠.

평택 배로샌드 내부모습. /박소연PD parksy@kyeongin.com


“아내한테 동료들과 술먹고하는 20~30만원을 차라리 집 주변에 월세를 구해 (배로샌드) 개발을 해보겠다고 했어요. 그때 보증금 300만에 월세 30만원짜리를 구해서 낮에는 회사를 가고 퇴근해서 12시~1시, 아니면 출근 전 새벽에 나가서 쿠키를 개발했죠”

여기에 한솔씨는 배모양의 얼굴을 한 ‘배로’라는 캐릭터를 만들었고 SNS를 통해 배로에 대한 스토리를 쌓으며 홍보에 나섰습니다. 그렇게 2년 넘는 준비기간을 거쳐 2023년 9월 평택 통복동에 ‘배로샌드’ 매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창업 초기 회사를 겸업했던 한솔씨는 낮에 출근을 해야 했기에 매장 앞에 무인 픽업함을 설치했고, 예약 위주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코레일로부터 평택역에서 배로샌드 팝업스토어 제안이 왔고 본격적으로 배로샌드를 알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한달동안 평택역 안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그때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셨고 다들 좋아해주셨어요. 그때 물량 요청이 늘어나면서 저도 회사를 그만두고 좀 더 큰 작업장이 있는 평택동으로 확장이전했죠. 확장이전하고 어떤 손님이 찾아오셨는데, 팝업 당시에 항암 중인 어머니께 배로샌드를 사드렸는데 너무 좋아하셨다면서 그 이후 좋은일도 많아 생겨 또 찾아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너무 뿌듯하고 내가 만든 쿠키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구나 이런 생각도 하게 됐어요”

평택 배로샌드 외부모습. /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평택 배로샌드에서 판매 중인 디저트 메뉴. /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평택 특산물인 쌀과 배로 만든 디저트. /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특히 배로샌드 창업 과정에서 가족들이 한솔씨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배로라는 캐릭터 개발을 고민할때 디자이너로 일하는 동생이 직접 캐릭터를 디자인해줬고, 과일 배를 그물망에 감싸서 파는 것을 착안해 배로샌드를 그물망에 넣자는 아이디어 역시 아내가 제안했습니다. 회사를 겸업할 당시 손님 응대에 어려움이 있자, 부산에 계신 한솔씨의 부모님이 평택으로 올라와 도와주시기도 했죠.

“창업하면서 고민하고 걱정했던 부분을 가족들이 다 도와준거 같아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힘들지 않았고 그 이유는 가족들이 함께 재밌게 해준 덕분이에요”

명확한 목표, 이루겠다는 열정

평택 배로샌드는 평택 특산물인 쌀과 배로 만든 디저트다. 사진은 배한솔 배로샌드 대표가 배로샌드를 만들고 있는 모습. 배로샌드 디저트는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한솔씨는 10년 넘게 직장인 생활을 하다 창업에 뛰어든 케이스입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가족들의 응원에 힘입어 어려움을 극복하고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리는 중이죠. 그래서 한솔씨에게 배로샌드는 ‘마라톤’ 같은 존재입니다.

“저도 회사가 정한 방향, 그 일과 속에서 어떻게 보면 쳇바퀴같은 하루를 살아갔죠. 근데 지금은 회사를 나와서 제가 정한 최종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자리에서 뛰지 않고 결승점을 향해 뛰는거죠”

배로샌드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명확한 목표, 그걸 이루겠다는 열정이 한솔씨에게 가득합니다. 그 열정으로 신제품도 끊임없이 개발 중인데요. 배잼과 버터크림을 넣은 배로샌드에 이어, 크림치즈와 배잼을 넣은 배로만주, 배를 활용해 만든 오란다인 배란다, 대만의 디저트 펑리수를 모티브로 한 배리수, 배청과 토닉워터를 넣은 배로톡톡 등 다양한 디저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배로샌드를 개발했을 당시 직접 평택시장의 집을 찾아가 배로샌드를 소개하기도 했죠.

평택 배로샌드는 평택 특산물인 쌀과 배로 만든 디저트다. 사진은 왼쪽부터 배로샌드, 배로샌드 DIY 세트, 배로샌드 디저트와 배잼, 배청이 들어간 세트메뉴. /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이제 창업 3년 차, 한솔씨에게는 두 가지의 꿈도 있습니다. 첫번째는 ‘평택역 입점’입니다. 처음 창업 전 평택역사 안에 타 지역 특산물이 판매되는 모습을 보고 내가 나중에 저 자리에 평택 특산물을 채우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죠. 그 다짐은 최근 5년 계약으로 입점을 낙찰받으며 이뤄졌습니다. 이제 경주 찰보리빵이 아닌, 평택 배로샌드를 판매하게 됐습니다.

“평택역 안에서 단순히 제과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평택역 반경 200m 안에 있는 즐길거리, 먹거리 사장님들과 협업해 스탬프 투어를 계획하고 있어요. 지금은 평택이 놀러가고 싶은 곳이 아니지만, 그래도 한번은 가보고 싶은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또 하나의 꿈은, 배로샌드를 통한 복합문화공간 조성입니다. 최근 평택의 많은 곳이 산업발전으로 개발이 이뤄지면서 배밭이 많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죠. 현재 배로샌드의 재료는 평택 통복시장 내 방앗간과 평택 배농장에서 받고 있는데 지금도 배밭이 줄어 평택 배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합니다. 한솔씨를 평택 배를 지키기 위해 평택 배밭을 매입해 배나무를 시민들한테 분양도 하고 카페로 확장해 함께 배로샌드도 만드는 공간을 만든다는 꿈입니다.

“배를 수확해 함께 배잼도 만들고 쿠키고 만들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배나무로 둘러싸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 꿈”
평택 배로샌드는 평택 특산물인 쌀과 배로 만든 디저트 가게다. /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커피도 마시고 배로샌드도 먹을 수 있는 카페인데, 여기에 배를 수확해 함께 배잼도 만들고 쿠키고 만들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배나무로 둘러싸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이자, 꿈입니다”

끝으로 한솔씨는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저는 창업한 게 엄청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회사를 다니고, 창업하고는 종이 한장 차이라고 생각해요. 직장을 다니면서도 자기 좋아하고 의미있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고 도전해볼 시간은 충분하고 생각해요. 안 되면 그 자체로 경험이 되고 잘 되면 소중한 창업의 기회나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죠. 고민하지 말고 실행에 옮겨봐라, 해볼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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