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영 빠진 빈자리, 성영탁이 ‘새 마무리’ 될 수 있나… 의미 큰 세이브, 마무리 경쟁 불 붙었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KIA는 11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 두 자리를 조정했다. 팀의 마무리 정해영과 핵심 셋업맨인 전상현이 2군으로 내려갔다.
전상현은 늑간근에 미세 손상이 발견돼 2군으로 갔다. 부상이었다. 하지만 정해영은 몸에는 이상이 없었다. 경기력 조정 차원이었다. 팀 부동의 마무리인 정해영은 올 시즌 초반 출발이 너무 좋지 않다. 시즌 4경기에서 2⅔이닝을 던지며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88이라는 경력 최악의 출발을 알렸다.
3월 28일 인천 SSG전, 그리고 10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블론세이브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경기력이 불안하고 실점하자 강판됐다. 마무리로서는 다소 굴욕적인 일이었지만, 누구를 탓할 수가 없었다. 제구도 완벽하지 않은 데다 구속 등 구위까지 뚝 떨어진 것이 눈에 보이면서 위기론이 커졌다.
이범호 KIA 감독은 지난해 중반 이후 경기력이 하락 곡선을 그린 정해영을 매번 옹호했다.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면서 마무리 보직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쩔 수가 없었다. 기술보다는 심리적인 문제가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차라리 지금 한 번 조정을 하고 넘어가는 게 아직 한참 남은 시즌에 더 도움이 된다고 봤다. 2군으로 내려간 배경이다.

그렇게 정해영이 2군으로 내려간 가운데 고민은 분명했다. 2020년 프로 1군에 데뷔한 정해영은 2021년 34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로서의 성공적인 경력을 열었다. 이후로는 쭉 팀의 마무리였다.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기간을 제외하면 항상 KIA의 9회를 책임졌다. 돌려 말하면, KIA는 정해영 외에 풀타임 마무리 경력을 가진 선수가 없다시피했다. 조상우 정도가 있지만 조상우의 경기력도 최근 썩 좋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일단 김범수와 성영탁을 상황에 맞게 8·9회 번갈아가며 쓴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리고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첫 시험대가 왔다. KIA는 이날 한화 선발 왕옌청에게 꽁꽁 묶여 7회까지 1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1-4로 뒤진 8회 대거 5점을 내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8회 김범수가 먼저 등판했지만, 김범수가 불안했다. 문현빈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았다. 강백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기는 했으나 잘 맞은 타구, 좌중간을 꿰뚫을 타구를 김호령이 호수비로 건져냈다고 보는 게 옳았다. 이어 채은성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1사 1,2루에 몰렸다. 흔들리고 있었다.
이 감독은 바로 성영탁을 투입했다.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해 KIA 불펜에서 최고의 성적을 낸 성영탁을 가장 중요한 순간에 쓴 것이다. 자격은 충분했다. 올해 5경기에서 3홀드 평균자책점 0의 짠물 피칭을 하면서 팀 불펜을 지탱하고 있었다.

성영탁은 기대에 부응했다. 노시환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3루수 뜬공으로 정리했고, 이어 하주석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8회를 실점 없이 마쳤다. KIA가 승기를 잡는 순간이었다. 성영탁은 경기 후 “(김)범수 형의 승계 주자를 묶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점수를 주더라도 단타로 끊어서 가려고 노력했고, 상대에게 분위기를 주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승부했다”면서 “준수 형도 몸쪽 승부를 과감하게 요구했고, 제구가 잘 되어 실점없이 8회를 넘어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9회에도 다시 마운드에 오른 성영탁은 한화의 추격을 뿌리치고 기어이 경기의 문을 닫았다. 성영탁은 “9회에 올라갔을 땐 마운드에서 기죽지 않는 피칭을 하려고 노력했다. 너무 떨렸지만 긴장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를 하기 위해 구위를 믿고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공을 던졌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프로 1군 경력 첫 세이브가 올라가는 순간이었고, KIA의 시즌 첫 3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정해영이 없었던 첫 경기지만, 결과적으로 정해영의 공백은 드러나지 않았다.
성영탁은 경기 후 “말이 안나올 정도로 떨린 경기였다. 선수들 모두 오늘 경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얘기했는데, 그런 경기를 이겨 3연승을 거둘 수 있어 기쁘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데뷔 첫 세이브를 올릴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중요한 상황에서 투수코치님과 감독님이 끝까지 믿어주셨기 때문에 올릴 수 있었던 기록이었다. 믿음에 보답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남은 모든 경기에서 더 큰 책임감으로 마운드에 오를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해영은 아픈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심신을 잘 관리한 뒤 다시 등록이 가능한 열흘 뒤 1군에 돌아올 전망이다. 다만 돌아왔을 때 어떤 보직을 맡을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 돌아와도 부담이 없는 편한 상황부터 쓰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그 사이 마무리로 치고 나가며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를 빼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성영탁이 그 가능성을 보여준 가운데, KIA도 한 고비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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