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참사의 고리 끊어내야”…세월호 참사 12주기 노란빛 도심

박고은 기자 2026. 4. 1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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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들의 얼굴에는 속절없이 세월의 흔적이 새겨지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의 시간은 여전히 열여덟 눈부신 나이에 멈춰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로 기록된 아이들의 이름, 거리에서 삭발하는 엄마 아빠의 울음, 곁에 선 시민들의 위로가 영상으로 전해진 뒤,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 목소리가 노란빛으로 가득 찬 서울 도심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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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2주기 시민대회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앞에서 주최한 ‘세월호참사 12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에서 시민들이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엄마, 아빠들의 얼굴에는 속절없이 세월의 흔적이 새겨지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의 시간은 여전히 열여덟 눈부신 나이에 멈춰있습니다.”

그날로부터 12년. 세월호 참사 희생자로 기록된 아이들의 이름, 거리에서 삭발하는 엄마 아빠의 울음, 곁에 선 시민들의 위로가 영상으로 전해진 뒤,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 목소리가 노란빛으로 가득 찬 서울 도심에 울렸다. 시간은 흘렀지만, 고통과 바람은 크게 달라지지 못했다. “우리 가족들은 다시는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잔인하게도 참사의 역사는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참사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이제는 국가의 책무를 법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앞에서 주최한 ‘세월호참사 12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닷새 앞둔 11일, 서울시청 일대에서 세월호참사 12주기 기억약속시민대회 ‘진실과 생명안전은 기본이지’가 열렸다. 아이들과 부모들, 청년,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유가족과 시민들이 전하는 노란 나비, 리본을 받아들고 반가운 얼굴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했다. 다만 모두 12년 전 저릿했던 기억을 마음 한켠에 품은 채였다.

대학생 이주은(21)씨는 “열 살도 되기 전이었는데 언니 오빠들이 탄 배가 가라앉았다는 부모님 얘기를 듣고 남동생과 놀다 말고 텔레비전만 쳐다봤다”며 “언니 오빠들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던 그 1주일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 형식으로 시민 각자의 그 날을 소개한 ‘오픈라디오: 기억의 주파수’에 전해진 사연들에서 한 시민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피해자들을 떠올리며, 문밖을 나서곤 한다. 올해 돌아오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서른살이 되는 해”라고 짚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앞에서 주최한 ‘세월호참사 12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에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이 참석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참사의 고통은 이어졌다. 시민대회에 7살 딸 손을 잡고 나온 고재승(44)씨는 지난 2024년 12월29일 무안공항 참사로 부모님을 잃었다. 고씨는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고 매듭지어지지 않는 상황 속에 12년째 유족이 같은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 가슴 아프다”며 “세월호 이후 그래도 우리 사회가 안전해졌다고 믿었는데, 참사를 겪고 그 신뢰가 무너졌다. 정부가 사회적 참사에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 사태를 빨리 수습할 것인지 전략만 발전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 미냥(29·가명)씨는 “크고 작은 사회적 참사가 너무 많다. 그 사이에 산업재해도 끊이지 않는다. 가방에 매달고 다니는 (참사를 추모하는)리본 개수만 5개가 넘었다”며 노랑(세월호), 보라(이태원), 주황(스텔라데이지호), 초록(오송 지하차도), 파랑색(무안공항) 리본이 한데 매달린 가방을 내보였다.

이날 무대에 선 유영호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은 “(세월호 가족이 싸워 온)그 길을 보며 희망을 배웠고 한편으로는 가슴이 무너질 만큼 미안하기도 했다. 또 다른 참사가 반복되었기 때문”이라며 “이 싸움은 유가족만의 싸움이 아니다. 이 사회가 미래에 어떤 사회가 될 것인지에 대한 싸움”이라고 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앞에서 주최한 ‘세월호참사 12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를 열어 ‘생명안전기본법 재정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열리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4.16연대는 세월호 12주기 △국가책임 인정과 공식 사과 △생명안전기본법 제정과 국가 재난대응체계 전면 개편 △비공개 기록 전면 공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권고 이행 등을 요구했다. 슬로건은 ‘진실과 생명안전은 기본이지’로 정했다. 슬로건에는 “12년을 함께 걸어온 피해자와 시민의 연대, 진상규명이라는 진실을 향한 포기 없는 걸음, 그리고 세월호를 넘어 이태원·무안공항 등 모든 재난참사 피해자들과의 생명안전 연대의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여전한 슬픔과 다짐 앞에 유가족, 시민, 청소년 130여명이 모인 노란빛 합창단이 노래 ‘군청’을 부르며 위로를 전했다. “어느샌가 수년의 시간이 우리 사이에 흘러가 버렸고 /삼월의 바람 내 뺨을 스치면 지금도 너를 그리워하네/ 울려라 우리의 노래여 퍼져라 저 하늘 끝까지 /저 멀리 멀리 하늘 끝까지”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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