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패배 안 돼” 중국이 ‘중재 외교’ 나선 속내
중동 투자 이익 사수…‘달러 패권’ 흔들기 노림수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4월7일 중국 베이징 외교부 청사. 정례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마오닝 대변인에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최후통첩을 날리며 고강도 압박을 가하는 데 대한 중국의 입장은 무엇인지 물었다. 마오닝은 "중국은 전쟁 장기화에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며 "양측이 정세 완화를 위한 평화 협상 추진에 모두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다른 기자가 중국은 전쟁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지 질문했다. 마오닝은 기다렸다는 듯 중국의 외교적 노력을 설명했다.
그는 전쟁 발발 이후 왕이 외교부장이 이란, 이스라엘,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등 각국 정부 외교장관과 26차례 통화했고, 중동 문제 특사가 각 지역을 오가며 중재한 점을 강조했다. 실제 4월2일 왕 부장은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외무장관 및 EU 외교안보 대표와 통화했다. 이 사실은 중국 언론이 즉각 보도했다. 5일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도 통화했다. 왕 부장은 "중·러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국제·지역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유 비축량 세계 최대…中, 전쟁 피해 적었다
마오닝은 이런 경과를 설명한 뒤 속내를 밝혔다. "전쟁의 근원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해 이란에 무력 공격을 가한 데 있다"며 "즉각 휴전과 대화·협상으로 걸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역설했다. 트럼프가 이란과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2~3주 내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공언한 데 대한 견제가 분명했다. 즉, 중국의 외교 방향이 이란의 항복이나 파멸을 막기 위한 노선으로 선회한 것이다. 당초 중국은 전쟁 발발 이후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피해 왔다.
3월8일 왕이 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란 전쟁을 "일어나서는 안 될 전쟁이며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잦은 무력 사용은 강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며, 민중이 희생양이 돼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3월4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중국과 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에 군함 파견을 요구했을 때는 더 중립적이었다. 3월16일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각국은 군사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을 뿐 미국에 전쟁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번 전쟁이 중국에 큰 손실을 입히지 않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 중국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에너지원은 석탄(55~57%)이고 석유는 18~19%, 천연가스는 8~9%다. 물론 중국이 세계 석유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로 미국(15%), 인도(11%) 등을 압도한다. 또 GCC 산유국에서 중국(29.1%)이 가장 많은 원유를 수입해 일본(18%), 한국(14%), 인도(9.9%) 등보다 많다. 그러나 실상을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은 전체 석유 소비의 25~30%를 자국에서 생산해 쓴다. 비축해 놓은 원유량도 125일분에 달한다.
무엇보다 중국은 러시아, 말레이시아, 브라질, 앙골라 등 GCC 외 다른 나라에서 대체 수입 물량을 구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에서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한다.
이란 전쟁 이전에 중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운송한 원유량은 하루 420만 배럴이었다. 2월 기준 중국은 러시아에서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따라서 그 규모를 2배로 늘리면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수입량의 절반 정도를 대체할 수 있다. 천연가스도 '시베리아의 힘'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미얀마에서 가스관을 통해 수입하고 있어, GCC로부터 수입하던 물량을 모두 대체할 수 있다. 이렇게 다른 나라로 대체 물량을 돌릴 수 있어, 최근 중국 주유소에서 파는 휘발유 가격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다만 항공유는 생산량이 크게 줄어 중국 항공사는 유류할증료를 대폭 인상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이란에 최후통첩을 날리며 협상 타결을 압박하면서 중국의 외교 기조가 바뀌었다. 그 이유는 첫째, 트럼프의 파국적 일탈 가능성에 중국은 '평화의 중재자'가 될 기회를 잡으려는 시도다. 트럼프는 4월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발전소를 포함한 이란의 모든 핵심 인프라를 타격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 후에는 도로, 교량 등 민간인 생존과 관련된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4월2일 국제법 전문가 100여 명은 성명을 내고 "이번 전쟁은 유엔 헌장 위반과 전쟁범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페트로 달러'를 '페트로 위안'으로
실제 일부 미국 언론은 "최후통첩 시한이 다가오면서 미군 지휘부가 명령에 불복종할지 전쟁범죄에 가담할지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민간인을 위한 기반시설을 공격할 경우 국제법상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만약 차기 미국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공격에 나선 미군 장병들은 처벌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3월31일 중국은 전쟁 이후 중재자 역할을 맡았던 파키스탄과 '중동 평화 5대 원칙'을 발표했다. 5대 원칙에는 △적대 행동 즉각 중단 △비군사 목표물의 안전 보장 △호르무즈해협 항로 안전 보장 등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중국과 파키스탄은 즉각적인 휴전과 전쟁 종식, 충돌 확산 저지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는 4월7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모두 수용한 '2주 휴전안'의 내용과 동일하다. 2주 휴전안을 제안한 나라가 파키스탄이다. 여기에 중국이 나서서 힘을 보태면서 중재 외교의 정점을 찍었다.
아울러 중국은 이란 정권의 붕괴 가능성을 봉쇄해야 했다. 지난해 이란은 역사상 최악의 경제난과 식수난을 동시에 겪었다. 그 결과, 지난 1월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비록 정권이 이를 폭력 진압했지만, 전쟁 이후 경제난은 더 심각해졌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이란은 견디기 힘들다. 중국까지 적극적으로 중재하면서 이슬람 정권은 휴전할 명분을 얻었다.
셋째, 중국은 중동에서 페트로 달러 체제를 흔들 수 있게 됐다. 이번 전쟁을 완전히 끝내려면, 호르무즈해협 통항에 대한 새 규칙이 불가피하다. 이란은 일정한 통행료를 받고 항로 안전을 보장하겠다며, 결제 수단으로 위안화와 코인을 제시했다. 이렇게 될 경우 중동에 페트로 위안이 정착된다. 2023년부터 이란의 석유 수출에서 대중국 물량의 비중이 83~90%이고, 대부분을 위안화로 결제하면서 페트로 위안은 시동이 걸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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