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전문 男 배우, 배우 접고 택배 상하차→세상 떠난 父 빈자리에 오열 ('특종세상')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악역 전문 배우'로 얼굴을 알렸던 최왕순이 오랜만에 방송에 나와 근황을 알렸다. 그는 현재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와 19년째 이어온 곰방어 가게 운영으로 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사업 실패로 전 재산을 잃고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부친의 빈자리를 홀로 감당하면서도 그의 손에는 여전이 낡은 대본이 쥐어져 있었다.
10일 유튜브 채널 '특종세상 - 그때 그 사람(이하 '특종세상')'에는 '"연기자로 방송도 못 하고.." 최왕순이 곰장어 집에서 일하는 사연은?|특종세상 사없사 567회'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사극 속 위협적인 무사와 건달 역으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새겨진 배우 최왕순(59)이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해가 채 뜨기 전, 최왕순의 하루는 어머니 아침상을 차리는 것으로 열린다. 정갈하게 나물반찬을 가지런히 놓고 "꼭 챙겨 드세요"라는 당부를 남긴 채 집을 나서는 그의 발걸음은 쉴 틈이 없다. 집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물류센터 택배 하차 현장이 첫 번째 목적지다. 배달 기사들에게 물품을 분류해 넘기는 작업을 시작으로, 택배 기사 역할을 맡은 지도 어느덧 3년째가 됐다.
하루 일과가 끝난 저녁, 외투를 걸치기 무섭게 향한 곳은 집이 아니라 주방이다. 앞치마를 두르고 곰장어를 손질하며 저녁 영업을 준비하는 것이 두 번째 일과. 새벽이 되어서야 귀가한 그는 잠든 어머니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런 그의 손에 허리 통증을 달래는 파스 하나를 붙여주는 것도, 어머니의 몫이다.

1989년 MBC 공채 개그맨 3기로 연예계에 첫발을 내디딘 최왕순은 개그우먼 이경실·박미선 선배에 이어 무대에 올랐다. 코미디 무대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던 그는 깡패 역할을 계기로 드라마에 발탁됐고, 의외의 반응에 힘입어 연기자로 본격 전향했다. 건달부터 정통 사극의 무사까지 폭넓은 악역을 소화하며 "악역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개그맨이라는 편견을 뛰어넘어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전성기 시절 방송 수입으로 사업에 투자했지만 전문성 부족으로 1~2년 만에 전 재산을 날리는 시련을 맞았다. 모든 것이 흔들리던 그때, 지인의 권유로 시작한 것이 곰장어 가게였다. 올해로 운영 19년째를 맞은 이 가게는 이제 단순한 생업을 넘어 그의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 됐다. 손질 방식 하나가 맛을 좌우한다고 강조하는 그의 눈빛에는 이 일에 쏟아온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암 투병 끝에 4개월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 최왕순은 "살아 계실 때 더 잘된 모습을 보여드렸어야 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 아쉬움은 이제 어머니를 향한 다짐으로 이어졌다. "살아 계시는 동안 여유 있고 잘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말에는 아들로서의 간절함이 짙게 배어 있다. 코로나 이후 요식업 환경까지 나빠지면서 가게 운영도 예전 같지 않아 형편은 더욱 팍팍해졌다.

한껏 차려입고 긴장한 표정으로 도착한 곳은 오디션 현장이었다. 대본을 손에 쥐고 집중하는 최왕순의 눈빛은 택배 기사도, 곰장어 가게 사장도 아닌 순수한 배우 그 자체였다. "연기자로 태어났으면 밥 먹듯이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하다 죽었으면 한다"는 그의 말은 소망이라기보다 오랜 신념에 가까웠다. 동료 배우들과의 만남에서도 "그 저력은 아무도 못 무너뜨린다"는 격려를 받으며 다시 대본을 펼칠 용기를 얻었다.

한편 아들도 아버지의 발자취를 좇아 연기자의 길을 선택했다. 군 입대 전 드라마 '대왕의 꿈' 아역을 맡았던 아들은 최근 3천 대 1의 경쟁을 뚫고 한 작품에 신인 배우로 캐스팅이 확정됐다. 걱정이 앞서면서도 아들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최왕순. 어릴 때 자신을 응원해준 부모처럼, 이제는 아들 곁에서 같은 꿈을 나누는 동반자가 됐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배우 최왕순의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lum525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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