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에 토큰' 일본 총리 이름의 코인에 생긴 일[비트코인 A to Z]

한경비즈니스 외고 2026. 4. 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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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에 토큰은 지난 2월 25일 솔라나 블록체인 기반으로 출시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사나에토큰 홈페이지



일본에서 현직 총리의 이름을 내건 코인이 발행됐습니다. 닷새 뒤 총리 본인이 관여한 바 없다고 전면 부인하면서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다시 한 달 뒤 총리의 측근이 사전에 승인했다는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의혹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암호화폐와 정치인의 만남은 나라를 막론하고 여러 구설을 낳는 소재가 됐습니다. 일본 정치권 스캔들로 번지고 있는 ‘사나에 토큰’ 사태를 짚어봅니다.

 정치인 이름으로 만든 밈코인 열풍

사나에 토큰은 ‘밈코인(meme coin)’입니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캐릭터나 유명인, 사회적 화제를 소재로 만들어지는 코인입니다. 기술적 혁신이나 실용적 용도보다는 화제성과 커뮤니티 열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투기적 성격이 강합니다. 도지코인이나 시바이누가 대표적입니다.

정치인 경우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오피셜 트럼프(TRUMP)’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한때 홍보했던 ‘리브라(LIBRA)’ 등 큰 화제가 되고 논란을 일으킨 사례가 있습니다. 정치인의 이름과 영향력이 투기 열풍을 만들어내지만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리브라는 밀레이 대통령이 홍보한 직후 시가총액 45억 달러까지 치솟았다가 3시간 만에 89% 폭락했고 내부자들이 약 1억 달러를 챙긴 것으로 알려져 사기 의혹과 탄핵 요구까지 불거졌습니다.

사나에 토큰은 지난 2월 25일 솔라나 블록체인 기반으로 출시됐습니다. 발행을 했던 주체는 연쇄 창업가 미조구치 유지(41)가 이끄는 웹3 커뮤니티 ‘노보더DAO’였고 이들이 기획한 프로젝트 ‘일본이 돌아왔다(Japan is Back)’의 한 이벤트였습니다. 그냥 ‘사나에 토큰’이라고 하면 특정 인물을 가리키는 게 아닐 수 있지만 사나에 토큰 웹사이트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이름과 얼굴이 걸려 있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와의 연관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가 총선에서 자민당의 압승을 이끈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출시 당일부터 매수세가 몰리며 가격은 하루 만에 40배 이상 치솟았습니다. 시가총액은 수십억 엔 규모로 불어났습니다. 미조구치는 유튜브 방송에서 “다카이치 측과 커뮤니케이션을 취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를 ‘총리 공식 인증’으로 인식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심은 급증했습니다. 여기에 소셜미디어에서는 다카이치 총리의 공식 후원회 계정이 이 토큰을 소개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기대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다카이치는 알았다? 몰랐다?

그러던 중 3월 2일 다카이치 총리가 갑자기 “이 토큰에 대해 나는 전혀 알지 못하며 사무소 측도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어떠한 승인도 한 적이 없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상황이 급반전했습니다. 이 글의 조회수는 수천만에 이르렀고 사나에 토큰의 가격은 절반 이상 폭락했습니다. 사흘 뒤인 3월 4일에는 국회에서도 관련 질의가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토큰 발행자가 금융청에 등록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금융청은 실태 파악에 착수했고 발행사 측은 토큰 발행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사태는 일단락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4월 초 정치·연예 스캔들 특종으로 유명한 타블로이드 주간지 슈칸분슌(주간문춘)이 새로운 폭탄을 터뜨렸습니다. 사나에 토큰을 발행한 노보더DAO에서 코인 개발 책임자였던 마쓰이 겐(33)이 이 매체 취재진을 만나 다카이치 총리와의 연관성을 주장하고 나선 겁니다.

“사나에 토큰은 확실히 저희 팀이 기획·설계·구현한 것입니다. 총리께서 (저희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면서 소란이 일었을 때부터 직접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밝히면 (다카이치 총리에게) 부정적일 것 같아 입을 다물어왔습니다. 저희는 다카이치 사무소의 비서분께 사나에 토큰이 암호화폐라는 사실을 모두 전달했습니다.”

마쓰이는 변호사를 대동하고 취재에 응했습니다. 슈칸분슌은 마쓰이와의 인터뷰를 보도하면서 다카이치 총리 지역사무소 보좌진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 파일도 공개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와 함께한 지 20년이 넘은 이 보좌진은 “이른바 암호화폐”라는 얘기도 하고 프로젝트를 듣고나서 “굉장히 좋다”고 칭찬하기도 합니다. ‘사무소도 알지 못했다’고 했던 다카이치 총리의 해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내용입니다.

4월 7일 참의원 회의에서 이 보도와 관련한 질의가 나왔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는 “사나에 토큰이 발행되고 유통되는 것에 대해 아무도 알지 못했고 승인도 하지 않았다”며 슈칸분슌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의혹은 커져가고 있지만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적 기반은 여전히 단단합니다. 그는 지난 2월 총선에서 자민당을 465석 중 310석 이상의 압승으로 이끌며 전후 최초의 단독 3분의 2 의석을 달성했습니다. 4월 초 기준 내각 지지율도 63.8%로 높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란 분쟁에 따른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원유·나프타 공급 불안이 심화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정치적 시험대로 꼽히는 상황에서 사나에 토큰 스캔들이 정국의 흐름을 바꿀 변수가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규제 공백과 법 개정

사나에 토큰 사태를 계기로 일본 금융청은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첫째, 2017년부터 ‘결제 수단’으로 다뤄왔던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재분류합니다. 규제가 강화된다는 의미입니다. 둘째, 무등록 업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 징역형 상한을 3년에서 10년으로, 벌금을 300만 엔에서 1000만 엔으로 올립니다. 셋째, 무등록 업자와의 거래를 원칙적으로 무효로 하여 피해자의 환급 청구를 용이하게 합니다. 넷째, 증권 감시 당국에 무등록 암호화폐 업자에 대한 형사 수사권을 새로 부여합니다.

금융청의 개정안은 현행법의 구조적 한계와 규제 공백을 수습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현행법에서는 누구나 밈코인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유통 면에서도 금융청이 무등록 업자에 대해 경고할 수는 있지만 영업을 중단시킬 수는 없습니다. 분산형 거래소(DEX)를 통하면 등록업자를 거치지 않는 거래도 가능한데 거래의 익명성이 높아 피해가 발생해도 구제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사나에 토큰을 발행한 노보더DAO가 바로 이 무등록 업자에 해당합니다.

다만 법안을 제출했다고 해서 곧바로 시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청이 실태 파악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조사 결과와 피해 투자자에 대한 보상 이행 여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사나에 토큰 사태는 정치인의 이름을 내건 밈코인이 어떻게 투자자를 현혹하고 정치 스캔들로 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김외현 비인크립토 동아시아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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