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2주 휴전…일본은 통과한 호르무즈, 한국은?
‘최대 쟁점’ 호르무즈 통행료 ‘공동 징수’…‘재건 비용’으로?
(시사저널=김하늬 미국 통신원)
'위태로운 정지 상태.' 미국과 이란의 2주간의 '조건부 휴전'에 대한 대부분의 시선은 더 큰 충돌을 잠시 미뤄둔 것으로 수렴된다. 이번 합의가 전쟁의 끝이 아니라 각자 손가락을 방아쇠에 올린 채 2주 동안 서로를 지켜보는 불안한 균형 위에 서있다는 것이다. 실제 호르무즈해협 통제, 우라늄 처리, 제재 해제, 레바논 전선, 이란 체제 보장이라는 다섯 개의 폭탄이 양국 사이에 그대로 놓여 있다. 그렇기에 '종전'이 아니라 '유예'라는 평가에 다수의 의견이 모인다.
협상 마감 시한을 90여 분 남겨둔 4월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휴전을 수용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열지 않으면 "하나의 문명이 오늘 밤 사라질 것"이라고 위협했던 그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이란과의 전면전 위기 속에서 '출구(off-ramp)'를 마련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전쟁을 촉발한 근본적인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양측 모두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미국은 이란의 10개 제안을 협상 출발점으로 받아들이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첫 협상에 나서기로 했고, 이란도 해협 통항 재개와 대면 협상에 응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 '정지'는 휴전이라기보다 시험 가동에 가깝다는 해석이 여러 곳에서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합의를 '취약한 휴전(fragile ceasefire)'으로 규정했는데, JD 밴스 미국 부통령 또한 같은 표현을 썼다. 로이터 역시 이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현재 휴전은 여전히 취약하다"고 전했다. 시작부터 합의의 성격이 '평화'가 아니라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유예'로 규정된 셈이다.

'종전' 아닌 '유예'…"현재 휴전은 여전히 취약해"
역시 가장 큰 불씨는 호르무즈해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의 조건으로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한 개방'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해협 통항이 자국 군과의 '조율'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외신들은 특히 호르무즈해협을 제한적·통제된 방식으로만 개방할 수 있다는 이란의 주장에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는 "형식적으로는 통항 재개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란군의 승인과 관리 아래 선박 이동이 이뤄지는 구조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NYT 또한 "이란 측 설명에서 통행이 '이란군의 통제 아래' 이뤄질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기존 질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전쟁 전엔 자유 항행이 가능했던 국제 수로가, 전쟁 뒤에는 이란의 사실상 허가를 받아야 하는 해역으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과 세계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리처드 폰테인 회장은 "이란이 주요 에너지 관문을 계속 통제하는 상황은 전쟁 이전보다 실질적으로 더 나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번 협상이 잘못 설계될 경우, 단기적 휴전은 얻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더 취약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선별 통행은 진행되고 있었다. 4월3일 일본 미쓰이상선 계열 LNG선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며 전쟁 이후 일본 선박 첫 통과 사례가 나왔다. 이어 다음 날에도 같은 회사 유조선이 해협을 벗어났고, 일본 선박은 총 3척이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프랑스 해운사 선박 역시 무사히 항행해 이란이 해협을 전면 봉쇄하기보다 일부 선박에 한해 선별적으로 개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한국 국적 선박 26척은 여전히 페르시아만 안쪽에 발이 묶여 있다. 선별적 개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우리 선박의 통과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레바논 전선도 휴전을 뒤흔드는 직접 변수다. 이스라엘은 휴전에 레바논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고, 실제로 베이루트와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WP는 휴전 직후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중심부를 다시 타격했다고 전했고, AP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확대와 이란의 반발이 휴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헤즈볼라를 포함한 '저항의 축'을 자국 안보의 연장선으로 보기 때문에, 레바논 전선이 계속 흔들리면 미·이란 휴전 자체도 의미를 잃게 된다. 다시 말해 이번 합의는 미국과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까지 얽힌 다층 전쟁 위에 놓여 있다.
주요 외신들이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누가 이겼느냐'보다 '왜 누구도 이긴 것이 아니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사 제목부터 "승자는 없다(There are no winners)"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 재개방과 에너지 가격 하락, 금융시장 반등을 자신의 성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이지만 전쟁 이전에는 해협이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평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이란 역시 그동안 거부해 왔던 휴전과 해협 개방에 동의했지만 전쟁 종식이나 보상, 제재 완화에 대한 보장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매슈 새빌 군사과학 국장은 "어떤 형태의 타협이 이뤄질 수도 있고 대규모 전투가 재개될 수도 있으며, 양측이 각자 승리를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저강도 대치 상태로 돌아가는 지루한 교착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연구원은 "결국 이번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 모두가 패배했다"고 평가했다.

美·이란, 호르무즈 '공동사업'으로 관리?
2주의 휴전은 평화협정 체결 시한이라기보다 재충돌까지 남은 카운트다운에 더 가깝다. 그래서 4월11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첫 대면 협상은 출발 자체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 로이터는 "파키스탄 초청 아래 양측이 회담에 나서지만 이란은 미국에 대한 깊은 불신 속에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NYT도 "2015년 이란 핵합의에 2년 반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처럼 전쟁의 칼날이 목에 걸린 상태에서 2주 안의 최종 타결을 상상하려면 고도의 외교적 기교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향후 협상에선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징수를 미국이 받아들일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8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에서 통행 정체 해소를 도울 것"이라면서 "긍정적인 조치로 큰 수익이 생기면 이란은 재건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통행료 징수 관련 질문에 "호르무즈해협을 '공동 사업(joint venture)' 형태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도 전했다. 이는 사실상 호르무즈해협 통행료를 묵인하겠다는 것으로, 일종의 전쟁 배상금으로 간주하고 미국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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