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개막 코앞인데 '공사 중'…영주 선비촌의 '불편한 민낯'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따스한 봄 햇살이 내려앉은 11일 오후 경북 영주시 순흥면.
'관람구역 임시폐쇄'라는 안내문이 덩그러니 서 있을 뿐, 축제를 준비하는 현장이라기보다는 접근이 통제된 공사장을 연상케 했다.
영주시는 현재 공정률이 80%에 이르고, 오는 5월 2일 개막 전까지 관람 동선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영주시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한 번 흔들린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 분위기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따스한 봄 햇살이 내려앉은 11일 오후 경북 영주시 순흥면. 바람은 부드럽게 불고, 산자락은 연둣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평온한 봄날의 풍경이었다. 그러나 몇 주 뒤 '2026 영주 한국선비문화축제'가 열릴 예정인 이 일대에는 축제를 앞둔 기대감보다는 어딘가 어수선하고 불안한 기류가 더 짙게 감돌고 있었다.
축제의 핵심 무대로 꼽히는 선비촌 입구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단번에 달라졌다. 전통의 멋을 기대하게 하는 공간 대신, 노란 안전콘과 차단 장비가 길목을 가로막고 있었다. '관람구역 임시폐쇄'라는 안내문이 덩그러니 서 있을 뿐, 축제를 준비하는 현장이라기보다는 접근이 통제된 공사장을 연상케 했다.


안내문을 지나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고즈넉해야 할 전통 마을은 중장비 소음과 먼지로 가득했다. 발밑의 비포장 도로는 전날 내린 비로 질퍽하게 변해 있었고, 곳곳에 고인 물은 쉽게 발을 떼기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축제 기간 수많은 관람객이 오갈 길목이라기엔 기본적인 보행 환경조차 갖춰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상황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폐콘크리트와 건설 잔해들이 아무런 가림막 없이 널브러져 있었고, 비산 먼지를 막기 위해 덮어놓은 천막은 군데군데 찢겨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전통을 체험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정리가 덜 된 철거 현장에 가까웠다.
현장에서 만난 관광객 A 씨(전북 전주시)는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부석사 들렀다가 기대하고 왔는데, 솔직히 당황스럽다"며 "선비촌이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품격 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영주시는 현재 공정률이 80%에 이르고, 오는 5월 2일 개막 전까지 관람 동선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껴지는 체감은 사뭇 달랐다. 공사 관계자조차 "공사 기간을 너무 낙관적으로 잡았다"고 인정할 정도로 일정 관리의 허점이 드러난 상황이다.
제보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제 체감 공정률은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문제는 단순한 공정 지연에 그치지 않는다. 선비촌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초가지붕이 전통 짚이 아닌 인조 자재로 대체된 사실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외형은 비슷할지 몰라도, 전통의 질감과 의미를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한 문화재 관련 전문가는 "관리의 편의성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전통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낮추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안전 문제다. 축제 기간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 특히 노약자와 어린이의 방문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처럼 자재와 폐기물이 곳곳에 방치되고, 바닥이 미끄러운 상태에서는 작은 부주의가 곧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임시 동선 확보'만으로는 대규모 인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영주시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한 번 흔들린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 분위기다.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 축제 일정에 쫓겨 '급한 마무리'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봄빛은 여전히 따뜻했지만 그 아래 펼쳐진 현장은 냉정했다. 전통을 내세운 축제가 과연 그에 걸맞은 품격과 준비로 관람객을 맞이할 수 있을지, 지금의 선비촌은 그 물음 앞에 서 있었다.
tk@tf.co.kr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Copyright © 더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6.2조' 추경 확정…소득 하위 70%에 고유가 지원금 - 정치 | 기사 - 더팩트
- 트럼프 "호르무즈 곧 열릴 것"…이란에 통행료 징수 '경고' - 세계 | 기사 - 더팩트
- 美 3월 CPI 예상치 하회에도 불확실성↑…인플레 재점화 우려 '고개' - 경제 | 기사 - 더팩트
- 50년 만의 유인 달 탐사 마침표…'아르테미스 2호' 지구 무사 귀환 - 세계 | 기사 - 더팩트
- 민주당의 이유 있는 입단속…역대 선거 뒤흔든 '말말말' - 정치 | 기사 - 더팩트
- [주간政談<상>] 참고 참고 참았다…양향자의 이유 있는 분노 - 정치 | 기사 - 더팩트
- [주간政談<하>] 당청 간 미묘한 기류…선거 차출론 일축한 하정우 - 정치 | 기사 - 더팩트
- 20만 이주배경 학생 암담한 진로·진학…취학 격차 '비상등' - 사회 | 기사 - 더팩트
- 경찰, '이재명·이준석 명예훼손' 전한길 구속영장 신청 - 사회 | 기사 - 더팩트
- 이정후, 드디어 터졌다…시즌 14G 만에 첫 홈런 폭발 - 야구 | 기사 - 더팩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