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즉각 개방하라” 미국 압박에…이란이 협상 전날 꺼낸 카드

현수아 AX콘텐츠랩 기자 2026. 4. 1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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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AFP, 타스연합뉴스

2주간 휴전 중인 미국과 이란이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에서 종전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부터 치열한 장외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정상화, 이란 핵, 대리 세력 지원, 제재 해제가 협상 성패를 가를 4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미국과 이란은 중재국을 통한 간접 의사 교환 과정에서 이미 각자의 요구를 일정 부분 공개한 상태다. 미국은 이란에 15개항 종전안을 제시했고, 이란은 이를 일축하고 10개항 수정 제안으로 맞불을 놨다. 스티브 윗코프 미 중동특사는 지난달 27일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이란 측에 15개항 종전안을 건넨 사실을 직접 언급했다. 미국 정부가 세부 내용을 공식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복수의 보도를 통해 이란 핵시설 해체 및 우라늄 농축 금지, 보유 농축 우라늄의 IAEA 이관, 역내 대리 세력 지원 금지, 호르무즈 해협 통행 보장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매체들에 따르면 이란의 수정 제안에는 침략 완전 종식, 중동 주둔 미군 철수 및 역내 군사기지에서의 이란 공격 금지, 모든 대이란 제재 완전 해제, 전쟁 피해 배상을 위한 투자 펀드 조성, 핵무기 미개발 약속과 우라늄 농축권 인정, 중동 국가들과의 양자·다자간 평화 협정 체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및 IAEA의 모든 대이란 결의 종료 등이 포함됐다.

4대 의제 가운데 가장 즉각적이고 파급력이 큰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 문제다. 이란이 전쟁 이후 해협을 봉쇄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는 등 세계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측 핵심 요구 중 하나는 전 세계 해상 석유의 4분의 1, 천연가스의 5분의 1을 운반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휴전 조건으로 해협 봉쇄를 즉각 해제하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란은 여전히 극소수 선박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고 있다. 이란은 ‘주권’을 내세우며 종전 이후에도 ‘해협 관리권’을 유지·제도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란이 미국으로부터 불가침 약속과 제재 전면 해제를 끌어내기 위해 해협 봉쇄 카드를 끝까지 내려놓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통행료를 양국이 공동 징수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만큼 ‘공동 이익’을 고리로 의외의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란 핵 개발 저지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에 나선 핵심 명분이었다.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과 이란이 강하게 요구하는 농축권 인정 문제에서 얼마나 미국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2015년 체결된 이란 핵 합의(JCPOA)를 넘어서는 수준의 합의를 확보해야 이번 전쟁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JCPOA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도를 3.67%로 제한하고, 기존 보유 고농축 우라늄은 해외로 반출하거나 저농축 수준으로 희석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란이 농축권 자체를 협상 대상으로 올려놓은 만큼 핵 문제는 이번 협상에서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접점을 찾기 어려운 영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가자 하마스,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등 이른바 ‘저항의 축’ 대리 세력에 대한 이란의 지원 문제도 주요 쟁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 세력들을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맞먹는 역내 안보 불안 요인으로 간주하지만, 이란은 국경 밖 ‘제2 전선’을 언제든 활성화할 수 있는 전략 자산으로 여겨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휴전 이후에도 이스라엘이 레바논 헤즈볼라 공격을 계속하자 이란은 이를 휴전 조건 위반으로 규정하고, 레바논 휴전을 협상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제재 해제는 상대적으로 양측이 접점을 찾을 여지가 있는 의제로 꼽히지만, 미국이 이란의 핵심 의제 양보 수준에 연동해 단계적·점진적으로 해제하는 방식으로 임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도 협상 착수 조건으로 약 1000억달러(148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동결 자산의 우선 해제를 요구한 상태다.

협상 개막을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10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협상을 기대하고 있고,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이란에 ‘장난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함께 내놨다. 이란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에 맞서 레바논 휴전과 동결 자산 해제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엑스(X)에 게시하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협상장에 앉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협상 개막도 전에 펼쳐지는 강대강 기싸움이 이번 협상의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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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아 AX콘텐츠랩 기자 sunsh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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