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일 동안 남미를 하루 평균 10km 걸으면 생기는 일 [여책저책]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무려 지구 반대편의 나라에 가서 800일 넘게 이곳저곳을 누빈 이가 있습니다.

여책저책은 노동효 작가의 ‘걸어가자 남미 바람 구두 신은 시인처럼’을 통해 힘듦을 무릅쓰고 여행길에 나선 이유를 만납니다.
노동효 | 나무발전소

결국 불로 달군 쇠꼬챙이를 서울 부근에 가져다 댔다. 첫 시도에서는 실패였다. 두 세 번 더 힘을 준 끝에 서울이 뚫렸다. 그렇게 반대편 지구가 있는 곳으로 쭉 밀려갔다. 더 세게 힘을 주자 구멍이 났다. 그렇게 뚫린 곳은 태평양 어느 지점.
하지만 이를 지켜보던 아버지는 방향이 잘못됐다면서 쇠꼬챙이를 재고정해 주셨다. 그럼에도 힘을 줄 때마다 끝점 조정이 어려웠다. 수차례 도전 뒤 다시 뚫린 곳은 남부 브라질이었다. 나름 잘 고정한 듯 보였다. 이후 인터넷이 널리 퍼지기 전까지 막연하게나마 한국의 지구 반대편은 브라질로 여긴 채 살았다. 실제로는 우루과이인데 말이다.

이런 꿈같은 도전을 실행으로 옮긴 여행작가가 있다. 이미 ‘남미 히피 로드’라는 책으로 주목받았던 작가 노동효가 약 2년 6개월, 800일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남미 곳곳을 누비며 체류한 경험을 또 다시 책으로 옮겼다. 책 ‘걸어가자 남미 바람 구두 신은 시인처럼’이다.
저자는 단순한 ‘이동’이 아닌 ‘머묾’에 가까운 여행 방식, 즉 한 지역에 오래 머물며 현지인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장기 체류형 여행’을 몸소 실천했다. 저자는 스스로를 여행자가 아닌 ‘방랑자’로 정의하며, 낯선 땅에서도 마치 집처럼 살아가는 시간을 통해 남미의 진짜 얼굴을 포착해낸다.

저자는 풍경이 만들어낸 시간과 인간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콜롬비아 커피마을에서의 소박한 커피 한 잔, 페루 콜카 협곡을 오르내리며 느낀 지구의 ‘주름’, 파라과이에서 만난 케이팝 팬과의 대화 등이 그렇다.
저자의 여행이 좀 더 놀라운 것은 그가 하루 평균 10㎞ 이상을 걸었다는 점이다. 그는 걷는 것 자체를 단순한 이동 수단으로가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여겼다. 이러한 모습은 독자에게 여행의 본질이 ‘속도’가 아닌 ‘밀도’에 있음을 알게 한다.

책의 종착점인 파타고니아에서 저자는 ‘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끝은 단절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다. “세상의 끝에서 어디로 향하든 결국 그것은 새로운 첫걸음”이라는 메시지는 여행을 넘어 삶 전체를 관통하는 통찰로 확장된다.
책은 여행을 단순한 이동이 아닌 ‘존재 방식’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빠르게 소비되는 여행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이 책은 느리게 걷고 깊이 머무르며 세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을 제안한다. 남미라는 공간을 넘어 결국 독자를 자기 삶의 ‘길 위’로 다시 세워놓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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