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하나만으로 아메리카대륙 8240km 주행…무모했지만 의미있던 5개월 간 여정 [여책저책]

장주영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semiangel@mk.co.kr) 2026. 4. 11. 15:4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5개월 동안 120만원에 자전거 하나만으로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8240㎞를 다닌 이가 있습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 사진 = 언스플래쉬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라는 유행어가 딱 어울리는 말 같습니다. 분명 하루 하루가 힘든 일로 채워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일테니 말이죠.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한 글자 한 글자 또 한 컷 한 컷 골라 엮은 책을 보면 수긍이 갑니다.

​여책저책은 정우창 작가의 ‘그 여름의 아메리카’를 통해 힘듦을 무릅쓰고 여행길에 나선 이유를 만납니다.

그 여름의 아메리카 - 무일푼 청년의 미국·캐나다·멕시코 낭만 자전거 여행
정우창 | 미다스북스
그 여름의 아메리카 / 사진 = 미다스북스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이라면 자신이 스스로 두 발 자전거를 처음 탄 기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 분명 누군가 뒤에서 잡아주고 있겠지라는 예상이 순간 사라지면서 두 바퀴 위에 앉은 이는 오로지 본인 혼자인 것을 알아차린다. 바로 그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게 페달을 밟고 또 밟아 운동장을 몇 바퀴 돌았는지 모를 정도로 내달리고 나면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한 기분이 든. 책 ‘그 여름의 아메리카’를 쓴 저자 정우창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얹었다. 그냥 도전이 아닌 ‘무모한 도전’에 나선 것.

​평소에는 단돈이라 부를 수 없는 돈이지만 여름·겨울방학 동안 총 5개월에 걸쳐 미국·캐나다·멕시코를 잇는 8240km 아메리카 대륙을 자전거로 여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말도 안되는 여정의 예산은 120만원. 턱없이 부족한 단돈임에 틀림없지만 저자는 일단 페달을 밟았다. 그렇게 여행길을 시작했다.

​어쩌면 당연한 순리겠지만 그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또한 결코 낭만적이지 않았다. 사막에서는 뜨거운 열기를, 이어지는 오르막길에서는 끝없는 고통을, 언제 나타날지 모를 맹수 그리고 자연 앞에서는 두려움을, 무엇보다 혼자만의 질주 속에서는 고독을 끊임없이 느꼈다.

캐나다 로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 사진 = 언스플래쉬
​여행 중 최고조는 로키산맥을 넘을 때였다. 몸과 마음이 모두 한계치에 다다르는 순간, 인간이 어떻게 위기를 돌파하는지 깨닫게 했다. 책에는 그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사실 이런 고통스러운 순간은 여행 내내 이어졌다. 하지만 저자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삶의 진짜 의미를 발견했다.

​이 여행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사람’이었다. 저자는 길 위에서 수없이 많은 낯선 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예상치 못한 때 도움을 건네는 이들, 그들과 짧지만 깊은 교감을 나누는 순간을 책은 소소하지만 깊이 있는 에피소드로 소개했다. 그들은 저자에게 단순한 여행 이상의 의미를 전했다. 이를 통해 독자에게도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다’는 믿음과 여행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선보인다.

​오로지 자전거만으로 여정을 꾸려 나간 만큼 저자는 매 순간 자연과 함께 했다. 책에는 자연에 대한 묘사가 곳곳에 실려 있다. 그랜드캐니언의 장엄한 풍경을 비롯해 옐로스톤의 비현실적인 풍광, 캐나다 밴프의 청명한 자연 등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광활한 자연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겸허함과 경외감은 이 책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사진 = 미다스북스
​그래서일까. 책은 단순히 ‘어디를 다녀왔다’는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왜 떠나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되묻는다. 저자는 여행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또 그 작은 존재가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 확인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전이 주는 아름다움’과 ‘일상의 소중함’을 동시에 발견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이 여행이 끝난 이후의 변화다. 저자는 현재 고등학교 영어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여행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독자에게도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책은 기행문을 넘어 도전과 성장, 인간관계와 삶의 의미를 깊이 있게 풀어낸다. ‘무모함에 가까운 도전’에서 출발했지만 ‘더 넓은 세상에서 중심이 되고 싶다’는 갈망이 그를 길 위로 이끌었다. 누구에게나 쉽게 권할 수 있는 여정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꿈, 그리고 도전을 하고자 한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권한다.

​때문에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지만 망설이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분명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저자는 자신의 몸으로 증명해 보이니 말이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