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2주만 버티면 되나요?…외인 쓸어담는 韓증시 시나리오 [노정동의 어쩌다 투자자]
향후 협상 과정서 트럼프 '노이즈'에 출렁일 코스피
"과거 대중 무역협상과 유사…트럼프 '입'보다 기업들 '이익' 봐야"

미국과 이란의 첫 종전 협상이 오는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양국이 2주간의 휴전에 잠정 합의한 만큼 이 기간을 협상 시한으로 보면서도 진행 과정에서 나오는 노이즈에 따라 증시가 출렁일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과거 트럼프의 협상 사례를 볼 때 증시에 미치는 펀더멘털(기초체력)에 큰 변화가 없었던 만큼 조정 시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조언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40조3545억원을 팔고 떠났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5조1260억원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특히 이번주에는 단 하루를 제외하곤 모두 코스피에서 매수 우위를 보였다.
지난달 말 미국이 중동에 '지상군 파견' 직전까지 가면서 긴장감이 극에 달했지만, 양국에서 협상에 대한 신호들이 조금씩 나오면서 얼어붙었던 투자심리에 다소 온기가 번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오는 11일 첫 대면 종전 협상이 열리는 파키스탄으로 향하고 있다. 협상단 수석대표는 미국에서 JD 밴스 부통령이, 이란에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각각 나선다.
이란은 전날 협상의 기반이 되는 10개 항목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 유지 △레바논의 무장 단체 헤즈볼라를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전쟁 종료 △중동 지역 내 모든 기지와 위치에서 미군 전투 병력 철수 △전쟁 피해에 대한 미국의 보상 △이란의 핵농축 권리 인정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중동에서의 전투 병력 철수, 전쟁 보상 등 미국이 사실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들이 포함돼 있어 단기 타결까지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종전 협상 패턴이 과거 트럼프 대통령 1기 당시 '미·중 무역 협상' 때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무역 협상 1기(2018~2020년)와 2기(2025년) 때 모두 '관세 부과 90일 유예'라는 휴전 전략을 썼고, 앞에서는 '협상이 매우 잘 되고 있다'는 발언을 하는 한편 필요에 따라 휴전 기간에도 상대를 재공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뉴스에 따라 증시가 출렁일 수 있겠지만 휘둘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 협상 1기 당시 '진행이 느리다'는 명목으로 대중 관세를 10%에서 25%로 기습 인상했다. 2기 때는 '90일 유예'를 발표한 바로 다음날 대중 관세를 145%까지 상향했다.
이 연구원은 "무역 협상 1기(증시 하락)와 2기(증시 상승)가 다른 흐름을 보였는데 이는 변수가 '관세 협상'이 아니라 당시 경기 상황, 기업들의 실적, 통화정책 방향 등이었다"며 "현재 코스피의 이익 사이클이 상승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증시엔 긍정적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전쟁의 본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영토 문제가 아닌 철저히 실리를 위한 것"이라며 "5월 중순을 종전의 마지노선으로 두되 그 이전까지 단기 내 이란 전쟁이 중단된다는 시나리오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 기간 국내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유가 변수다. 증권가에선 현재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 물량을 글로벌 수요의 약 10% 수준으로 추정한다.
호르무즈가 막혔을 때 대체 원유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파이프라인은 하루 최대 700만배럴을 수송할 수 있고, 파이프라인이 100% 가동될 때 사우디 '얀부항'에서 수출할 수 있는 원유 물량은 일일 500만배럴이다. 현재 사우디의 원유 수출 물량은 일일 470만배럴에 근접해 전쟁 이전 물량의 약 70%가 공급되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가의 되돌림은 상승폭보다 공급 정상화가 중요하다"며 "1970년대 1, 2차 오일쇼크 당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금수조치,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공급 차질 지속 등으로 고유가 장기간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면 1990년 걸프전과 2011년 리비아 내전, 2022년 러-우 전쟁 당시에는 각각 전쟁 조기 종전, 사우디 증산, 전략비축유 방출과 수요 감소 등으로 공급 부족이 해결되면서 유가가 약 1~4개월 이내에 안정됐다"고 부연했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도 "현재 호르무즈 통행량은 여전히 5~10% 수준으로 약 1800만~1900만bpd(1bpd는 하루 생산 또는 소비량)의 운송 차질을 나타내고 있다"며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의 대체 경로는 평균 680만bpd의 운송량으로 이는 전쟁 이전 대비 400만bpd 증가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2주 후 완전한 종전 합의가 이뤄질 경우 유가는 단기 수급을 반영해 배럴당 85~90달러 수준까지 급락할 수 있다"며 "다만 약 1000만bpd의 원유 생산 감소분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운송 차질이 회복되는데 최소 3개월의 시간은 소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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