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전쟁을 축복하지 않는다”… 미국인 교황, 트럼프 향해 이례적 직격탄

권순욱 2026. 4. 1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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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인 레오 14세가 이란과의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간 자국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해왔던 교황이 전쟁 발발 이후 종교적 수사를 동원한 전쟁 미화에 전면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바티칸과 백악관 사이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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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레오 14세 “폭탄 떨어뜨리는 자는 그리스도 제자 아냐”
종교의 전쟁 도구화 강력한 거부감…미, ‘제2의 아비뇽 유수’ 경고

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인 레오 14세가 이란과의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간 자국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해왔던 교황이 전쟁 발발 이후 종교적 수사를 동원한 전쟁 미화에 전면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바티칸과 백악관 사이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현지시간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하느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는다”며 전쟁의 신성화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교황은 “평화의 왕이신 그리스도의 제자라면 과거에 칼을 들었거나 오늘날 폭탄을 떨어뜨리는 이들의 편에 서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어 군사 행동이 자유나 평화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평화는 오직 공존과 대화를 끈기 있게 증진할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님은 선하기 때문에 전쟁에서 우리 편에 서 있다”고 발언한 것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이번 충돌을 ‘성전(聖戰)’으로 묘사한 것에 대한 직접적인 반박으로 풀이된다.

미국 시카고 출신으로 지난해 5월 즉위한 레오 14세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에 비판적이었으나, 이번처럼 날 선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별도의 글을 통해서도 “전쟁이라는 신성모독과 이익 추구의 잔혹함 속에서 인간의 생명이 부수적 피해로 취급되고 있다”며 성지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 폭력을 강하게 규탄했다.

특히 교황은 “어린이와 가족 등 약자의 생명보다 가치 있는 이익은 없으며, 어떤 명분도 무고한 피를 흘리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교황이 종교적 신념을 전쟁의 명분으로 이용하는 정치권의 행태에 극심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황청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트럼프 행정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미국 매체 ‘더 프리 프레스’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주미 교황청 대사인 크리스토프 피에르 추기경을 초치해 강하게 질책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콜비 차관은 “미국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했다”며 “교회는 미국의 편에 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회의 과정에서 14세기 프랑스 왕정이 교황청을 강제로 옮겼던 ‘아비뇽 유수’까지 언급된 것으로 전해져, 미국 정부가 교황청을 상대로 사실상 노골적인 협박을 가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레오 14세는 오는 7월로 예정된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 참석 요청도 거절한 상태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이후, 교황은 “이란 문명이 사라질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교황청은 공식적으로 이번 발언이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전쟁의 부당함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종교와 정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백악관은 대외적으로 양측 관계가 양호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인 교황과 미국 대통령 사이의 골이 깊어지면서 가톨릭 신자들의 여론 향방이 향후 전쟁 국면의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황 레오 14세. 로이터 연합뉴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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