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상영 끝나면 6개월간 아무데서도 못 본다?
[박꽃의 영화뜰]
[미디어오늘 박꽃 이투데이 문화전문기자]

류승완 감독의 액션첩보물 '휴민트'가 지난 4월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영화관에서 개봉한지 49일째, 약 7주 만이다. 200억 원 수준의 중대형 예산이 투입된 상업영화 '휴민트'는 적어도 400만 명의 관객을 불러들여야 손해를 면할 수 있었지만, 극장 관객 수가 200만 명이 채 되지 못한 상황에서 관객 수가 고꾸라지자 IPTV같은 중간 유통 창구를 과감하게 건너뛰고 OTT 직행 상영 전략을 세웠다. 넷플릭스가 '휴민트'를 얼마에 사들였는지는 계약상 철저한 비밀에 부쳐져 있어 외부에서 알기 어렵지만, 이 거래로 예상 손실을 최대한 방어해야 했던 배급사 NEW의 상황을 고려하면 적어도 수십억 원대 금액이 제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 유통은 배급사의 가장 중요한 사업전략이다. 만들어졌다고 끝이 아니라서다. 잘 팔아서 많은 사람이 보게 하고 제작에 든 돈을 회수해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자본금을 마련해야 사업이 돌아간다. 때문에 흥행 성적에 따라, 영화가 노리는 타깃 관객에 따라 배급사는 상영 창구와 기간, 순서를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정교한 유통 전략을 짠다. 목표는 '휴민트'처럼 손실 보전일 수도 있지만, 흥행작의 경우 정반대로 수익 극대화일 수도 있다. 영화관에서만 70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팬데믹 이후 초토화된 극장가에서 홀로 좋은 성과를 낸 '한산: 용의 출현'(2022)은 배급사 롯데컬처웍스가 쿠팡플레이에 독점 스트리밍 권한을 넘기면서 125억 원을 추가로 벌어들였다. 유통 전략이 배급사에게 얼마나 중요한 과업인지 분명히 보여준다.
이 자유롭고도 세밀한 작품별 개별 전략을 법으로 일괄 규제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 지난해 말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영화관 상영이 끝난 날로부터 6개월간 타 플랫폼에서 작품을 아예 볼 수 없게 하도록 못박고 있다. 이를 어길 시 제작에 투입된 모든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배급사에 과태료 5000만 원을 부과하는 강력한 제재조항까지 담았다. 올해 초 발의된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의 개정안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기간을 제시하고 있지만, 두 법안 모두 배급사 자율에 맡겨뒀던 유통 전략을 법으로 강제하는 내용이라 영화 배급업계로부터 만만치 않은 반발과 맞닥뜨린 상황이다.

이런 법안이 침체된 한국 영화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냐고 묻는다면, 답은 회의적이다. 한국영화는 이미 영화관뿐 아니라 IPTV, OTT같은 디지털 배급 시장에서 수익을 추가 보전해 수지타산을 맞추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소비자가 영화관 만큼이나 디지털 창구도 선호하기 때문이다. 상업영화는 통상 매출의 30%를 이렇게 얻는데, 중소배급사 영화는 그 이상인 경우도 적지 않다. 극장 상영기회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작은 영화들은 개봉시점에 맞춰 진행한 홍보의 효과가 끊기기 전에 IPTV, OTT에서 추가 수익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생존이 걸린 이 전략을 법으로 규제한다면, 현금흐름이 취약한 중소배급사는 6개월간 손가락만 빨다가 제작비 회수의 적기를 놓치고 다음 영화 투자비 마련마저 곤란해지는 연쇄적 자금난에 빠진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이 법안이 관객의 합리적인 선택을 제한한다는 데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IPTV나 OTT에서 볼 수 있을 테니 영화관에 가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판단은 영화업계로선 뼈아플지 몰라도 소비자로서는 지극히 합리적인 결정이다. 지난 2월 영화진흥위원회가 낸 '영화콘텐츠 소비트렌드 연구'에서도 영화관 관람 빈도가 줄어든 이유로 91.1%가 '티켓 가격이 비싸서'를 들었다. 그래서 영화관까지는 잘 가지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집에서 구매해 볼만한 정도의 만족을 주는 영화는 있게 마련이라 IPTV나 OTT를 통해 합당한 가격으로 구매해 관람한다는 것이다. 결국 산업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돈 주고 영화관에 가서 봐도 아깝지 않은 영화'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제작 활성화 정책'을 짜는 것이다.
개정안에 대한 업계의 문제제기가 쏟아지자 의원실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수정 방향을 조언받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미 다 만든 영화의 유통 전략을 강제하고 이를 어기면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 침체된 영화산업을 살려낼 수 있는 근본적인 접근인지, 제작과 투자를 활성화하는 실효성 있는 다른 정책적 접근이 있지는 않은지 부처가 성실하게 고민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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