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관객 2위지만 매출은 이미 1위...한국 영화 흥행 기준 무엇

손종욱 인턴기자 2026. 4. 1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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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수 집착’ 한국 영화계 덤핑 판매 만연...표값은 1만5천원, 객단가 9천원대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속 한 장면. 연합뉴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1일 역대 관람관객수 역대 2위를 기록한 가운데 영화 흥행 기준을 국제 기준인 ‘매출액’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왕사남’은 이날 기준 누적 관객 1천628만명을 넘으며 역대 관객 수 2위를 기록했지만 매출액 부문에서는 이미 역대 1위에 올랐기 때문에 정확한 기준을 위해서는 관객수보다 매출액을 흥행 지표로 삼아야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관객 수 위주 마케팅으로 인해 공식 표값과 객단가 간 가격 차이는 최근 십수년간 1천원~2천원 선에서 5천원 수준으로 커졌다.

객단가는 매출액을 관객수로 나눈 수치로,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지불한 평균 금액을 말한다. 객단가와 영화 관람료 간 차이가 클수록 할인한 가격에 영화를 본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자료를 보면 2024년 영화 평균 객단가는 9천701원, 2025년은 9천869원에 불과했다.

일반 영화 공식 표값이 1만4천원~1만5천원이라는 걸 감안하면 5천원가량 가격 차이 있는 셈이다.

2009년 표값이 8천원~9천원이던 시기 객단가는 6천364원에 불과했다. 2018년 1만원~1만2천원으로 오르던 시기에도 객단가는 8천383원으로 2천~3천원대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2020년 표값이 1만2천원~1만3천원으로 상승한 반면 객단가는 8천574원으로 191원 오르는 데 그쳤다. 표값 간 격차는 4천원 수준으로 커졌다. 표값이 1만4천원~1만5천원으로 고정된 2022년 이래로 표값과 객단가는 5천원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

객단가와 관람료 간 커지는 격차는 극장과 배급사가 ‘천만 관객’이나 ‘손익분기점 돌파’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이동통신사 제휴 할인이나 할인 쿠폰을 경쟁적으로 뿌린 결과라는 분석이 영화계 일각의 시각이다.

배급사연대는 7일 입장문을 내고 불투명한 할인 정산 문제 해결을 위해 2024년과 2025년 극장 3사와 이동통신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으나 문화체육관광부가 소극적인 태도로 사안을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기도내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경기일보 DB


이화배 배급사연대 대표는 “극장이 보내주는 부금정산서에는 할인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 배급사는 자사 영화조차 덤핑 규모를 50% 내외로 추정만 할 뿐 정확한 파악이 힘든 실정”이라며 “본질적으로 극장이 배급사와 할인 판매를 사전에 상의하고 사후 정산 내역을 투명하게 제공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금 정산이란 극장이 티켓 판매로 얻은 금액을 기준에 따라 계산해 배급사 등에 나눠주는 정산 절차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 1월 과한 경쟁으로 인한 시장 왜곡을 막고 영화의 실질적인 수익성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통계 기준을 매출액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연구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보고서에선 아이맥스, 4DX 등 프리미엄 상영관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관객 수가 실질적인 흥행 수치를 표현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왕사남’은 이날 누적 관객 1천628만명을 넘으며 역대 관객 수 2위를 기록했는데 매출액 부문에서는 이미 역대 1위에 올랐다. 관객수가 아닌 매출액으로 따졌으면 더 큰 성과를 보여줄 수 있었던 셈이다.

이처럼 미국, 영국, 일본 등 대다수 글로벌 영화 시장이 매출액을 공식 흥행 지표로 사용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 영화계만 국제 기준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매출액 도입이 관객 수 부풀리기 관행을 근절할 수 있다면서도 자본 논리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는 “매출액 기준은 관객이 실제 지불한 금액을 바탕으로 흥행을 평가해 ‘유령 관객’ 동원 몰이를 해소할 수 있다는 분명한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권 교수는 “매출액이 절대 기준이 되면 배급사와 영화관은 인당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티켓값이 비싼 특수관 위주로 스크린 편성을 짤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돈이 안 되는 저예산·독립영화가 극도로 위축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개봉 초기 스크린 독점을 60% 이내로 제한하는 ▲스크린 상한제 도입 ▲좌석 점유율 흥행 집계 반영 등 다각적인 대안 모색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손종욱 인턴기자 hand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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