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홍순상의 불꽃은 아직 남아 있다…브리지에서 다시 배운 승부 기질
- KPGA 통산 5승·2011년 대상…꽃미남 스타에서 묵직한 베테랑으로
- 브리지를 통해 새롭게 눈뜬 흐름과 신뢰…홍순상다운 골프를 향해

홍순상(45)은 한 시대를 풍미한 한국 남자골프의 스타였습니다. '조각미남', '꽃미남 골퍼'라는 수식어가 먼저 따라붙었지만, 그 이름을 오래 남긴 건 결국 성적이었습니다. 2006년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그는 통산 5승과 2011년 KPGA 대상까지 거머쥐며 실력과 스타성을 함께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적 부진으로 코리안투어 출전 자격을 놓쳤고, 챌린지투어에서 다시 출발하고 있습니다. 19년 연속 올랐던 코리안투어 무대를 잠시 떠나 2부 투어에서 재정비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좀처럼 승부욕의 불씨를 꺼뜨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어느덧 40대 중반에 접어든 홍순상은 올해를 "재도전과 재정비가 동시에 필요한 해"라고 규정했습니다. 스스로 먼저 마지막이라고 정해놓고 싶지는 않지만,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시기라는 것입니다. 활동 무대는 한국프로골프 2부에 해당하는 챌린지투어입니다. 올 시즌 가장 현실적인 목표도 분명합니다. 꾸준히 컷을 통과하면서 경기력을 안정시키는 것입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위권 경쟁도 따라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자신이 우승했던 KPGA 선수권에도 출전할 계획입니다.
홍순상은 지금 기술적인 변화보다 자신의 리듬과 감각을 되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골프는 기본이 흔들리면 결과가 바로 드러나는 종목이기 때문에 다시 기초부터 다지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통산 5승의 선수에게도 다시 시작하는 시간은 찾아옵니다. 다만 홍순상은 그 시간을 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2026년은 단순한 연명보다 훨씬 진한 재도전으로 읽힙니다.

최근 홍순상의 행보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브리지입니다. 겉으로 보면 골프와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이지만, 정작 홍순상이 느낀 건 닮은 점이었습니다. 그는 2대2로 맞붙는 카드 전략 게임인 브리지를 하며 단순히 기술이나 확률만으로 되는 승부가 아니라는 점을 실감했다고 했습니다. 상대의 패턴을 읽고 흐름을 판단하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감정 조절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골프 역시 한 번 흐름이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흔들리기 쉽습니다. 그는 집중력을 유지하는 방식과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두 종목이 많이 닮았다고 봤습니다.
브리지와의 인연에도 계기가 있었습니다. 홍순상은 골프 행사를 통해 알게 된 김혜영 한국브리지협회 회장의 권유로 브리지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처음엔 낯선 카드 게임처럼 보였지만, 이야기를 듣고 접해보니 브리지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집중력과 전략, 판단, 파트너십이 중요한 마인드 스포츠에 가까웠다는 것입니다.
그는 요즘 정기적으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문화센터에서 브리지를 배우고 있습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늘 강의 시작 30분 전쯤 일찌감치 도착해 준비할 만큼 열의가 대단하다고 합니다. 현대백화점과 한국브리지협회가 함께 여는 '2026 브리지 챔피언십'은 압구정본점을 시작으로 목동점(4월 22일), 판교점(5월), 신촌점(6월), 더현대 대구(8월), 더현대 서울(9월), 충청점(10월) 등으로 이어지고, 12월에는 무역센터점에서 그랜드 파이널이 열릴 예정입니다. 홍순상 역시 출전을 권유받았지만, 본업인 골프에 더 집중하기 위해 사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브리지는 또 다른 점에서도 홍순상에게 새 시야를 열어줬습니다. 브리지는 파트너와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 경기입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신뢰와 소통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고 했습니다. 골프는 개인 종목처럼 보이지만, 사실 캐디와 팀, 주변 사람들과의 호흡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혼자 버티는 경기라고 여겼던 골프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그의 말은 가볍지 않습니다. 재정비란 결국 스윙만 고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경기를 바라보는 방식 전체를 다시 세우는 일에 가깝습니다.
방송 활동 역시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홍순상은 방송 활동을 하면서 골프를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됐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선수들의 스윙과 특징을 보며 배우는 부분이 많아졌고, 일반 골퍼들과 소통하면서 책임감도 커졌다고 했습니다. 그런 경험이 경기 집중력과 태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때 팬들이 홍순상을 외모로 먼저 기억했다면, 지금은 그 별명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이 있습니다. 골프를 바라보는 진지한 태도, 그리고 자기 경기를 다시 세울 줄 아는 선수의 품격입니다.

그래서 올 시즌이 끝난 뒤 어떤 말을 듣고 싶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도 홍순상다웠습니다. 그는 "홍순상다운 골프를 했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과 색깔을 잃지 않고 한 시즌을 치렀다는 평가가 더 의미 있다는 것입니다.
통산 5승과 대상, 그리고 브리지에서 다시 배운 흐름과 신뢰까지. 이 모든 것이 지금의 홍순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베테랑은 아직 스스로 끝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홍순상의 2026년은 은퇴를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다시 홍순상다운 골프를 찾으려는 시간에 더 가깝습니다.

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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